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대기업에 근무 중인 박수민(32)씨에겐 벌써 3년째 맞이하는 연중행사가 있다. 매해 1월, 새해가 찾아오면 새로운 마음을 가지기 위한 기분전환 차원에서 특별한 곳을 찾는다. 특급호텔들의 딸기 뷔페다. 박수민 씨는 “평소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거나 도심 호텔에 묵을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딸기뷔페는 올해까지 세 번째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기에도 예쁘고, 주말에 들리면 기분 전환에도 좋다”며 “해마다 메뉴도 다양해져서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한겨울의 ‘딸기 전쟁’이 어김없이 시작됐다. 올해엔 출발이 빨랐다. 12월 말 시작한 ‘딸기 뷔페’는 최장 6개월간 고객들과 만난다. 고객의 90%는 20~30대 여성이다.
딸기 뷔페의 인기는 상당하다. 해마다 새로운 매출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다른 과일은 넘볼 수 없는 ‘디저트의 제왕’으로 자리했다.
업계에선 딸기 대체품을 찾는 데에 고민하지만 당분간 딸기의 흥행은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호텔 관계자는 “딸기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질리지 않는 과일 중 하나”라며 “딸기가 끝나면 체리, 망고 디저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딸기만큼의 매출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고민하나 딸기를 넘을 만한 과일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2007년, 딸기 전쟁의 시작=‘딸기 뷔페’의 시작은 2007년이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현재의 ‘딸기 뷔페’ 붐을 이끈 주역이다.
‘딸기 뷔페’의 시초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관계자는 “2007년 당시 호텔의 셰프들은 어떤 과일로 가장 많은 메뉴를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며 “비주얼이 예쁘면서도 메뉴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과일은 딸기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딸기 뷔페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호텔가의 ‘딸기 뷔페’ 전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치열한 경쟁에 시작도 빨라졌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가 12월 23일 문을 열었다. 예년보다 7일 가량 빨라졌다. 고객 선점 차원에서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관계자는 “해마다 수요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호텔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늦게 시작하는 만큼 후발주자가 되기 때문에 올해엔 일정을 앞당겼다. 12월 말 시작해 5월까지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최장 6개월간 딸기축제를 여는 셈이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2012년 3월 ‘올 어바웃 스트로베리’라는 이름으로 딸기뷔페를 처음 시도한 이후 다음해엔 1월, 2월 3개월간, 2014년엔 1월부터 3월까지, 2015년엔 1월부터 4월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해마다 2배 이상의 이용 고객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호텔 측 설명이다.
예약 현황과 매출 추이도 드라마틱하다. 한 호텔 관계자는 “단지 퍼센테이지(%)라는 수치로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며 “대부분의 호텔들이 이미 예약도 꽉 차 있을 만큼 굉장히 수요가 좋다”고 말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경우 2월 한 달 예약이 이미 다 찬 상태이고,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3월 중순까지 예약이 다 찼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 역시 지난해 주말 예약률은 100%였다. 올해에도 만석 행진을 기록 중이다.
▶ 인기이유 1. 인스타그램이 살렸다?=호텔 관계자들은 딸기 뷔페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4년 전인 2013년 쯤인 것으로 떠올리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관계자는 “3~4년 전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활성화되며 호텔의 딸기 뷔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딸기 뷔페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비주얼을 담은 사진들이 SNS로 공유되자 ‘딸기 뷔페’의 인기도 높아진 셈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선 디저트, 네일, 할로윈 의상 등 예쁘고 분위기 좋은 사진을 ‘인스타제닉’Instagram+photogenic의 합성어)‘이라고 부르며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제닉을 통해 제품 구매나 장소 방문으로 연결되는 ’인스타그램 반영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딸기뷔페’를 검색하면 수만개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호텔의 입장에서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자발적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딸기 뷔페도 마찬가지다.
호텔 관계자들은 “딸기뷔페에 오면 접시별로 세팅을 해둔 뒤 먼저 사진을 찍는 고객들이 대다수다”라며 “먹는 것부터 사진 공유까지의 모든 과정이 딸기 뷔페를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이다. 예쁜 비주얼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 디저트뿐 아니라 접시나 외부 조형물까지 신경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의 바비인형,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의 딸기 타워,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의 르쿠르제 플레이팅이 그 일환이다.
▶ 인기이유 2. ‘소소하게 돈 쓴다’ 가치 소비 확산=호텔가의 딸기뷔페의 경우 1인당 4~5만원대 선으로 모두에게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그럼에도 2030 젊은 여성들은 이 곳을 찾고 있다.
웨스틴조선 호텔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경우 자신을 위해 소소하게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아까워하지 않는다”라며 “특별한 날이나 일상에 지친 주말 하루 정도는 자신을 위해 일정 정도를 쓸 수 있다는 가치소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소비를 통해 만족을 얻고,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소비’가 딸기뷔페의 흥행에도 기여했다. 이른바 ‘소소한 사치’가 딸기 뷔페의 흥행에도 기여했다. 단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매력적인 삶‘을 함께 판매하는 셈이다.
▶ 인기이유 3. 디저트에 대한 인식 전환=호텔업계 관계자들은 벌써 11년재 이어지고 있는 딸기뷔페의 인기에는 디저트에 대한 인식 전환도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관계자는 “디저트는 과거엔 식후에 공짜로 따라오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지금은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라며 “디저트 카페에서 케이크 한 조각을 7000~8000원에 사먹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저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시장은 2013년 3000억원에서 2015년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2년 사이 무려 5배나 뛴 셈이다. 5000원 미만의 케이크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케이크 한 조각에 1만원 대에 귽접한 제품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고급화됐다. 특히 더 예쁜 디저트, 희귀 디저트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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