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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역습, 식탁의 배신]③쌀-메콩 델타의 농지가 사라진다
  • 2017.10.20.
-베트남 쌀 수확량의 절반 차지하는 메콩 델타, 지난해 100만톤 감소 
-농민들 떠나거나 아예 새우양식장으로 바꿔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가뭄과 바닷물 침입이 원인
-100년 뒤에는 사라질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도 나와
 
[리얼푸드=껀터ㆍ속짱(베트남) 육성연 기자]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당장 우리의 주요 먹거리인 쌀농사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기후변화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이라도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유역을 가보면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동남아 최고의 곡창지대가 제구실을 못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가 본 메콩강 삼각주에서는 기후변화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진행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쌀 재배지역까지 밀려들어오는 짠 바닷물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많은 농민들이 해수 침수와 가뭄으로 쌀 농사를 망쳤다. 농촌을 떠나거나 농지를 아예 새우 양식장으로 바꾸는 경우도 허다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수석과학자 버지니아 버켓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태로운 지역 중 하나”라고 지목했을 정도다. 현지 농민들이 털어놓는 위태로움도 컸다. 위기를 느낀 정부가 큰 예산을 들여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원인인 메콩강 유역의 피해는 더이상 베트남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위태로운 메콩강, 쌀 생산량 감소=베트남의 쌀농사는 메콩강이 흐르는 삼각주 유역인 ‘메콩 델타’(Mekong Delta)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메콩 델타는 중심도시인 껀터(Can Tho)를 비롯해 속짱성ㆍ안장성ㆍ벤째성 등 13개 성(省)을 포함하고 있다. 메콩 델타를 찾아가기 위해 호찌민시에서 남서쪽으로 170㎞를 차량으로 달렸다. 4시간 이상을 달리자 껀터에 도착했다.
 
농지로 둘러싸인 껀터, 메콩 델타 면적은 180만 헥타르(1만8000㎢)로 베트남 논 면적의 50%를 차지한다.

이 곳에서는 어디를 가도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끝없이 펼쳐졌다. 쌀 농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껀터에서 만난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 소속, 끄롱 벼연구소의 쩐응옥탇 소장(49)은 “메콩 델타의 논 면적은 180만 헥타르(1만8000㎢)로 베트남 전체 논 면적의 5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메콩 델타의 크기는 남한 면적의 약 40%(405만7700㏊)에 이른다. 이 지역은 베트남 쌀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며, 총 수출의 90% 책임질 정도로 베트남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베트남 끄롱 벼연구소의 쩐응 옥탇 소장, 그는 지난해 바닷물 침수로 인해 20만 헥타르(2000㎢)정도의 논 면적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기후변화의 타격으로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쩐응옥탇 소장은 “메콩 델타의 한해 평균 쌀 생산량은 2500만톤인데 지난해만 100만톤이 감소됐다”고 했다. 메콩강이 흐르는 태국에서도 지난해 쌀 생산량은 줄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라오스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의 5개국에 걸쳐 4020㎞를 흐르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다. 수천년동안 ‘동남아의 젖줄’로 불리며 도도하게 흘러왔지만 최근엔 위태로운 모습이다. 


▶가뭄과 바닷물 침수로 고통받는 메콩 델타=기후변화는 메콩 델타에 ‘가뭄’과 ‘해수 침입’이라는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쩐응 옥탇 소장은 “2015~2016년 엘니뇨(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해수 침입과 가뭄이 들어 농민들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후전문가들은 엘니뇨를 기후재앙을 만드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뜨거워진 바다에서 나온 엄청난 수증기는 기상이변을 만드는데 슈퍼엘니뇨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남미에서는 폭우가 쏟아진 반면 아시아에서는 최악의 가뭄이 일어났다.
 
베트남에서도 지난해 100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을 맞이했다. 메콩강 수량은 평년 대비 30~50% 정도 감소해 지난해에는 19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쩐응 옥탇 소장은 “쌀 농사에서는 물이 많이 필요한데 지난해 가뭄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하천이 메말라 벼에 주는 물의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속짱성에서도 지난해 벼가 말라 죽어 큰 피해를 봤으며, 벤째성의 경우 지난해 2월 ‘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은 베트남 메콩 델타의 농경지 모습/사진=베트남 끄롱 벼연구소 제공

가뭄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메콩강이 가뭄으로 말라붙자 밀물 때 강 안쪽으로 들어왔던 바닷물이 썰물때 밀려나가지 못한 것이다. 쩐응 옥탇 소장은 “내려갈 강물이 없어 바닷물이 밀리지 않았고, 바람이 반대로 불어 바닷물이 농가까지 들어왔다”며 “바닷물 침수로 20만 헥타르(2000㎢)정도의 논이 사라졌다”고 피해상황을 전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최근 2~3년 간 바닷물이 빠르게 육지로 들어와 메콩 델타의 농지중 41%가 염해 지역으로 변했다. 지난해에는 2015년에 비해 두달 먼저 바닷물이 유입됐으며, 20~30㎞정도 더 깊게 들어왔다. 최근 베트남 환경부는 메콩 델타에서 2005년 이후 침식이나 침하로 매년 약 300헥타르의 토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유입된 메콩 델타의 농경지 모습/사진=베트남농업환경연구소

주민들도 물 부족 사태에 시달렸다. 염분 유입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지하수가 고갈돼 깨끗한 물을 찾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지역 주민들은 점점 더 깊게 땅을 파내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었다. 쩐응 옥탇 소장은 “농민들의 수입이 아예 없어지고 바닷물이 우물까지 침수해 생활용수가 부족해지는 등 기후변화는 농민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농민, 떠나거나 새우 양식=지난해 육지 방향으로 최대 90㎞까지 짠물이 유입되면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한 이들은 농민들이다. 소금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벼는 자랄수가 없다. 농민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일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짜빈성에 사는 농민, 후엔 티 딴은 지난해 입었던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논밭이 있었는데 바닷물이 많이 올라와서 수확을 못했다”며 “이 사태로 한해 3억동(한화 약 1512만원)을 날려버렸다”고 했다. 

메콩 델타의 짜빈성에 거주하는 후엔 티 딴은 “지난해 바닷물 침수로 쌀 수확을 못해 큰 빚을 졌다”며 탄식했다. 그는 현재 쌀 농사를 포기하고 새우 양식을 하고 있다.

바닷물 때문에 바닷물에서 사는 벌레도 생겼다. ‘룬소안라’라는 이름의 벌레는 벼를 갈아먹는다. 땅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소금물때문에 다시 벼 재배를 시작하려 해도 품질이 떨어져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후엔 티 딴은 “그동안 빚도 많이 생긴데다가 정부지원도 못 받아서 논을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팔아버렸다”고 탄식했다. 현재 그는 쌀 농사를 포기하고 새우 양식을 하고 있다. 3000만명의 농민들이 살고 있는 메콩 델타에서는 후엔 티 딴처럼 다른 양식을 하거나 아예 도시로 떠나는 농민들이 늘고 있었다.
 
 

생계를 위협받은 후엔 티 딴의 눈물은 베트남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가하는 타격의 문제로 전 세계인이 걱정해야 하는 눈물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오는 2050년에는 메콩강 해수면이 대략 65cm∼1m 높아져 메콩델타의 13%~39%가 바다에 잠길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전문가들은 메콩 델타가 기후변화 여파로 100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는 국제적인 문제임을 강조했다. 메콩강의 변화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gorgeous@heraldcorp.com
  
※이번 기획보도는 지난 2월, 삼성언론재단이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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