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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킹클래스도 카페도’ 카이막 뭐길래 난리
  • 2024.03.07.
디저트계 신흥강자, 튀르키예 전통 유크림
국내서 다양한 디저트 메뉴로 개발
“물소 젖으로 만들어야 가장 맛있어”

카이막 [우리의 식탁 제공]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tvN 예능프로그램에서 카이막을 ‘천상의 맛’으로 표현했다. [tvN 방송 캡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지난해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자신의 베이커리연구소) ‘빽다방 빵 연구소’의 원래 이름도 ‘카이막&브레드’였다”며 “열심히 연구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해 출시를 안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토록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던 것은 ‘카이막(Kaymak)’이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카이막은 ‘녹이다’ 뜻을 가진 튀르키예 전통 우유크림이다. 우유를 약한 불에서 휘젓거나 일정한 저온 상태에 두고 지방을 얻어낸 다음 응축해 만든다. 튀르키예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발칸반도(유럽 남동부), 중동 지역에서도 즐겨 먹는다.

국내에선 이름조차 낯설었지만 카이막의 ‘백종원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백종원은 “(카이막이) 최고급 버터, 생크림을 합친 것보다 두 세배 맛있다”며 ‘천상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카이막 앞에는 ‘천상의 맛’ 문구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디저트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튀르키예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카이막의 인기는 단연 백종원의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크룽지(누룽지처럼 만든 크루아상)’처럼 달콤한 디저트를 재탄생시키는 한국인의 재능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지에선 카이막을 아침 식사로 빵에 발라 먹거나 아주 단 디저트에 올려 단맛을 중화시켜 먹는데, 한국에서는 다양한 재료에 결합시킨 ‘디저트’로 내놓는다”며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더욱 인기를 끌게 만들었다”고 봤다.

찰쌀떡, 빙수 등 다양한 메뉴와 결합된 카이막 [메고지고·르푸도레 제공]

실제로 국내에서 카이막 디저트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크림 형태이기에 각종 베이커리 및 디저트 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식재료와도 결합된다. 찹쌀떡 안에 넣은 제품, 막걸리에 섞어 짜먹게 만든 디저트식 제품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카페에서도 등장한다. 서울 강남구 ‘샌드커피 논탄토’의 ‘카이막 토스트’, ‘르푸도레’ 카페의 ‘카이막 구름 빙수’ 등 메뉴도 다양하다. 최근엔 카이막 전문 카페까지 생겼다. 서울 마포구 ‘미크플로’ 카페는 카이막 라떼, 카이막 모찌, 베이글에 올린 블루베리·망고맛 카이막 등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직접 만들어 보는 레시피와 요리 수업도 인기다.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우리의 식탁’ 관계자는 “카이막은 크림과 비슷하지만 치즈만큼 진한 맛을 가져 자사에서도 꽤 인기인 레시피”라며 “특히 전기밥솥에 우유·생크림을 넣고 만드는 레시피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카페에서 선보이는 카이막 디저트들 [인스타그램 캡처]

터키이스탄불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요리 수업 중에서는 카이막의 인기가 높다. 문화원은 카이막과 잘 어울리는 빵으로 담백한 피데빵(Pide·화덕에 구운 튀르키예 전통 빵)을 추천하며 카이막을 얹어먹으면 더욱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

수업을 다녀간 후기도 가장 많다. “왜 천상의 맛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만들기 힘든만큼 그 맛은 표현 불가”, “진짜 맛있다. 왜 비싼지 알겠다”, “만드는 내내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 등 대부분 맛에 감탄하면서도 만들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현지식으로 만든 카이막과 피데빵 [터키이스탄불문화원 제공]

사실 카이막의 현지 레시피를 국내서 따라하기란 쉽지 않다. 튀르키예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카이막은 소·염소·물소 젖으로 만드는데, 그중 물소 젖으로 만든 카이막이 가장 맛이 뛰어나고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우유를 사용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우유의 지방 함량”이라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물소 품종들은 일반 소보다 우유 지방이 많아 카이막이 두껍게 잘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선 구하기가 어려워 우유에 생크림을 섞거나 전분을 넣기도 한다. 백종원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카이막에 전분을 넣은 건 진짜 못먹겠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재료뿐만 아니라 제조법도 까다롭다. 갓 짜낸 원유를 80도로 끓이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게다가 10㎏ 원유에서 나오는 카이막은 400g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현지식 카이막은 가격도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카이막은 이국적이면서 익숙한 크림맛”이라며 “카이막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전분 없는 카이막’ 또는 ‘현지에서 직수입한’ 문구를 내세우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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