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UAE 왕세자 “싸달라”
“중동 진출에 의미있는 일화”
김치보다 덜맵고 ‘달콤 고소’
김치볶음밥·라면 등 수출 확대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가 반한 볶음김치 후일담이 화제를 모았다. 김치가 인기를 끌면서 볶음김치까지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중이다.
칼리드 빈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대표단은 부산 아난티 코브호텔에 머물며 다양한 한식을 경험했다. 왕세자와 대표단은 볶음김치를 특히 좋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호텔업계에 따르면 UAE 대표단은 “볶음김치를 포장해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라고 요청했다. 호텔은 이를 대량으로 진공 포장해 선물로 전달했다. 볶음김치 맛에 감탄한 대표단이 “어떤 비밀 재료가 들어가냐?”라고 질문하자, 담당 직원은 “정성(a lot of heart)이 들어간다. 모든 직원이 정상 외교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화가 ‘중동 진출에 의미 있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수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두바이지사 관계자는 “이번 일은 단순한 미담을 넘어, 한식이 할랄 문화권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채소류인 김치류는 종교적 제약이 적고, 맛과 건강을 동시에 강조할 수 있어 중동 시장 진출에 유리한 품목으로 꼽힌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왕실이 반한 한식’이라는 스토리텔링은 향후 UAE 호텔과 프리미엄 레스토랑, 항공기 기내식 등 다양한 ‘고급 채널’에서 한식 홍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볶음김치는 처음 김치를 접하는 외국인에게 보다 접근하기 쉬운 상대다. 김치보다 살짝 덜 매우면서 ‘단짠(달고 짠)’ 맛이 난다. 김치 특유의 발효 맛도 덜하다. 설탕, 참기름, 통깨 등을 넣고 김치를 조리해서다. 취향에 따라 돼지고기·소시지·참치 등을 더할 수도 있다.
글로벌 ‘스와이시(Swicy· Sweet+Spicy)’ 트렌드에도 어울리는 맛이다. 스와이시는 단맛과 매운맛의 조합을 뜻하는 신조어다. 김치는 매콤함과 감칠맛이 주된 맛이지만, 볶음김치는 ‘단맛+매운맛’이 핵심이다.
해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핫한’ 레시피로 떠오르고 있다. 레시피를 비롯해 유사 조리법인 김치볶음밥의 후기도 인기 콘텐츠다. 영상에서 해외 네티즌들은 “김치는 매운데 이건 달콤하고 고소하다”, “한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김치볶음밥 영샹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Vogue)의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로제가 직접 만드는 김치볶음밥’ 영상이다.
볶음김치는 김치 제품보다 수출 시 유리한 측면도 있다. 조리된 음식이기 때문에 익힌 상태를 까다롭게 맞춰야 하는 김치보다 유통 과정에서 수월하다.
국내 업체들도 볶음김치 품목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대상 종가는 2016년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볶음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정찬기 대상 K마케팅기획2팀장은 “냉장·상온 제품은 물론 파우치, 통조림캔 등 다양한 포장 형태로 볶음김치를 판매하고 있다”라며 “2022~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CAGR) 39%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라면과 치킨업체에서도 볶음김치를 수출 품목에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해외 시장에 내놓는다. 신라면의 매운맛에 볶음김치 맛을 더한 신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한국식 매운맛에 단맛을 조합해 외국인이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다”라며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5’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호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12월부터 호주·대만 등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70여개 국가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치볶음밥은 해외 치킨매장에서도 맛볼 수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는 미국과 중남미 등의 매장에서 치킨과 함께 김치볶음밥을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볶음김치를 먹어본 외국인들은 그 맛에 깜짝 놀란다”며 “볶음김치는 간편식이나 김치볶음밥 등으로 수출 성장이 기대되는 품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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