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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장이 관건’ 코로나 시대, 존재감 높아진 친환경 식품 포장
  • 2020.12.10.
-코로나 확산 이후 친환경 포장의 중요성 대두
-에코 라벨ㆍ친환경 아이스팩 등 환경 고려한 혁신 제품들 나와
-전문가들, 기업의 환경 의식 대응은 소비자의 신뢰얻을 것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쓰윽~’ 먹고 난 두유 유리병 라벨을 제거하는 소리다. 한 번의 손놀림으로 병에 붙은 라벨은 ‘슥’ 하고 벗겨진다. 용기가 재활용되려면 동일한 재질끼리 분리돼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해당 제품은 무척 편리하다. 소비자의 분리수거까지 고려한 친환경 포장 방식이다.

‘에코 라벨’을 붙인 정식품 ‘베지밀 검은콩 두유’ [사진=육성연 기자]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친환경 포장 식품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혁신’ (innovation)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면서 식품 포장에서도 친환경적 혁신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포장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한 소비자에게 제품 선택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포장을 원하는 시대=이전까지 맛과 영양은 식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장 역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성향은 나타난다. 포장 공급업체인 ‘쇼어’(Shorr)가 미국 소비자 1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팬데믹의 영향으로 소비자 3명 중 2명은 앞으로 식품 라벨이나 포장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7%가 “지난 3개월간 낯선 브랜드를 포장에 의존해 선택했다”고 답했으며, 75%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 환경에도 좋은 포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응답자의 58%는 “재활용 가능 포장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식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으며,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46%에 달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트렌드인 ‘내추럴’(Natural)이 식품 성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최근에는 포장재 자체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친화적’(Eco-Friendly)을 내세우는 포장이 그것이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의 이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포장지를 뜯어내고 버리는 것이 일상적 ‘일’이 됐을 정도로 소비자에게 포장의 중요성은 성큼 다가온 문제다.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은 “식품포장재로 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환경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환경호르몬 분류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며 “코로나로 배달과 반조리 식품이용이 늘면서 재활용이 안되는 포장용기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벨 다시 붙이고, 페트병 색 빼고…달라진 기업들=앞서 언급된 제품은 최근 정식품이 선보인 ‘에코 라벨’ 병이다. 기존의 ‘베지밀 검은콩 두유’ 라벨을 떼어버리고 새로운 ‘에코 라벨’을 붙였다. 라벨을 쉽게 제거하도록 절취선을 넣고, ‘라벨을 병과 분리해서 재활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구까지 삽입하면서 자발적 분리배출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분리수거의 간편성을 도울뿐 아니라 분리수거가 잘못되어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막아줄 수 있다. 다 마신 음료병을 물에 정성들여 씻은후 재활용통에 분리배출 했을지라도, 안타깝게 이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다. ‘뚜껑’과 ‘라벨’을 따로 제거하지 않은 제품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분리배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아직 낮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에코라벨의 디자인 요소를 통해 분리배출 필요성을 알리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제품에 시범적으로 적용했으나 앞으로 친환경 패키지를 확대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코 라벨’은 소비자가 원하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일본 코카콜라의 경우도 천연수 ‘이로하스’에 에코 라벨을 붙이자 온라인 판매량은 이전보다 두 배 증가하며 호응을 얻었다. 코카콜라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음료 패키지를 수거해 100% 재활용하겠다는 ‘지속가능한 패키지(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코카롤라의 사이다 브랜드 ‘스프라이트’는 상징적인 초록색까지 포기했다. 색깔이 들어있는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무색 페트병으로 전면 교체됐다. 한국 코카콜라는 소비자가 올바른 플라스틱 분리수거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최수정 한국 코카콜라 대표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에 깊이 공감하며, 올바른 자원순환이 이뤄지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코카콜라 무색 페트병 [사진=한국 코카콜라]

배달 음식의 분리수거 문제로 떠오른 아이스팩 또한 연구가 한창이다. 신세계푸드는 사탕수수 펄프와 생분해 필름을 적용한 친환경 아이스팩을 출품해 올해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아이스팩은 땅속 분해까지 100년 이상이 걸리지만 해당 아이스팩은 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종이 아이스팩과 달리 재사용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식용 포장지 및 천연 포장지의 개발이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콩을 원료로 하는 잉크나 재생용기도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푸드 친환경 아이스팩 [사진=신세계푸드]

▶“지속가능성을 염두한 기업이 호응 얻을 것”=전문가들은 식품 기업의 이러한 환경 의식 대응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다고 본다. 문경선 유로모니터코리아 식품 및 영양부문 총괄연구원은 헤럴드경제 ‘2021 컨슈머포럼’에서 “지속가능성을 염두해 둔 제품들이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제지코팅 솔루션기업인 리페이퍼 측은 “소비자의 친환경포장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요구는 기업으로 하여금 즉각적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며 “기업의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기술개발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 평가에서 꼴찌 수준의 성적을 받으며 ’기후 악당’소리까지 들었던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정부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나서고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에는 플라스틱·일회용품에 대한 글로벌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플라스틱프리 제로 웨이스트‘(Plastic Free - Zero waste) 캠페인을 추진중인 친환경농업협회의 김영재 회장은 “잠깐의 편리함을 주는 플라스틱 포장재는 결국 돌고 돌아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해하고 자연과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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