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2012년 첫 방송된 채널A ‘먹거리X파일’은 음식을 소재로 한 고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가의 스타PD인 이영돈PD의 유산이다. 이영돈 PD가 채널A로 이적해 성공시킨 프로그램이자,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의 시초 격인 방송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고발’ 당한 식당이 적지 않다. 방송의 성과도 그만큼 많다. ‘먹거리X파일’에 이름에 올리면 트렌드를 선도했던 음식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들끓었던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다. 우후죽순 늘어났던 유사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한다. 영세업자들의 통한이 온라인 상에서 들끓는다. 최근 몇 주간 먹거리 시장은 또 한 번 떠들썩해졌다. 이 프로그램이 저격한 ‘대왕 카스텔라’ 때문이다. ‘대왕 카스텔라’가 논란이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프로그램을 통해 ‘버터가 아닌 식용유로 만들었다’는 점, ‘유화제를 넣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인기를 모았던 촉촉한 대왕 카스텔라는 빠르게 추락했다. 업주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일반화하지 말라”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자사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했다.
식품전문가들은 식용유를 넣었다고 ‘나쁜 빵’이 아니라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식용유는 버터, 마가린, 쇼트닝과 함께 빵을 만들 때 들어가는 유지의 한 종류”(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다. 버터를 사용할 경우 버터스폰지케이크, 식용유를 사용할 경우 시폰케이크로 불리게 된다. 유화제 역시 “식품에 사용되는 것은 식감의 개선을 위해 넣는 것으로 소량만 사용되며 다른 제품에 쓰이는 것과 달리 강한 성분이 아니다”(최낙언 식품공학자)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제작진의 입장은 또 다르다. ‘먹거리X파일’ 제작진은 30일, “카스텔라에는 식용유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 자료를 냈다. 제작진의 반박은 그러나 애초 식용유가 들어가는 것이 ‘찜찜하게 느껴진다’고 말해 불안을 조장했던 방송과는 다른 지점에 있다. 논란이 일자 카스텔라의 분류를 근거로 방송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허약한 근거 제시로 비춰진다.
어찌됐건 방송의 여파는 컸다. 방송은 영세업자들의 줄폐업을 불러왔다. 고발 프로그램이라지만 ‘먹거리X파일’은 음식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파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접근방식은 일종의 스릴러다.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레이션이나 멘트로 시청자의 공포를 키운다. 이 프로그램의 문제는 두 가지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부풀리고 과장해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 일부의 사례를 전체로 비춘다는 점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넣지말아야 할 것을 넣었으면서 넣지 않았다고 말하면 당연히 부도덕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불안을 조장하고 매우 나쁜 것인양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자처하는 업주들이 넘쳐난다. 같은 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 당한 먹거리도 많다. 다음은 먹거리 프로그램으로 인해 울었던 음식들이다. ▶ 벌집 아이스크림=대왕 카스텔라 사태 이전 벌집 아이스크림 사태가 있었다. ‘먹거리X파일’ 119회였다. 당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올려주는 ‘벌집 아이스트림’이 불티나게 팔리던 때였다. 방송에선 일부 업체들이 양초와 크레파스의 주원료인 파라핀을 사용해 소초(벌들이 벌집을 짓게 하는 판)를 만든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사례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셰프 레이먼킴이 부각됐다. 레이먼 킴 역시 당시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을 하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라핀이 아닌 밀로 만든 소초를 쓴다”며 벌집 아이스크림 재료가 담긴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 심지어 양봉협회 시험성적통지서도 올렸다. 결국 ‘먹거리 X파일’은 122회를 통해 후속방송을 내보냈다. 파라핀이 아닌 순밀 소초를 확인하는 방송이었다. 해당 방송으로 벌집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맹점주가 프로그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채널A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생계를 이어가는 업주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의 신중하지 못한 접근은 아쉬움을 남긴다. ▶ 착한 간장게장=벌집 아이스크림에 앞서 102회 분으로 방송됐던 ‘착한 게장’ 편 역시 논란의 방송이었다. 프로그램에선 일단 요리연구가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앞세워 간장게장 집을 품평했다. 이 회차는 ‘착한 식당’을 찾는 방송으로, 전문가들은 맛을 본 착한 식당 후보에서 방문한 간장게장 집을 제외해나갔다. 문제는 방송 이후 벌어졌다. 당시 착한 식당에서 제외된 가게의 사장은 ‘먹거리X파일’ 시청자 게시판에 정정 요청 글을 올렸다. 당시 해당 가게의 사장은 “제작진이 영업 시간 이후 가게를 방문했다. 간장 맛만 보겠다”며 “얼어있어도 상관없다”, “우리는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요청해 다음날 판매할 냉동 상태의 게장을 내줬다고 했다. 방송에선 이 때문에 “너무 냉동돼있다. 얼음이 사각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가게에선 꽃게를 냉장 상태로 오래 두면 탄력이 떨어져 당일 판매할 꽃게만 냉장 보관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본방송과 재방송이 나간 뒤에야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 ‘간장게장 냉동 여부 고지’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는 고지를 올리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 누린내 나는 노계=126회 ‘충격! 폐기용 닭이 팔린다’ 편(2014년 7월 4일 방송)에선 닭고기를 주제로 삼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노계를 사용한다는 업체를 잠입 취재한 방송이었다. 실제로 3개월 이상 된 닭을 판매하는 공장도 있었다. 문제는 시청자 제보로 방문한 50년 전통의 칼국수 집이었다 ‘누린내가 난다’는 제보인데, 이 방송만으로도 식당은 타격을 입었다. 해당 식당에선 노계 사용은 쫄깃한 식감을 위한 50년 비법의 하나였으며, 정상적인 조리과정을 거친 노계였다고 해명했다.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 타격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해당 식당은 ‘먹거리X파일’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 그릭요거트=이영돈 PD가 2015년 채널A를 떠나 JTBC에 둥지를 틀며 내놨던 ‘이영돈 PD가 간다’에서 다룬 ‘그릭요거트’ 편은 ‘먹거리X파일’의 타방송 버전이었다. 이 방송 역시 논란이 거셌다. 프로그램은 국내에선 마련되지 않은 ‘그릭요거트의 기준’을 마련해보겠다는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내걸었으나, 방송이 남긴 것은 그릭요거트 가게를 찾아 진짜, 가짜를 가르기에 그쳤다. 결론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그릭요거트는 없다’는 것. 문제는 방송에서 그릭요거트위 진짜, 가짜를 가르는 기준이 전문가의 시식평이 전부였다는 점이다. 취재 대상이 됐던 한 요거트 업체 사장은 방송 이후 온라인을 통해 항의글을 올렸다. 방송에선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무가당이 있다고 설명했음에도 가당요거트와 오이가 들어간 요거트만 맛본 뒤 내보냈다”는 것이다. 이영돈 PD는 당시 방송분에 대해 해당 업주와 오해를 풀었다며 사과했다. 심지어 이 PD가 그 무렵 다른 요거트 회사의 광고에 출연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이후 폐지됐으며, 해당 방송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객관성, 공정성 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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