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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클립!]운동선수들은 어떻게 인간 한계를 극복할까
  •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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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서도 음식과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것은 물론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다룬 책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알짜 지식을 리얼푸드가 ‘북클립!’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무엇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짓는 가에 대해 연구한 알렉스 허친슨의 책, ‘인듀어’입니다.


1991년 미네소타대 마이클 조이너 박사는 장거리 선수가 인간의 유산소 능력과 달리기 효율, 젖산역치 등에서 완벽하다면 얼마나 빠른 기록을 낼 수 있을지 계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 가상의 선수는 42.195km를 1시간57분58초에 주파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 기록은 2014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 선수가 세운 2시간02분57초다. 조이너가 도출한 기록과 2분9초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2017년 5월6일 나이키가 2시간대 벽을 깨기 위해 진행한 ‘브레이킹2’프로젝트에서 케냐의 앨리우드 킵초게가 2시간 25초를 기록, 꿈의 기록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달리기 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란 이색 이력을 지닌 알렉스 허친슨은 저서 ‘인듀어’에서 인간의 한계, 지구력의 비밀이 무엇인지 파헤쳐 나간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가’는 스포츠 기록의 역사가 말해주지만 막상 지구력의 한계란 어떤 상태인지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심박수, 폐활량, 젖산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맥길대 3학년 장거리선수였던 허친슨은 답보상태인 기록 때문에 포기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기록이 잘 나오지 않기로 유명한 셔브룩 트랙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한 그는 의미없는 경기에 최선을 다해 뛸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가능한 한 가벼운 마음으로 달려 다음 주에 열릴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 놓기로 한다. 그런데 앞서 열린 여자 1500m 경주에서 같은 육상부 소속인 템브라 던이 전력질주 끝에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것을 보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을 갖는다. 그 결과 허친슨은 예상치 못한 전무후무한 개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 후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 됐지만 그는 무엇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10여년 넘게 과학자들과 운동선수들을 인터뷰하고 최신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심리학과 생리학을 넘나들며 찾아낸지구력의 한계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연구는 인체를 기계와 동일시 하는 관점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관점으로 나뉜다. 한쪽은 지구력의 한계가 근육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거나 연료 탱크가 텅 비었을 때 찾아온다는 관점이고, 다른 쪽은 도전을 포기하는 이유가 자발적 선택, 혹은 뇌의 보호 매커니즘의 작동 때문이라고 본다.

지은이는 몸이나 마음 어느 한 쪽 보다는 둘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본다. 따라서 지구력의 한계도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이는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신경과학자 마틴 폴러스의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폴러스는 일반인과 고도의 훈련을 받은 해군 등을 대상으로 원통형 구멍에 들어가 산소를 제한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반인 그룹은 산소부족을 느끼는 순간 공황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지만 훈련으로 육체와 정신을 단련한 참가자들은 오히려 인지능력이 향상되며 주어진 상황을 잘 이겨냈다. 지은이는 자신이 직접 참여한 뇌의 피로도를 올리는 식으로 진행되는 뇌 지구력 훈련, 뇌전기 자극을 소개해 놓기도 했다.

책에는 한계를 끌어올리는 사람들의 얘기와 뇌의 지구력 저장고를 파헤치는 수많은 실험들이 들어있다. 4000킬로미터 사이클 대회에서 다리가 말을 듣지 않자 “다리야, 닥쳐 ”라고 외친 뒤 경기를 완주해낸 사이클 선수 옌스 보이트, 바다 한가운데서 아들을 30분 동안 물 위로 들어올려 구조시킨 장거리 선수 리아넌 헐 등 평소에는 불가능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사례들을 들려준다. 운동선수들이 훈련시 사용하는 각종 속임수와 마음챙김 훈련, 할 수 있다는 믿음 등 뇌와 마음훈련을 통해 일반인도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인듀어/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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