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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짜가, 공짜가 아니다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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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여러분이 평생을 살면서 공짜로 받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단골 식당사장이 서비스로 준 녹두전 한 조각일까‘. 오늘도 파이팅’이라며 친구가 보내 준 커피 한 잔의 모바일 쿠폰일까. 톡 까놓고 말하면 이들은 공짜가 아니다. 내가 먼저 잘 팔아 주는 고객이 되어 식당 사장과 돈독한 정을 쌓았고, 친구에게 사랑과 관심을 나누고 베풀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주고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닌가. 그렇다면 주지도 않았는데 받은 것이 과연 있을까. 바로 우리의 몸뚱이다. 3㎏이 넘는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숨기고 싶은 군살 안에 가려진 소심한 근육과 단단한 뼈까지…. 이 모든 것이 정말 공짜로 받은 내 것이다. 부모가 힘겹게 우리를 만들어,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이 몸뚱이를 공짜로 얻었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우리가 이 몸뚱이를 아주 형편없이 다루거나 무시 한다는 사실을…. 몸뚱이에 걸칠 소품과 가방, 몸뚱이를 실어 나를 승용차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상할까 노심초사 헝겊으로 싸 두고, 반짝반짝 코팅하고 윤도 내면서 과연 몸뚱이의 가치를 소중히 느끼고 잘 관리하며 살고 있는지를…. 큰맘 먹고 산 명품 핸드백이나 승용차에 흠집이 생길 때 수리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손, 발, 뼈나 뇌, 심장, 위장 같은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그토록 원하던 명품 핸드백 100개를 사고도 남을 돈이 순식간에 소멸될 것이다.“ 실비 보험을 들어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아프고 난 후 비용을 줄여 줄 뿐이다. 몸의 아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 달 전 퇴근길에 머리를 정돈하러 미용실에 갔다. 한 앳된 미용사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중화제를 바르고 있었다“. 그냥 만지면 손이 상할 텐데요.” “ 상할 만큼 상해서 괜찮아요. 3년 동안 서서 약품 바르는 훈련만 했을 때에는 손이 다 부르트고 손가락 마디가 다 아파서 매일 병원 다니고 진통제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피 나도 감각이 없어요.” “그래도 조심하세요. 너무 예쁜 나이인데….”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는 순간 젊은 시절 필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젊음이 영원할 줄 알았다. 혈관은 항상 따뜻한 맑은 피를 유지하고, 거친 음식
도 착착 소화해 내는 탱글탱글한 위장도 영원할 줄 알았다.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결혼한 필자에게 시아버지는“ 일도 잘하고 힘도 잘 쓰고 말랐어
도 수많은 일을 거뜬히 해낸다”며‘ 깡다구’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필자는 ‘깡다구’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정말 몸을 함부로 다뤘다. 어느 순간 식도염, 위염, 소화불량, 변비, 탈모, 생리불순, 요통을 친구인양 끼고 사는 초라한 여성이 돼 있었다. 바쁜 삶의 흐름 속에 몸뚱이를 함부로 굴려 가면서산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어리석고 무지했던 과거의 모습이지만,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세고 큰 매를 몇 대 얻어 맞은 지금은 좀 다른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자에게 1순위는 몸뚱이다. 소중한 몸뚱이가 가성비 좋은 성능을 유지하도록 건강한 1등급 음식을 먹고, 무리한 일에는 정중한 거절을 표하며, 수면의 질과 양을 관리한다.
과음을 부르는 무리한 만남을 자제하고 일상생활 속 움직임을 늘리려고 차도 판 지 오래다. 가끔 가족들에게 선언한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몸뚱이 잘 관리하는 중이야. 내 건강은 가정의 기둥이
잖아.”

욕심 많은 부자 할머니의 일화가 떠오른다. 백세가 되어 죽음이 다가옴을 느낀 할머니는 자신이 아끼던 100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꼭 갖고 죽고 싶었다고 한다. 한참을 고민 하다가 결국 그 반지를 삼켰다. 할머니가 죽고 화장을 하니, 그 자리에 다이아몬드 반지 한 개가 덩그러니 나왔다고 한다.
결국 죽을 때에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재물이다. 권력도 돈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욕이든 일 욕심이든 다 비난할 수 없는 욕심이지만, 그 무엇도 내 몸뚱이와 바꿀 수 없다. 당장 사용료는 없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어마어마한‘ 체납금’이 청구되는 우리의 몸. 여러분이 몸뚱이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마음 속에 각인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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