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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올리브유만 찾나요? 한국인은 이렇게 드세요”…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2021.12.08.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인터뷰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 식단, 음식의 질이 가장 중요
전통 식재료 이용한 한국형 식단으로도 적용 가능
통곡물 등 질 좋은 식품 섭취, 오메가 3 지방 늘려야
한국인 특성에 맞는 식단 개발과 연구 필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1등, 1등 그리고 또 1등”. 이제 순위가 바뀔 법도 한데 여전히 ‘건강식’ 1등은 전통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이다. 미국의 유명 시사주간지 US뉴스앤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가 선정하는 ‘최고의 식단’ 순위에서 지중해 식단은 3년 연속 1등을 차지했다. 전 세계 영양사와 의료 학회에서도 가장 관심을 보이는 식이요법 역시 지중해 식단이다.

하지만 지중해 식단 속 올리브오일을 찾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식을 먹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형 지중해식단을 연구·개발한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하면서 “한국인에게 맞는 질 좋은 음식과 영양소 비율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중해 식단[123rf]

지중해 식단, 건강식의 기본 원칙 지키면 한국식도 가능

연세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석박사를 졸업한 이지원 교수는 현재 동대학교 가정의학교실 교수이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맡고 있다. 그를 만나자마자 물었던 첫 질문은 “지중해 식단은 왜 그리 유명한가”였다.

“각종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암이나 우울증, 심지어 치매까지 지중해 식단과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들이 매우 많아요. 이러한 효과는 식단을 구성하는 ‘음식의 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지중해 식단은 생각보다 지방을 많이 먹는 고지방 저탄수식이에 속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지방을 무조건 많이 먹는 양적인 개념을 떠나 ‘질 좋은’ 지방을 주로 먹는다는 것이죠”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 특성에 맞으면서 사망률을 낮출수 있는 건강식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식을 해도 ‘질 낮은’ 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그는 “건강식으로 알려진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채식을 주로 하면서 상황에 따라 육류를 최소한 섭취)이나 대시 다이어트(DASH,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된 식단) 등 어떤 식이요법에서도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질”이라며 “이와 함께 기초대사량에 맞는 칼로리, 영양소 비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식재료를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좋은 음식의 기본 조건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통곡물이나 과일과 채소, 콩류를 자주 먹고, 붉은 육류를 줄이는 반면 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생선과 견과류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먹으며, 설탕과 같은 단당류나 첨가당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인의 밥상, 탄수화물 줄이고 오메가 3는 늘려야

기본 원칙에 충실하다면 지중해 식단은 한국식으로도 적용이 가능해진다. 건강식의 마지막 조건은 ‘한국인 특성에 맞는 식단’이었다.

“지방의 경우 좋은 불포화지방을 많이 먹는 것과 동시에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6의 비율이 중요한데요. 원시시대에는 오메가 3과 6의 비율이 1대1이었는데 문명이 발달하고 서구화되면서 오메가 3과 6의 비율이 1대 15~17을 넘게 됐어요. 우리나라 역시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오메가3는 너무 적게 먹고 오메가 6는 훨씬 많이 먹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몸에서 염증반응이 증가하고 혈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적절한 오메가 3와 6의 비율은 1대4 정도라고 했다. 오메가 3는 생선, 견과류 등에 풍부하고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씨 기름 등 주로 식용류로 사용되는 기름들은 오메가 6가 많다.

“지중해 지역에서는 항산화성분과 오메가 9이 풍부한 올리브유를 많이 먹기 때문에 다른 오일을 통한 오메가 6의 과도한 섭취를 막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올리브유만 찾을 필요는 없어요. 우리나라 음식으로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어요. 오메가3가 많은 들기름이나 생선, 견과류 등을 자주 먹고 가급적 식용유 사용을 줄이면 됩니다.”

곡물이나 채소도 마찬가지다. 서양식에서 많이 볼수 있는 샐러리나 퀴노아, 귀리를 먹지 않아도 시금치나 부추, 가지, 마늘과 잡곡 등을 이용하면 지중해 식단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지중해식단을 한국식으로 개발한 음식들[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하지만 일상 밥상에서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적용하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근거가 뒷받침된 지침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와 사망률과의 연계성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한국인의 사망률을 가장 낮출 수 있는 식단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밥상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은 살짝 낮추고, 이를 지방과 단백질로 채우는 구성으로 영양소 비율(탄수화물 5: 지방 3: 단백질 2)을 맞췄어요. 여기에 지중해 식이의 장점을 살렸죠. 실제 개발된 식이를 유방암이나 고지혈증 환자에게 제공하는 임상 연구를 실행했는데요. 비만도가 개선되고 유방암 재발과 관련된 대사지표들이 호전됐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등 좋은 효능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개발된 한국형 지중해 식이의 장점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최근에는 ‘마흔 더이상 살찌지 않는 식단’이라는 저서도 발간했다. 책에는 ‘두부선’ 이나 ‘한치구이 샐러드’, ‘새우장 올리브 김밥’ 등 한국식으로 개발된 지중해 식단 레시피도 소개돼 있다.

한국인에 맞는 ‘K-뉴트리션’ 연구 필요

이 교수는 영양학자가 아니라 환자를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이지만 건강한 대중과 환자를 위한 식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환자에게 자주 하는 조언 역시 “음식은 약이고, 운동은 밥”이라는 말이다.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매일 밥먹듯이 운동하라는 의미다.

 

“지금도 심장혈관질환, 당뇨병이 있거나 유방암, 대장암을 경험하신 환자분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물어봅니다. 답변을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를 근거로 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해답을 제공하는 ‘메디컬 뉴트리션(Medical Nutrition, 영양 의학)’ 분야는 현재 초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요.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유럽 지중해 식단의 효능을 묻고자 찾아간 자리였지만 인터뷰가 끝난 시점에는 한국인에 맞는 식단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K-푸드’의 전파에서 이제는 한국인 특성에 맞는 ‘K-뉴트리션’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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