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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라더니…” 내일 운명 알 수 없는 유기견
  •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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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센터 가보니…버림받고 후유증까지
-성견은 입양 어려워…20일 후 안락사 ’신세‘
-개농장에 유기견 팔아버린 보호소 적발도

#. 1평 고시원처럼 답답한 철창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바보처럼 날 잃어버린 주인님은 대체 어디 간걸까? 나는 여기 있는데….’ 청와대로 들어간 옆동네 토리보다 주인이 와서 데려간 옆칸 뚱이가 더 부럽다. 내일은 우리 주인 녀석도 날 데리러 오겠지?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 해가 밝았지만 유기견 센터에서 새해를 맞은 개들에게 ‘황금빛 개 인생’은 없었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보호소 철창 속에 갇힌 유기견들은 시설이 좋아도 나빠도 영락없이 처량한 신세였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보호소 철창 속에 갖힌 유기견들은 시설이 좋아도 나빠도 영락없이 처량한 신세였다.

▶보호소에서 맞이한 유기견의 새해= “왈왈!” 2일 찾은 마포구 유기동물보호소. 구청 임시보호소를 거쳐 동물병원 보호소로 위탁된 유기견들은 인기척에 쉴새 없이 짖었다.
지난 11월 발견된 여덟 살 수컷 미니핀은 건강이 좋지 않아 눈에서 연신 눈물이 흘렀다. 누가봐도 10년 가까이 사람 손을 타며 자랐을 애완견이다. 이제 겨우 두 살이 된 수컷 포메라니안은 지난해 홍역을 앓았다. 보호소에서 치료한 끝에 건강을 회복했지만 고개를 자꾸만 꾸벅이는 후유증이 남았다.
두 마리 모두 지난 연말에 보호소에 들어와 두 달 가까이 머물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20일이 지나 안락사했어야 할 개들이지만 병원은 혹시라도 입양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돌보고 있다.
마포구 동물병원협회 이대영 수의사는 “기껏 치료해서 살려둔 유기견이 주인을 못 찾고 입양이 안 돼 안락사되는 모순이 자주 발생한다”며 “20일보다 빨리 주인이 나타나거나 입양가는 개들이 있으면 그만큼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병원에서 떠안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부딪힐 땐 안락사를 피할 수 없다. 
홍익동물병원이 보호 중인 1살 수컷 포메라니안.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개는 어릴 때부터 키워야 말 잘 듣는다’…성견 입양 꺼려= 하지만 그런 보호소에서도 나이 많고 병든 강아지의 경우엔 다른 해법이 없다. 고양이는 본래 주인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어서 새끼나 성묘나 선호도가 비슷하다. 반면 개는 어릴 때부터 키워서 주인 말을 잘 듣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개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유기견을 입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개들은 혼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습성이 있어 좀 더 독립적인 고양이를 입양하는 경우다.
이런 습성 차이로 유기견은 방사도 어렵다. 이대영 수의사는 “고양이는 중성화(TNR) 수술을 시킨 후 방사해도 잘 산다. 하지만 개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사람을 좋아해 도심에서 머물고 차에 치이는 등 사고도 잦다”며 “동물보호관리 시스템에 동물 사진과 정보를 올려 입양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농犬차에 운다= 하지만 관리 시스템이 구비된 서울 지역 유기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 동물 보호소 중에서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동물단체 케어가 전국 유기견 보호소를 조사한 결과는 참혹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한 이소연 케어 팀장은 “경남 모 도시는 유기견이 800마리 가까이 되는데 정직원은 1명 밖에 없었다. 유기견 위탁기관에서 개농장에 개를 팔아버린 사례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최근 유기견이 들개가 되어 무리지어 다니며 피해를 주는 사례에 대해서도 “유기견이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분간 계속될 문제라면 예산을 투자하고 적절한 관리와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지원은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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