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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쉐린보다 중요한 것? ‘고객’이지요”, 미쉐린 2스타 세프, 곤도 후미오
  • 2016.11.08.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미쉐린(미슐랭)이 대수인가요? 제게 미쉐린은 매일 매일 나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상입니다. 외려 미쉐린을 쫓다보면 고객을 잃기 마련이죠.”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 2017’이 발간되기 3일 전인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 만난 곤도 후미오(69) 덴푸라곤도(てんぷら近藤)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스타 레스토랑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 만난 곤도 후미오(69) 덴푸라곤도(てんぷら近藤) 셰프는 “미쉐린 셰프가 되더라도 요리의 본질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신라호텔]

▶ “고객을 쫓다보니 미쉐린 2스타 따라와”=덴푸라곤도는 18살 때부터 50여년 간 튀김 요리를 만들어 온 곤도 셰프가 반평생 몸 담았던 야마노우에(山の上ホテル) 호텔에서 나와 1991년 도쿄 긴자에 오픈한 덴푸라 전문 식당이다. 지난 2008년 미쉐린 가이드 도쿄편에서 별 1개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2스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다. 곤도 셰프는 8년간 미쉐린 레스토랑의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다름아닌 고객에게 있다고 자부한다.

“스타 레스토랑 가운데서도 ‘여기가 어떻게 별을 받았지’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 마련입니다. 미쉐린에 연연하기 보단 고객들에게 충실한 것이 중요하죠.”
실제 덴푸라곤도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지만, 미쉐린이 암묵적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적지 않다. 와인도 없고, 서비스료도 따로 받지 않으며, 식사도 2회전을 하고 있다. 다만 곤도 셰프는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식재료를 손수 챙기고, 그날 필요한 덴츠유를 직접 만든다. 또 가게 문을 닫은 뒤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오전 12시 반에 퇴근한다.

곤도 셰프는 “오늘은, 혹은 내일은 고객에게 어떻게 맛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후배들도 미쉐린 셰프가 되더라도 요리의 의미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미쉐린 셰프가 됐으니 가격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면서 “고객의 입은 정확하기 때문에 노력 없이 미쉐린이라고 가격만 올린다면 금세 떠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곤도 셰프가 직접 튀긴 덴푸라곤도의 시그니처 요리, ‘당근 튀김’. [사진제공=신라호텔]

▶“최상의 맛 위해 도전 불사”= 덴푸라곤도의 튀김은 튀김옷이 얇다. 덴푸라곤도의 튀김을 한 입 베어 물고 있노라면, 밀가루가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시켜주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맛을 제공하기 위한 곤도 셰프의 고뇌가 담긴 결과물이다.
곤도 셰프는 “덴푸라는 튀김옷이나 기름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식재료를 먹는 것”이라면서 “‘튀김옷이 두꺼우면 재료의 향은 물론 식자재의 감칠맛 등도 느낄 수 없는데 왜 튀김옷은 두꺼운 거지’라는 의문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계란물과 밀가루의 비율을 1대 1로 섞어 튀김옷을 아주 얇게 만들었지만, 이내 비판에 봉착했다. “왜 덴푸라가 튀김옷이 없지?” 질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곤도 셰프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훨씬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따가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한 우물만 파며 만들어온 게 오늘날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덴푸라곤도의 시그니처 메뉴인 당근 덴푸라와 고구마 덴푸라도 도전의 산물이다. 당근 덴푸라는 당근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잘게 채를 썰어 튀기고, 고구마는 반대로 자르지 않고 통째로 튀긴다. 둘 다 전통적인 덴푸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식재료다.

곤도 셰프는 “에도시대 때부터 덴푸라는 해산물이 주재료였고, 내가 처음 덴푸라를 튀길 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20대 초반, 문득 덴푸라의 외연을 넓혀야겠단 생각이 들어 야채 덴푸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도록 튀김 간장인 덴츠유 대신 소금을 내놓고 있다. 곤도 셰프는 “어떤 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식자재가 갖고 있는 식감과 맛을 정확히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보니 소금을 제공하게 됐다”며 “항상 먹던 것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도전적인 시도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곤도 셰프가 신라호텔 ‘아리아께’에 마련된 초청행사에서 덴푸라 요리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신라호텔]

▶ “최고의 재료 공수 위해 지역 농가에 식재료 수배도”= 덴푸라곤도의 도전은 최고의 식자재를 만나 비로소 빛을 발한다. 곤도 셰프는 예나 지금이나 덴푸라의 정수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신선한 식자재에 대한 욕심이 그 누구보다 크다. ‘가장 애착이 가는 식재료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정 식자재가 아닌 “자연산”을 꼽았을 정도다.
일례로 그는 덴푸라곤도의 시그니처 메뉴인 고구마 튀김에 들어갈 질 좋은 고구마를 공수하기 위해 일본 치바현의 농가 300곳에서 나오는 고구마를 사용한다.

“튀김을 위해선 휘지 않고 곧은 고구마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치바현에 직접 방문해 산지 농가에 직접 부탁했습니다. 일자 고구마를 쉽게 구하기 힘들어 수백 곳과 접촉할 수밖에 없었죠.”

직접 농가를 방문해 식품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는 게 곤도 셰프의 철학이다.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오키나와로, 아무리 먼 곳이어도 반드시 제 눈으로 확인한 식자재만 덴푸라곤도에 들여놓는다.
곤도 셰프는 “예컨대 아스파라거스의 경우 수분이 어느 정도인지, 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고객에게 제대로 튀겨 전달하기가 어렵다”면서 “같은 종류의 식자재를 사더라도 손님이 이곳의 식자재는 유독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덴푸라 외길 인생 50년. 그럼에도 곤도 셰프에게 끝은 없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새로운 시작이었듯 앞으로도 덴푸라의 본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게 곤도 셰프의 바람이다.
그는 “덴푸라는 바짝 튀긴 요리가 아닌 찜요리에 가깝다”면서 “식자재 안쪽에 충분한 수분을 남기고 겉만 쪄 재료의 감칠맛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어딜 가서 덴푸라를 먹어도 식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덴푸라의 본질이 튀김옷이 아닌 식재료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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