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Read
  • 피플
  • “커피는 기호식품인데 왜 기호대로 주지 않죠?”…이승훈 UCEI 대표
  • 2019.04.2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국내 바리스타의 선구자’ 이승훈 UCEI 대표
- “커피는 개인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야…”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국내 라떼 아트 창시자. 벌써 20년도 넘은 이야기다. “그 땐 선배들한테 많이 혼났어요. 커피에 왜 장난을 치냐. 이게 뭐하는 짓이냐…그런 이야기를 들었죠.” 이승훈 통합커피교육기관(UCEI) 대표(한국커피연합회 산학협력교육위원장)는 국내 바리스타의 선구자로 불린다. ‘라떼 아트’라는 말도 생소하던 시절, 국내에선 처음으로 ‘라떼 아트’를 시작했다. 

이승훈 UCEI 대표는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커피는 너무 단조롭다”며 “개인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커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제가 엔지니어 출신이거든요. 에스프레소 머신과 같은 커피 기계를 다뤘어요. 기계를 구입한 카페에 교육을 가면 아무리 기계를 잘 고쳐도 커피 맛은 인정해주지 않더라고요. 엔지니어의 커피는 맛이 없다는 거죠.” 그 시절 젊은 혈기에 외국에서 활발해진 라떼 아트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승훈 대표는 정통파였다. 요즘처럼 화려한 그림이 아닌 나뭇잎, 토끼, 하트와 같은 소박한 그림을 커피 위에 그렸다. 기계를 고치러 나가 라떼 아트까지 가르치자, 카페에서도 대우가 달라졌다. “처음엔 욕도 많이 먹었는데, ‘눈으로 먹는 커피’라며 라떼 아트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생소한 분야의 개척자였던 만큼 언론의 관심도 컸다. ‘세상의 눈’에 이 대표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TV 특종 놀라운 세상’과 같은 프로그램에 달인처럼 등장했다. 이 대표의 커피 인생은 그 이후 ‘교육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라떼 아트’를 시작한 이승훈 대표의 그림들 [UCEI 제공]

최근 열린 서울커피엑스포. ‘나만의 카페’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과 커피업계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곳에서 이 대표는 무료 컨설팅을 진행 중이었다. 개인 카페부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편의점 카페까지 넘쳐나는 때에도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요즘 커피업계는 어떻게 매출을 올리냐는 이야기 뿐이에요. 창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의 가장 큰 고민도 그거예요. ‘카페가 너무 많은데, 지금 열어서 될까요?’ 그럼 전, 된다고 이야기해요.”

커피업계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8년. 지난 수십년 크고 작은 변화를 온몸으로 맞았다. 이 대표는 “최근엔 인건비는 오르고, 시장성은 줄어들면서 개인 카페들은 너무나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솟아날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되, 장점을 살린다면 어디에나 길은 있다.

이 대표는 “요즘에는 커피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바야흐로 커피 페어링 시대. 커피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먼저 찾고, 디저트에 맞춰 커피의 종류를 선택하는 때가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장 중심이 되는 메뉴를 지키는 거예요. 던킨 도너츠에서 도너츠가 맛이 없으면 커피가 팔리지 않아요. 커피 전문점에서 아무리 많은 디저트를 판다고 해도 커피가 맛이 없으면 안 팔려요. 그런데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은 커피가 너무 단조로워요.”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이승훈 UCEI 대표(오른쪽)가 창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한국인의 1인당 연 평균 커피 소비량은 512잔(2017년 기준). ‘커피 공화국’이라 할 만큼 소비량은 많지만, 한국인이 생각하는 커피의 맛은 천편일률적이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커피 맛은 딱 두 가지예요. ‘진하냐 연하냐, 쓰냐 안 쓰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볼까요? 탐앤탐스는 덜 쓰고 연한 커피, 카페베네는 덜 쓰고 진한 커피, 이디야는 쓰고 연한 커피, 스타벅스는 쓰고 진한 커피를 내놓고 있어요. 커피는 기호식품인데, 사람들의 기호대로 주지 않고 정해진 것을 주는 거죠.”

그는 아메리카노 하나로도 36가지의 맛을 낼 수 있고, 36가지의 커피 맛을 내게 되면 36가지의 입맛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개개인이 가진 입맛에 따라 주는 것이 아닌 정답을 내려놓고 커피를 만드니 사람들은 커피를 쓰다고만 생각하는 거예요. 아메리카노라고 해서 한 가지로 통일하는 것이 아니라, 물의 양과 원두의 양을 조절해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이 대표는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고 강조한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커피’의 맛에 집중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기호식품’인 만큼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는 것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저마다의 입맛을 맞춰야 소비자들은 자신의 ‘커피 취향’을 찾아가게 된다. 커피를 ‘기호식품’답게 마시게 된다.

“바리스타는 요리사예요. 같은 재료를 쓰는 데도 맛이 다른 것은 요리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죠. 바리스타가 저마다 각기 다른 기호에 맞춘 커피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나게 돼요. 음식은 맵고 짠 것을 구별하고 맛이 없으면 항의를 하는데, 커피는 왜 컴플레인하지 않고 주는 대로 마시나요? 중요한 것은 내 입맛을 찾는 거예요. 그래야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shee@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