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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한 장을 먹는다"
  • 2020.08.21.
-WWF “한 주간 우리가 먹는 미세 플라스틱, 신용카드 한 장”
-초미세 플라스틱, 혈류타고 돌면서 독성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나와
-트렌드 따라 혁신적인 친환경 패키징 내놓는 식품 업계들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 제품 구입과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 줄여야

[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한 주 동안 우리는 신용카드 한 장을 먹는다” 장난처럼 들릴 정도로 믿어지지 않지만 이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섭취량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이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2019)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한 주 동안 먹는 미세 플라스틱은 약 5g정도로 이는 신용카드 한 장과 같다. 한 달에는 플라스틱 옷걸이 무게에 해당하는 약 21g을 먹으며, 연간으로 보면 250g을 넘는다. 몸에 좋은 슈퍼푸드가 아닌데도 우리는 꾸준히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이후 식품의 안전성이 우선시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주 동안 우리가 먹는 미세 플라스틱은 신용카드 한 장(약 5g)과 동일 [사진=WWF 동영상 캡처] 
한 달간 우리가 먹는 미세 플라스틱 양은 플라스틱 옷걸이 무게(21g) [사진=WWF 동영상 캡처] 

▶초미세 플라스틱, 신체 기관에 정체시 질병 위험=우리가 가장 많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경로는 다름아닌 ‘마시는 물’이다. 이 연구에서 한 사람당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약 2000개로, 물을 통해 섭취하는 수(평균 1769개)가 가장 많았다. 이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이 주요 경로로 파악됐다. 이는 플라스틱의 오염 문제가 특정 식품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세 플라스틱 섭취의 주요 경로인 ‘마시는 물’ [사진=WWF 동영상 캡처]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과 바다 생물등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섭취한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나타나는 증상도 없다.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로 음식을 먹고 있는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단어에 무덤덤해진 부분도 있다. 하지만 거북이나 죽은 고래 위속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이라면 어떨까.

최근 미국 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학술회의에서는 우리의 모든 기관과 조직이 예외없이 초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돼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충격을 안겼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롤프 홀든 박사 연구팀은 기증받은 시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초미세 플라스틱이 혈류를 타고 돌다가 폐, 신장, 간과 같은 중요한 기관에 정체될 경우 석면처럼 발암성 물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미세 플라스틱’은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과 달리 1㎛ (마이크로미터)이하의 플라스틱으로, 혈관으로 들어가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다. 이번 연구에 대해 다이애나 코언 플라스틱 오염 연대(Plastic Pollution Coalition) 회장은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완전히 막을 수 없지만 가능한 포장되지 않은 음식을 구입하고, 유리나 세라믹, 금속 같은 플라스틱 이외의 용기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초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흡수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국내 연구도 나왔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 에 실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결과 초미세 플라스틱이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훼손하고 이는 다른 물질에 의한 독성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이 주류병·신소재’ 친환경 패키징 개발에 분주한 업계=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이 강조되면서 식품업계는 오랫동안 품에 안고 있던 플라스틱을 서둘러 빼놓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명으로 찬사받았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친환경 패키징의 가장 큰 ‘제거 대상’이 된 것이다. 이미 유럽은 친환경 패키징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우선 플라스틱의 재활용 방법이 있다. 영국 매체인 더그로서와 프랑스 아그로미디어 매체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공룡인 네슬레(Nestlé)는 지난해부터 생수 브랜드 비텔(Vittel)의 750㎖ 제품에 100% 재생 플라스틱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예 종이를 사용하면서 플라스틱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려는 업체도 늘어났다. 코카콜라 유럽(CCEP)은 새로운 공장 설비에 약 136조 원이나 되는 거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콜라의 비닐 포장을 종이 포장재로 바꾸고 있다.

고체가 아닌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종이도 가능할까.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기업도 등장했다. 지속가능성 패키징 테크놀로지 기업 ‘펄펙스 리미티드’(Pulpex Limited)는 세계 최초 100% ‘플라스틱-프리’ 종이 주류병을 개발했다. 식품업계를 자극한 이 종이병은 내년초 ‘조니워커’ 스카치 위스키의 제품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도 달라지고 있다. 아예 먹어서 없애는 기발한 커피잔도 나왔다. 프랑스 스타트업 따시오페(Tassiopée)의 ‘비스킷 커피잔’은 안에 초콜릿이 얇게 코팅돼있다. 뜨거운 온도에서도 모양이 변형되지 않으며 커피를 마신후 초콜릿 비스킷까지 먹을 수 있다.

비스킷 커피잔’ (좌), 세계 최초 100% ‘플라스틱-프리’ 종이 주류병(우)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신소재 개발도 눈에 띈다. 프랑스 스타트업회사 락팁스(Lactips)는 폐 우유로 생분해와 재생이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으며, 즉석조리식품을 만드는 플뢰리 미숑(Fleury Michon)은 포플러나무 재질의 용기를 개발했다.

식품 기업들의 투자도 앞다투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다국적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은 3년 동안 약 10억 유로(한화 약 1조 원)를 친환경 패키징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다국적 생활용품·식품기업 유니레버(Unilever)은 오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50%가량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시대에 더 중요해진 소비자 역할=이처럼 기업이 친환경 패키징을 선보이는 것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이윤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의 보다 경쟁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제품 ‘선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소비자는 이러한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도 향상됐지만 동시에 전염병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택배나 배달음식 등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몫도 크다. 홍나희 WWF 코리아 기업파트너십 과장은 “최근에 늘어난 배달음식 가운데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포크, 수저 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과대포장 제품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쓰레기 배출에도 신경써야 한다. 홍나희 과장은 “쓰레기도 아무곳에나 버리지 말고, 분리배출시에도 올바르게 버려야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벨지와 뚜껑은 떼어서 분리배출하고, 투명 페트병은 따로 분리하는 일 등이다. 마르코 람베르티니(Marco Lambertini) WWF 사무총장은 “플라스틱은 바다와 수로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을 죽일뿐 아니라 신체도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몸이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싶지 않다면 해마다 자연으로 흘러나가는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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