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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수인 셰프 “건강한 한끼 위해…오늘도 사명감 갖고 주방으로” [셰프열전]
  • 2021.03.30.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웨이루’ 총괄셰프
10대때 화교 친구의 짬뽕요리 먹고 ‘충격’
20살 역삼동 중식당 ‘대려도’에서 시작
후덕죽 스승님 가르침 새기며 35년째 요리
웨이루의 백미는 전취덕 방식의 ‘베이징덕’
중국 본토 4대 요리 모두 선보일 것

양수인 웨이루 총괄 셰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제공]

[리얼푸드=신소연 기자] “35년째 주방에 들어가고 있지만 매일 나의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요리사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들의 건강하고 맛있는 한끼를 위해 항상 겸손하고, 늘 공부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호텔이 재개관하자 반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텔 34층에 자리한 모던차이니즈 레스토랑 ‘웨이루(味樓)’도 호텔 오픈과 함께 다시 손님맞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맛의 누각’ ‘맛의 정점’이라는 웨이루의 뜻처럼, 이곳의 담백하고 건강한 산둥요리와 베이징요리를 좋아하는 고정팬이 많았다.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양수인 총괄 셰프는 “책임 셰프로서 긴 공백에 대한 긴장과 초조함이 있었는데, 웨이루 재오픈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까지 손님들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양 셰프에게 중식은 어렸을 때부터 ‘공기’와 같은 존재였다. 화교 출신인 부모님이 지방에서 중식당을 운영하신 덕에 중식이 귀하던 1970년대에도 쉽게 중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중식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친구 덕이 컸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서울 연희동 소재 화교학교에 다니던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만들어주던 짬뽕 맛에 매료돼 음식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양 셰프는 “당시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친구가 집에서 만들어준 짬뽕이 너무 맛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며 “중식이 더는 부모님의 요리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해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34층에 위치한 중식당 '웨이루' 모습.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제공]

스무 살 청년이었던 양 셰프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곳은 지금도 중식으로 유명한 서울 역삼동 소재 ‘대려도’다. 이곳에서 2년간 일을 배운 후 1988년에는 신라호텔 ‘팔선’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데, 이곳에서 한국 중화요리계의 대부인 후덕죽 셰프를 만나게 된다. 후 셰프는 ‘팔선’을 국내 최고의 중식당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으로, 한국 조리업계 최초로 호텔에서 임원을 달기도 했다.

후 셰프가 당시 요리 초보였던 양 셰프에게 “왜 요리사가 되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어린 마음에 “공부하는 게 싫어서요”라고 답했다. 양 셰프의 치기 어린 대답을 들은 후 셰프는 크게 웃으며 “요리사는 의사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며 “다양한 식자재와 특성, 그에 따른 맛있는 요리법, 플레이팅하는 예술감각, 체력적인 노동까지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훈련해야 하는 종합예술인”이라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양 셰프는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운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후 셰프의 말을 뼛속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덕분에 35년차 요리사인 양 셰프는 아직도 매일 주방에 들어갈 때마다 늘 긴장한다. 손님의 건강한 한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그는 “의사가 아프고 나서 고치는 사람이라면, 요리사는 손님이 아프지 않도록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요리사는 이 같은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늘 초심을 잃지 않도록 겸손하고, 늘 공부한다”고 말했다.

‘웨이루’ 대표 메뉴인 베이징덕 껍질을 자르고 있는 양수인 셰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제공]

그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요리는 웨이루의 3대 메뉴 중 하나인 ‘베이징덕’이다. 미식가로 손꼽히는 청나라 황제 건륭제가 즐겨 먹었던 요리로, 오리를 통째로 화덕에서 3~4시간 훈제해 속살은 부드럽고 껍질은 바삭하다. 베이징덕은 장작을 패 직접 굽는 전취덕 방식으로 요리한다. 처음 이 메뉴를 선보일 때 중국 현지 레스토랑과 같은 화구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양 셰프는 현지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오픈 전까지 100여마리 오리로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이 메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돼지갈비 튀김’과 ‘마늘향 소스 바닷가재’도 자신 있는 요리 중 하나다. 핏물을 뺀 돼지갈비를 특제 양념 소스로 12시간 재워 30분간 쪄낸 후 튀긴 돼지갈비튀김은 시간과 공이 들어가는 메뉴인 만큼 갈비 본연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마늘과 대파, 생강 등으로 만든 소스를 얹어 내놓는 바닷가재요리 역시 남녀노소 인기가 많다.

양 셰프는 “그간 중식이지만 느끼하지 않고 건강한 산둥요리를 고객들에게 선보여왔다”며 “앞으로도 중국 본토의 4대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본토 메뉴는 쓰촨요리인 ‘구전대장(九轉大腸)’과 ‘부용닭 민찌스프(芙蓉鷄片)’, 배추로 만든 ‘연꽃수프(開水白菜)’, 광둥요리인 ‘취피소육(脆皮燒肉)’과 ‘돼지삼겹살 바비큐’, 장쑤성 요리인 ‘국화두부탕(菊花豆腐湯)’ 등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직 웨이루가 고객과 만난 것은 5년 남짓이지만 서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식당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웨이루’의 시그니처 메뉴인 ‘마늘향 소스 바닷가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제공]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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