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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이 좋아요 vs 오이 싫어요
  • 2016.11.03.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채소 중 하나입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이가 몇인데 편식이냐”는 핀잔을,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그 향과 쓴맛을 못 느끼냐”며 후맹, 미맹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오이 논란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더 중대한 문제인데요. 이 논쟁이 팽팽한 이유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갖은 효능을 자랑하는 오이에 손도 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호불호가 갈리는지 리얼푸드가 알아봤습니다. 


▶ 오이 좋아요 !

오이는 ‘한국의 파슬리’라 해도 무방할 만큼 계절과 관계없이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채소입니다. 툭툭 썰어 쌈장,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샐러드로 만들거나 생채,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오이지, 오이장아찌처럼 두고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 되기도 하죠. 오이소박이 등의 김치로도 담가 먹고 있죠. 각종 음식의 속재료로 쓰이는 일도 흔합니다. 냉면, 김밥, 짜장면은 물론 제철인 여름이 오면 시원한 냉국으로 변신합니다.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은은하고 상쾌한 향과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오이는 수분 함량이 95%나 되기 때문에 그 어떤 채소보다 산뜻하고 청량한 맛이 있습니다. 영어에는 ‘애즈 쿨 애즈 큐컴버(as cool as cucumber, 오이처럼 시원한)’이라는 관용표현도 있을 정도죠.

오이는 비타민A, C, K, 마그네슘, 규소, 칼륨과 같은 영양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의외의 효능이 많습니다.

일단 오이는 미용식의 대명사인데요.100g당 9kcal 밖에 되지 않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입니다. 95%의 수분과 불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줍니다. 당분이 거의 없어 살찔 염려도 없고, 갈증해소에도 그만이죠.


오이는 ‘천연이뇨제’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동의보감에선 오이에 대해 “이뇨 효과가 있고 장과 위를 이롭게 하며 부종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고 했습니다. 칼륨 함량이 높아 체내 나트륨과 각종 노폐물, 중금속을 배출해줍니다. 변비에도 도움이 되고, 신장 및 방광 결석으로 인한 요산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알코올 성분을 배출해줘 숙취해소도 탁월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예방에도 좋은 식품입니다.

심지어 항암효과도 있습니다. 오이의 꼭지 부분에 많은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C가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합니다. 엽록소와 리그란의 높은 함량은 자궁암, 전립선암, 난소암, 유방암 등 에스트로겐과 관련한 암의 위험성을 낮추고요.

이뿐 아니라 다량 함유된 비타민A, B, C는 신체 원기를 북돋워주고, 자가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킵니다. 신경 질환에 도움을 주는 항염증 효과도 있고요. 오이의 꼭지부분의 쿠쿠르비타신B가 간염에 효과를 보입니다.

피부 미용에도 워낙에 좋아 ‘먹는 화장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풍부한 비타민A와 C 덕분입니다. 가로로 얇게 썰어 얼굴에 붙이면 피부 트러블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먹는 것만으로도 ‘깨끗한 피부’를 지킬 수 있죠. 수분 함량이 높으니 촉촉한 피부를 만들 수 있고, 이뇨작용을 도와주니 얼굴의 부기를 빼는 데에도 탁월합니다. 오이에 들어있는 이소크엘시트린이 이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이의 엽록소와 비타민C 성분이 미백효과와 보습효과에도 도움을 줍니다. 오이를 이용한 세안제나 스킨케어 제품이 등장하는 이유죠.

▶ 오이 싫어요 !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매력적이지 않은 식품이 오이입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종종 “맛, 냄새, 영양 삼박자가 최악”이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싫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오이 혐오자’들은 오이의 독특한 향과 쓴 맛 때문에 오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이는 씹을수록 향이 진해지는 신기한 채소인데요. 이 향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이의 향을 내는 주성분은 ‘오이 알코올’로 불리는 2, 6-노나디엔올입니다. 사실 이 성분은 여러모로 장점을 발휘합니다. 알코올의 일종인 이 성분으로 인해 오이가 피부 마사지의 대명사가 된거죠. 화상을 입었을 때 오이즙을 바르면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독특한 향이 오이를 피하는 이유가 된 겁니다.


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맛입니다. 오이의 쓴 맛이 오이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오이의 쓴맛은 꼭지 부분에 많은 쿠쿠르비타신 때문입니다. 물론 이 쓴 맛은 품종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발육이 불완전할 때 쓴맛이 많이 나고, 오이가 익을수록 줄어들죠. 보통 오이를 조리할 땐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꼭지 부분을 잘라내기도 하고요. 항암효과에 탁월한 역할을 하는 쿠쿠르비타신이 오이를 꺼리는 이유가 된거죠.

그런데 이 향과 맛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구토감을 느끼게 할 만큼 민감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가볍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비누, 피클로 변신한 오이 제품에까지 반응하는 경우죠. 이는 단순히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유타대학교 유전 과학 센터는 입맛을 결정하는 데는 특정유전자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TAS2R38’ 유전자가 바로 그것인데요. ‘TAS2R38’은 쓴 맛에 민감한 타입(PAV)과 둔감한 타입(AVI)으로 나뉩니다. PAV 타입은 AVI에 비해 100~1000배 정도 쓴 맛을 느낀하고 합니다. 연구에서는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바로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PAV 타입의 사람들은 심할 경우 오이뿐 아니라 참외, 멜론, 수박에서도 쓴 맛을 느끼기도 합니다.

보통 쓴 맛에 대한 감각은 미맹 테스트에 많이 쓰이는데요. PTC(페닐티오카르바미드)라는 화학물질을 통한 테스트입니다. 테스트에선 쓴 맛을 강하게 느끼면 슈퍼 테이스터, 약하게 느끼면 보통, 쓴 맛 이외에 다른 맛을 느끼면 미각 이상, 아무 맛도 못 느끼면 미맹으로 분류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PTC 용액의 맛을 약하게 느껴 보통으로 분류된다고 하는데요. 오이 혐오자들의 경우 쓴맛을 강하게 느끼는 슈퍼 테이스터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내 연예인이 있습니다. 소녀시대 전 멤버인 제시카, 엑소 백현, 샤이니 온유, 트와이스 모모죠. 이들은 어쩌면 특정 유전자인 ‘TAS2R38’이 강하게 발달한 미식가일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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