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계절성우울증 극복하기 ①] 계절성 우울증…햇볕 쬐며 하는 운동이 보약
  • 2018.02.27.
not
- 여전히 해가 짧고 일조량 부족한 늦겨울
- 생물학적 시계, 일조시간 부족하면 고장
-“주위 사람들과 여가 등 공유하면 도움돼”

#주부 심모(52) 씨는 이달 들어 날이 추워지면서 계속 만사가 귀찮고 피로감이 심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가까이 고등학교 3학년 딸을 수발하느라 힘든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한숨 돌릴 만도 하건만, 소화가 안 되고, 자꾸 짜증만 나 잠만 청했다. 최근 심 씨는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아 본 결과 모두 정상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다.

취업 등 경쟁과 부동산과 가상화폐 등 한탕주의가 사회에 만연해지면서 최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울증 증상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이면 더 심해진다. 이처럼 계절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또는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한다. 겨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우울증’이라고도 불린다.

증상이 점점 심해져 겨우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심하면 여전히 일조량이 적은 늦겨울에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어 위험하다. 계절성 우울증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 일반 우울증과 달리 식욕ㆍ수면욕 증가=뇌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시계는 생활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시계’는 계절,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수천 년간 인간의 생활 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맞춰져 왔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게 되는 것도 바로 ‘생물학적 시계’의 역할이다. 이 같은 ‘생물학적 시계’가 ‘고장’이 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해 계절성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돼 있다”고 귀띔했다.

우울증은 본래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성 우울증도 일반 우울증처럼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에는 많이 먹는 것은 물론 단 음식과 당분을 찾는다.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 살이 찌게 된다. 서 교수는 “불면증을 겪는 일반 우울증 환자와 달리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게 된다”며 “때문에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 중 약 15%가 겨울이 되면 다소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서 교수는 “계절성 우울증은 대개 20대 이상이 되면 발생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교적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해가 짧고 일조량 부족한 늦겨울이어서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운동하면 도움이 된다. 지난 25일 오전 경남 밀양 밀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5회 밀양아리랑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햇볕 보며 운동하면 ‘행복 호르몬’ 분비 늘어”=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날마다 일정 기간 동안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 요법, 항우울제 투여 등을 활용한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우울감을 느낀다면 낮 동안 바깥 활동을 늘리고.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주위 환경을 바꿔 주면 좋다.

서 교수는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비타민 D가 생성돼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침에 일어나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는 것이 좋다”며 “낮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자는 습관을 들이고 균형적인 식생활에 신경 써야 한다. 비타민제 복용, 하루 8잔 정도의 수분 섭취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평소보다 야외 활동을 늘리거나 걷기, 조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 요가 등 가벼운 운동도 효과적이다. 서 교수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고, 에너지를 높여 주며, 정신적ㆍ신체적 만족감을 가져다 준다”며 “낮 시간에 실외에서 운동을 하면 햇빛을 쬐는 효과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도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 때에는 감정을 표현하고 분출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며 우울증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이 방법은 일반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가족, 친구, 이웃, 동료와 따뜻한 대화도 바람직한 치료법”이라며 “주위 사람들과 즐겁게 여가, 취미, 운동 등을 함께하면 더욱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울할 때 마시는 술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가. 우울증에 빠지면 뇌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술까지 마시면 뇌세포가 알코올에 의해 급속도로 마비돼 뇌 기능이 더 저하되고 우울증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특히 겨울에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살핀 뒤 계속 나빠지면 바로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