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Read
  • 트렌드
  • 육즙이 줄줄…‘채식버거’는 채식주의자만 먹을까?
  • 2018.01.20.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해 식품업계의 ‘핫 이슈’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채식버거 생산 스타트업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에 한화 약 840억원을 투자한 일이었다. 채식버거는 고기를 대신해 식물성 육류(Plant-based meat)로 만든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 홍콩 재벌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도 임파서블 푸드에 투자했다. 채식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조짐이기도 했다.

지난 몇 해 사이 채식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대체 단백질 시장은 전 세계 경제를 이끄는 부호들을 움직이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09년 또 다른 식물성 육류 생산업체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세포 배양육 회사인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에도 투자하고 있다. 빌게이츠는 앞서 “육류 대용품이 미래 식량 자원을 주도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채식 시장의 성장을 점쳤다. 리카싱 회장 역시 채식 시장에 주목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는 임파서블 버거를 비롯해 미국의 동물성 프리 우유 스타트업으로 ‘실험실 우유’를 만드는 ‘퍼펙트 데이’에도 투자했다. 동물성 단백질 대체 시장의 양대 산맥인 대체육과 대체 우유의 강자를 모조리 잡은 셈이다. 

이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채식식품시장 규모는 10억 5500만 달러(약 1조 1878억원)으로 2015년보다 7.4%나 규모를 늘렸다. 홀푸드마켓은 2018년 미국 식품 시장을 이끌 트렌드로 ‘식물 기반 식품’을 꼽기도 했다.

대체육과 관련된 기술은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성장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첨단 기술로 식량 생산 방식을 바꾸는 산업은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식량 관련 벤처기업 투자는 2012년 2억5000만 달러(약 2850억원)에서 2015년 56억5300만 달러(약 6조 2900억원)으로 무려 30배 가까이 늘었다.

문 교수는 “비료와 제초제, 사료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식품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고,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은 대체육 개발에 중점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체육 시장의 산업가치는 상당히 높다. 현재 유제품과 축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조 5000억 달러(한화 약 1624조원)에 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육류 소비량은 현재보다 70%나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급증하는 육류 소비를 기존의 가축업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가 발표한 ‘가축-기후 변화의 잊힌 부문’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하고 있다. 보고서에선 “육류와 유제품 소비는 기후 변화의 주요 요인”이라며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식습관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요인은 채식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고기는 ‘진짜’ 못지 않은 ‘가짜 고기’다. 임파서블 버거는 고기와 같은 질감, 맛, 풍미를 지닌다. 패티의 소고기 맛은 소의 피에 들어있는 ‘헴(heme)’ 분자라는 사실에 기반해 식물성 헴을 넣어 실제 고기의 맛과 향이 비슷한 패티를 개발했다. 한 입 베어물면 육즙이 줄줄 흐른다. 2009년 출범한 비욘드 미트에서도 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해 고기의 질감과 육즙을 살린 상품을 팔고 있다.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코코넛 오일 등이 식물성 패티의 주요 원료다.

채식 버거들의 확장도 빠르다. 임파서블 버거는 지난해 출범 5년 만에 미국 대형 식품 유통 업체인 시스코와 US푸드 등과 계약을 맺고 유명 레스토랑에 납품하게 됐다. 비욘드 미트는 2017년 7월엔 미국 식료품 체인 크로커의 13개주 600여 개 매장에서 버거용 고기 패티인 ‘비욘드 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비욘드 버거는 매장 내 육류 코너에 소고기, 돼지고기 와 나란히 진열돼있으며, 미국 레스토랑 체인인 TGI프라이데이 매장 450여곳에서 판매 중이다.

사실 이 시장은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시장이 아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소비자 역시 채식주의자만은 아니다.

비욘드 버거의 세스 골드만(Seth Goldman) 회장은 푸드내비게이터를 통해 “비욘드버거의 구매자 중 70%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식물 기반 육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유기농이 주류가 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대체육은 이보다 빨리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hee@heraldcorp.com

[지금 뜨는 리얼푸드]
하루 1000칼로리 이하로 살아보기
지독한 독감에 걸린 내가 먹어야 할 이것!
과학자들이 인정한 체중 감량 음식들
대만서 히트상품 1위 오른 한국식품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