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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핑하면 한국이지’ K-푸드 확산에 기여하는 토핑 트렌드
  • 2025-01-20

소속+차별 원하는 MZ, 토핑 선호

“창의적 한국, 토핑 활용력 뛰어나

K-푸드 확산에 중요한 역할할 것”

김밥 [123RF]
김밥 [123RF]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토핑 경제(Topping Economy)’가 식음료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K-푸드’ 확산에도 기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맞춤형’ 소비를 원하는 전 세계 MZ세대 특성에 ‘한국식 토핑’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이라는 의미다. 비빔밥 등의 전통 한식부터 한국식 핫도그·피자, 그리고 크로플 같은 국내 유행 디저트들은 모두 토핑이 핵심이다. 창의성이 뛰어난 한국인은 예로부터 토핑을 좋아하고 잘 만든다는 의견이다.

‘소속감’과 ‘차별감’의 줄다리기…MZ는 왜 토핑에 열광할까

‘토핑 경제’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10대 소비트렌드로 선정한 키워드다. 상품의 부수적 요소인 ‘토핑’을 통해 새로운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김난도 교수는 ‘표준화 경제’에서 차별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토핑 경제’로 시장이 ‘진화’했다고 봤다. 이제는 ‘최고의 상품’보다 소비자에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이 소비자 만족감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토핑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가 ‘소속’과 ‘차별’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고 분석했다. 남들이 가졌다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소속감, 남과는 다르다는 차별화 갈망을 동시에 느낀다는 의미다.

이런 ‘이중적 딜레마’는 MZ세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MZ세대는 유행 음식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토핑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든다.

이규민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은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선호하는데, 토핑은 이를 실현하는 좋은 방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좋아하는 재료를 추가·조합하면 음식을 더욱 특별하게 느끼고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Z세대는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토핑 유행’을 더 빨리 퍼트린다. 나만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조합’을 추천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 토핑’ 조합을 따르기도 한다.

비빔밥·김밥…“토핑은 한식 문화 특성”

육회 비빔밥 [123RF]
육회 비빔밥 [123RF]

김난도 교수는 이런 토핑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라고 강조한다. ‘창의성’은 한국인의 돋보이는 능력 중 하나다. 창의적 민족인 한국인은 식문화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핑을 선호한다. 실제로 한식에는 토핑 중심의 음식이 많다. 김밥만 해도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메뉴가 나온다.

이규민 학회장은 “한국 음식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재료의 ‘조화’와 개별화된 ‘선택’을 중시했다”며 “비빔밥에서는 각종 고명을, 김밥에서는 원하는 속 재료를, 찌개·국물에서는 다양한 부재료를 추가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식의 특징은 해외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선택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비빔밥은 현지 재료를 사용하거나 특정 소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현지화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는 색다른 경험도 제공한다. 이 학회장은 “토핑을 활용한 한식은 외국인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뭐든 다 올려’…외국인 깜짝 놀라는 한국식 피자·핫도그·도넛

한국 핫도그(왼쪽), 불닭고구마피자 [123RF, 피자스쿨]
한국 핫도그(왼쪽), 불닭고구마피자 [123RF, 피자스쿨]

한국인은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토핑을 통해 타국 음식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식 토핑’으로 재탄생된 메뉴다.

식품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특유의 ‘대를 잇는 장인 정신’을 ‘지키는’ 문화라고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문화”라며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힘이 현재 K-콘텐츠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에 능숙한 한국 특성이 음식에서는 토핑을 활용한 변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피자나 핫도그가 대표적이다. 한국식 피자는 ‘무엇이든’ 올릴 수 있다. 불고기부터 고구마, 팥, 불닭, 심지어 쌈장까지 올린다. 이탈리아인이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한국식 핫도그에도 모차렐라치즈, 가래떡, 감자, 설탕 등 다양한 토핑이 사용된다. 미국 핫도그와는 다른 음식이다. 이렇게 재탄생된 한국식 메뉴는 ‘역수출’되기도 한다. 핫도그 브랜드 ‘명랑 핫도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여 개국에 진출했다.

‘K-베이커리’의 인기에도 토핑 효과가 작용한다. 토핑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밤식빵, 호박식빵, 김치크로켓, 팥 크로켓 등 한 가지 품목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 국가보다 빵의 종류가 훨씬 많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300여 종의 품목 수를 선보인다. 현지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서 2~3배 많은 수치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해외 베이커리점은 베이글, 식빵 등 단일 카테고리만을 다루는 매장들이 많지만 한국 베이커리는 동일 제품이라도 여러 토핑을 활용해 제품을 차별화한다”고 말했다.

소금빵·크로플·약과…유행 식품도 토핑 활용

다양한 종류의 크로플 [우리의 식탁 제공]
다양한 종류의 크로플 [우리의 식탁 제공]
소금빵(왼쪽), 인절미와 쑥을 넣은 도넛 [노티드 인스타그램]
소금빵(왼쪽), 인절미와 쑥을 넣은 도넛 [노티드 인스타그램]

한국인은 유행하는 식품에도 ‘재빠르게’ 토핑을 쓴다. 특히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유행하는 식품은 단순히 해당 음식의 ‘기본맛’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금빵이 유행하면 대파크림 소금빵, 흑임자 소금빵 등 각종 토핑 소금빵이 빠르게 쏟아지면서 소금빵의 인기를 확산한다. 크로플, 약과, 베이글, 도넛 등도 동일한 방식으로 유행했다.

이 학회장은 “토핑 문화는 단순한 음식 트렌드가 아니라, 맞춤형 소비에 관한 현대인의 욕구”라며 “전 세계 MZ세대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핑을 강조하는 전통 한식 문화, 그리고 토핑 활용에 뛰어난 한국인의 특성은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힘입어 K-푸드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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