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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하는 라면 시장…라면도 건강하게, 지금은 ‘건면’ 시대
  • 2019.04.19.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대단하다. 인스턴트 시장 규모로 본다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다음이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월등하다. 2016년 기준 76.1개(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 집계). 2012년 72.4개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건강’과 ‘웰빙’ 트렌드가 시작되며 업계 전문가들은 한 때 국내 라면 시장이 위축되리라 점쳤지만, 국내 라면 시장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라면 시장의 소비자들은 그 어떤 식품을 고를 때보다 까다로운 면모가 발휘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는 “라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에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강하게 느끼는 까다롭고 세련된 입맛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로 인해 라면업계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면업계는 고전 제품들이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신상 라면들이 줄줄이 등장해 다양성을 갖추게 됐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이하 푸드비즈랩)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라면업계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농심과 오뚜기가 내놓는 신상품의 개수는 과거 10여년을 압도한다. 1980년~1990년 10년 동안 연평균 3개, 2000년~2015년까지 연평균 4.6개의 신제품을 내놓던 두 기업은 최근 3년(2016~현재) 사이 연평균 13.5개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부동의 강자였던 ‘신라면’의 왕좌는 점점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FIS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신라면은 2015년 1분기 19%에서 2018년 1분기 16%로 늘었다. 대신 이 기간 판매된 라면 브랜드 톱10 이외의 라면 구매 비중은 2015년 34%에서 2018년 40%로 늘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전 세계의 불닭볶음면(삼양) 열풍은 대단했다. 국내에서는 특히 까르보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았다. 출시 한 달 만에 1100만 개 이상을 팔아치웠다. 2018년 1분기엔 스토어브랜드 라면 판매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출시된 오뚜기의 쇠고기 미역국 라면은 출시 40일 만에 500만 개를 돌파했다.

푸드비즈랩은 “스토어 브랜드 라면의 약진은 PB 라면이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나타난 결과이며 새로운 신제품이 등장하며 각종 관능 테스트와 먹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 라면업계는 또 한 번 진화했다. 지금은 ‘건면 시대’다.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성’이 높아지며 국내 라면 시장도 서서히 달라졌다. 올해에는 눈에 띄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푸드비즈랩에 따르면 국내 건면 시장은 1969년 최초로 태동했다. 하지만 2010년까지 소비 비중은 미미했다. 그러다 2011년 풀무원이 건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현 생면식감)를 내놓으며 소비자들도 서서히 관심을 보이기 기작했다. 2015년엔 719억 원 규모였던 국내 건면 시장은 지난해 1410억 원으로 치솟으며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농심에서는 지난 2월 신라면 건면을 출시, 한 달 만에 800만 개를 넘게 팔았다. 신라면 건면의 열량은 봉지당 350㎉로 신라면 블랙(575㎉)보다 40%나 적다. 농심에선 지난해만 해도 전체 생산라면 중 건면의 비중은 약 5%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이 비중을 1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신라면 건면의 인기에 농심에선 지난달 부산 강서구 녹산공장에 신라면 건면 생산라인을 추가했다. 제품 생산량을 하루 최대 21만 개에서 43만 개로 두배나 늘렸다. 

풀무원도 건면 브랜드 ‘생면식감’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충북 음성라면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하루 최대 17만 개에 그쳤던 생산량은 37만 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건면’의 성장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일본의 라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조 원. 이 중 비유탕 건면 비중은 2011년 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5%(한화 약 1조 5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비유탕 건면시장 비중은 일본의 2011년과 비슷하지만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국내 1, 2위 라면업체들이 시장에 속속 입성하면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라면에 대한 소비자 입맛과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건강하고 살이 덜 찌는 라면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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