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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설, 원칙이 있다 ①] ‘결혼 언제해?’ 이런 요식적 인사말, 듣는 사람은 스트레스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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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증후군, 스트레스로 소화불량ㆍ두통 등 호소
-“가족간 재산 분배 등 이슈 되면 갈둥 더 첨예해져”
-“서로 단점ㆍ허물 대신 장점 바라봐주는 덕담 필요”

#회사원 조모(39) 씨는 본가에 가야 하는 이번 설 연휴가 달갑지 않다.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조 씨는 몇 년 전부터 명절만 다가오면 어지럼증과 소화불량을 겪어 왔다.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척들은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부터 묻는다. 조 씨는 “집도 있고 직장도 번듯한 네가 왜”라는 잔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다. 지난해 설에는 회사 동료 대신 당직을 서며 고향을 피했지만, 올해에는 또 어떤 소리를 들을까 막막하기만 하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평소 떨어져 지내던 가족, 친척, 반가운 동향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 씨의 사례에서 보듯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명절은 집안의 며느리, 실직자, 결혼이 늦은 자녀에게 정서적ㆍ육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신체적ㆍ정신적 증상을 명절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같은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결혼 언제 해” 같은 의례적 인사말도 듣는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절에는 갈등이 될 만한 이야기는 묻고, 서로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 같은 명절에는 가족, 친지들이 한꺼번에 모이게 된다. ‘○○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아직도 취직 못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의례적 인사로 건넨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명절 증후군을 부추길 수 있다. [헤럴드경제DB]

▶“명절 증후군, 여성에 대한 가사 노동 편중에서도 비롯”=명절 증후군이 시작되면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증후군이 생기면 신체적으로는 소화가 안되거나 구역감, 식욕 저하 등 소화기계 증상, 두통, 어지러움 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며 “불안, 두근거림, 답답함, 불면, 초조, 걱정, 무기력감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고 했다.

명절에는 평소 접촉이 드물고 간간이 통화만 하던 가족, 친지들과 비교적 긴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일에 부딪히가도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우선 사회적으로 평등한 노동과 대우를 받던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편중되게 담당하게 되면서 불쾌감, 좌절감, 우울감 등을 겪을 수 있다”며 “또 명절을 계기로 문화적ㆍ계층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던 친척과 어울리게 되면서 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 대화의 소재나 관심사를 공유하기 어려운 불편감을 겪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족 내 재산 분배나 경제적 도움 등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 첨예하게 갈등이 드러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평소 마음 속에 담아두기만 하던 상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게 돼 명절 자체가 서로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는 취직했다더라’ 같은 인사말은 피해야”=요즘은 불경기 여파와 사회적 긴장감 등으로 모두 더 예민해져 있는 시기다. 때문에 가족 간 갈등이 증가하지 않도록 명절 증후군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ㆍ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고사성어)의 태도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덕담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가족,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심코 던진 말는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상처 받지 않도록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며 대화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는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라’, ‘아직도 취직 못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같은 어쩌면 진정 덕담으로 생각해 건넨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해 결국 부메랑처럼 격한 표현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 사이에 이전부터 있었던 갈등에 대해서는 명절 기간만이라도 가급적 언급하지 않고 명절 이후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도록 미루는 것이 낫다. 대신 가족, 친지들끼리 지난 1년간 좋았던 일을 같이 축하하고 어려웠던 일을 같이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 정 교수는 “날이 춥고, 삶이 팍팍해지고, 긴장감은 증가하는 요즘에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비판보다 서로의 좋은 점을 더 바라봐 주고 앞날을 같이 기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덕담으로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진정한 덕담이 명절 증후군 없이 설 연휴를 정답게 보낼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정 교수는 “새해 첫날 좋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고, 복을 빌고 좋은 말을 많이 하고 들으면 일 년 내내 그러하다고 했다”며 “‘긍정적인 마인드가 행복한 상황을 끌어당긴다’는 의미다. 서로의 단점과 허물을 들춰내기보다 장점과 자랑스러운 부분을 세심하게 챙겨 주는 것이 명절 증후군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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