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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인간행동 수정이론과는 맞지 않는 부동산 정책
  • 2020.08.14.

인간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정신의학에서 시행하는 행동수정요법이 있다. 학습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은 그 행동에 의한 결과나 환경에 의해 바뀐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미국의 스키너(B. Skinner) 그룹의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 이론에 의하면, 유기체의 행동은 행동의 결과를 포함한 주변환경에 의해 조절되고, 행동의 변화는 행동 뒤에 나타나는 결과가 처벌적이냐 강화적이냐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가 벌을 준다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점차 줄어든다. 이에 비해 칭찬해주면 점점 그 행동이 강화된다. 그런데 조작적 조건 형성이 선행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의 연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조작적으로 조건 형성된 행동은 지속적이지 않다. 즉, 이미 조건 형성된 행동의 소거(extinction)가 발생한다. 조작적 조건 형성에서의 소거는 선행 행동에 대한 강화가 주어지지 않아 행동과 결과의 연합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스키너 이론은 현재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등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KB국민은행 아파트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이전 정부에서 29% 증가한 것에 비해,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가구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12.13년이 걸린다고 한다. 패닉바잉이라는 말도 만들어 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지금 아니면 집을 살수 없다는 심한 공포에 의해 일단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을 사고 보는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쏟아내고 있는 부동산정책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이론인 스키너의 이론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집값 폭등의 원인을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다주택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이 실거주용 집 1채만 두고 나머지를 모두 팔게 만드는 정책을 주로 사용하고, 그 방법의 하나로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처럼 집값 안정을 위해 23번째 정책까지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스키너의 이론을 적용시켜 보자면, 국민은 정부가 정책을 낼 때마다 집값이 떨어지기는커녕 계속 오른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했다. 정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집값이 안정되기보다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결국 집을 빨리 사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이 강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스키너의 이론에 따라 이러한 매수자의 행동을 소거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점에서 강화된 행동을 소거하기 위해서는 자극이 없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해 정부에서 당분간 아무런 정책을 내지 않아야 소거를 통해 행동이 정상화된다.

징벌적 조세정책에 이어 강력한 부동산감독기구 설치까지 고려하는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정부에서 정책을 내지 않고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것이 국민들을 정상적인 행동으로 돌아가게 만들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그동안 인간행동의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정리한 인간행동변화의 이론과 맞는 정책일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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