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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채식생활]식탁 위의 작은 혁명가들 “채식하면 이런 기쁨이”
  • 2018.05.07.
-채식인들의 솔직한 식탁 이야기, 채식 모임에 다녀오다  
-채식은 신체적 건강ㆍ적극적 라이프스타일ㆍ가치관에도 영향 미쳐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노란 불빛이 켜진 원목 테이블에 작은 혁명가들이 모였다. 매 끼니마다 식탁위에서 음식으로 세상의 혁명을 꿈꾸는 이들이다.
 
지난 4월 말의 이른 저녁,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비건카페 ‘뿌리온더플레이트’에서는 카페를 운영중인 강대웅ㆍ이윤서 부부와 서울대 채식동아리 ‘비지모’ 회원들이 모여 채식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채식을 통해 얻은 기쁨은 생각보다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신체적 건강과 라이프스타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식은 단순한 식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이 됐다. 건강한 음식이 더 좋은 사회로 넘어가는 ‘통로’가 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채식은 그래서 가장 좋은 혁명수단이다. 채식하는 삶을 통해 변화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서울의 한 비건카페에 모인 채식인들, 이날 모임에서는 채식후 달라진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체중감소나 피로개선 등 채식을 한 후 신체적으로 변화가 생겼다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차이가 느껴질만큼 달라진 점이 있나.
 
정윤지 (24, 대학생) : 작년부터 페스코(pesco, 고기만 먹지 않는 채식인)를 시작했는데, 변비가 없어지고, 피부도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좋아진 것을 느낀다.

이유나 (20, 대학생) : 페스코를 시작한 지 한 두달만에 살이 좀 빠졌다. 변비로 고생했는데 증상이 사라졌고, 몸도 더 가벼워졌다.
 
이윤서 (34, 비건카페 운영) :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 오래 시달렸던 건선피부질환이 현미 채식과 자연치유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나아졌다. 

채식 모임에 참가한 김현지 서울 채식 동아리 회장(좌)과 동아리 회원인 이유나(우)

-음식에 따라 정신건강이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들은 많이 나와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 비타민 D, B 처럼 식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영양소들은 정신건강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식을 하면서 실제로 느껴진 정서적 변화가 있었나.
  
김현지 (20, 대학생) : 지난해부터 채식을 시작한 후, 현재는 비건(vegan, 고기는 물론 유제품과 생선도 먹지않는 완전 채식인) 식단을 지키려 노력 중이다. 1년 넘게 채식을 하면서 마음에 평안이 생기고, 행복감을 더 느끼고 있다. 이전에는 다이어트 강박증으로 음식 스트레스가 있었다. 먹고 싶은 욕구와 참아야 하는 갈등이 늘 있었고, 막상 케이크를 먹어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서부터 이러한 내적 갈등과 후회가 사라졌다. 억지로 못 먹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진실을 알고난 후, 나에게 고기는 더이상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
 
식탁위에 맛있게 차려진 채식 음식들(사진=뿌리온더플레이트)

-채식을 하기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채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도 달라졌을 것 같다. 바뀐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면?
 
김현지 : 채식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알리고 싶어졌다. 리더로 나서는 성격이 전혀 아닌데도 이 때문에 채식 동아리 회장까지 맡게됐다. 살면서 뭔가 하고 싶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정윤지 : 라이프스타일이 능동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적극적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일은 삶을 능동적으로 바꾸게 한다. 그러다보니 쓸데없이 남의 눈치를 보는 행동도 줄어들었다.
일상에서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평소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가족중에 채식인은 나밖에 없어서 직접 채식요리를 하게 됐다. 장을 봐서 가족에게 채식요리도 선보이다보니 점점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김현지 : 온실가스 감소 등 채식이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채식을 하면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카페에서 머그컵을 사용하는 등 이전에는 나와 큰 상관이 없다고 여기던 작은 일에도 신경이 쓰인다. 요즘에는 젊은층일수록 환경이나 동물권때문에 채식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정윤지 : 비슷한 흐름이다.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전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뿌리온더플레이트’를 운영중인 강대웅ㆍ이윤서 부부

-신체부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까지, 채식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폭넓은 것 같다. 몸과 정신, 행동이 바뀌면 가치관도 달라질 듯 싶다.
 
강대웅(37, 비건카페 운영) :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생각없이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선택하고 행동하며 살게 됐다.
 
김현지 :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기를 안 먹어도 문제가 없었고, 환경을 해치는 생활용품들은 꼭 사야하는 가치로부터 멀어졌다. 많은 것들이 내 삶에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맘은 더 편해졌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었다. 채식을 하는 순간 나 역시 소수자가 됐기 때문이다. 자본 앞에 소수자의 권익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저마다 다른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윤지 : 소수 의견을 들으려는 태도가 생기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전보다 장애인이나 노인 분들의 삶을 관심있게 바라보게 됐다.
 
이윤서 : 건강이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회복된 후에는 나외에 환경과 동물을 바라보는 세계관으로 확장됐다. 자연스럽게 나타난 과정이었다. 현재는 음식뿐 아니라 거기서 파생된 마음과 생활방식 등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진=뿌리온더플레이트

▶ 여러 이야기를 통해 음식은 단순한 식단의 의미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신에게 채식은 어떤 의미인가.
 
이유나 : 나를 소개할 때 꼭 들어가는 것.

정윤지 : 세상에 호기심을 갖게 만든 방향.
 
김현지 :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 라는 마음을 갖게 한 것.
  
사진=뿌리온더플레이트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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