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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탕 대체’ 감미료, 알고보니 장염 주범이었나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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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감미료 ‘트레할로스’, C. 디피실균 장염 확산 주원인”
-미국서 연간 50만명 감염증 발생…30일 내 2만9000명이나 사망
-단맛 덜하고 동맥경화 억제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돼


설탕을 대체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다이어트를 생각하거나 당뇨 등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가 즐겨 찾아 온 감미료. 최근 미국에서 감미료가 악명 높은 장염 급증의 원인으로 여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베일러 의대의 로버트 브리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5년 동안 클로스트리둠 디피실(C. 디피실)균 감염증이 급증하고 증상이 매우 심해진 것이 감미료 트레할로스 섭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C. 디피실균은 인체의 장내(腸內)에서 자연적으로 일부 존재하지만, 과다 증식하면 장염. 설사 등을 일으킨다. 특히 장 감염증 등으로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상당수 환자에게 이 균으로 인한 심한 장염 증세가 나타나 병원과 요양원 감염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서만 2011년 기준으로는 연간 50만명 이상에게 이 균 감염증이 나타났다. 진단 후 30일 내에 2만9000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치료가 잘 안되고 재발이 잦다. 특히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이 균에 의한 감염증 발생률이 미국에서 2000~2007년 사이에 400%나 증가했다. 이후로도 세계적으로 발생 빈도가 점점 더 잦아지고 감염 시 나타나는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C. 디피실균 중 RT027ㆍRT078, 두 종류가 2000년대 이후 가장 지배적인 균종이 됐다. 플루오퀴놀론계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커진 것이 C. 디피실균 감염증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됐으나 유독 이 두 종류만 급증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이 두 균종은 다른 균종에게 필요한 트레할로스 용량의 1000분의 1정도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RT027 균종이 투여된 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저농도로 트레할로스를 섭취한 그룹이 섭취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감염률과 사망률이 훨씬 높았다. 이는 단순히 트레할로스를 섭취함으로써 쥐의 장속에 C. 디피실균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독한 균종 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2000년대 들어 C. 디피실균 감염증이 마치 전염병이 확산하듯이 급증하고 증상이 심해진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2000년 식품첨가물로 트레할로스 사용을 승인해줬기 때문으로 봤다. 이후 초밥에서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트레할로스가 설탕 대체 건강 감미료로 폭넓게 쓰였다. FDA 승인 3년 뒤부터 이 균종과 그로 인한 감염 증가가 이미 학계에서 보고된 바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브리튼 교수는 “C. 디피실균 감염증과 특정 균종 급증 배경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트레할로스가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서“인간이 섭취해도 완벽하게 안전한 대체 감미료라고 알려져왔던 물질이 예상 밖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레할로스는 버섯, 해조류, 수산물, 곤충 등에 있는 당(糖) 성분으로 추출이 어려웠다. 그러나 2000년 무렵부터는 전분 등을 이용해 값싸게 대량 생산되고 있다.설탕보다 자극적 단맛이 덜한 데다 세포의 노폐물 청소 기능을 촉진하고 동맥경화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뛰어난 보습 효과도 있어 화장품과 인공눈물 같은 안구 점안액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호에 실렸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사진> 설탕을 대체할 수 있으며, 안전하고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 감미료가 최근 미국에서 감미료가 악명 높은 장염 급증의 원인으로 여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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