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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 위기’ 토종닭 복원…“종의 다양성과 종자 주권 지키는 일”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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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바야흐로 ‘1인 1닭’ 시대다. 국내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해가 다르게 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평균 닭고기 소비량(잠정치)은 13.9kg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2007년 8.6㎏에서 2010년 10.7㎏, 2013년 11.5㎏에서 지난해 다시 2.4㎏이나 늘었다. 특히 치킨의 인기가 높다. 치킨은 진작부터 ‘치느님’으로 승격됐고, ‘치맥’(치킨 + 맥주)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대한민국 치킨업체의 숫자는 3만6000개를 넘어섰다.

닭 소비량은 늘었지만, 우리가 먹는 닭의 혈통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국내에서 기르는 닭의 90% 이상이 수입산 종자다. 우리가 먹는 닭, 즉 고기를 제공하는 육계는 대부분 외국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산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그림 속에서나 보던 ‘토종닭’이 멸종 위기까지 갔기 때문이다. 


‘토종닭’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미 사라졌다. 당시 일본에선 조선의 농축산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개체들을 도태시켰다. 그 과정에서 도입된 외래종에 의해 토종닭은 경쟁력을 잃게 됐다. 해방 이후에도 생산성을 강조한 탓에 토종닭은 도태됐다.

‘생산성’의 측면에서만 보면 토종닭은 경쟁이 힘들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토종닭은 빨리 자라지 않는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키워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일반 육계는 먹을 만하게 자랄 때까지 27~28일이 걸리지만, 토종닭은 72일을 기른다.

토종닭 복원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다. 연구를 시작한지 20년 만이었던 지난 2008년 토종닭 복원은 마침내 성공했다. 하지만  A.I로 인해 힘들게 복원한 닭들은 또다시 사라졌다. 이후 2013년 다시 복원에 돌입했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회장은 “국립축산과학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전체 닭을 모아 유전자를 재조합해 토종닭을 복원했다”라고 말했다.

토종닭의 복원 과정은 험난했다. 이미 사라져버린 토종닭의 형질을 뽑아내기 위해 초기 연구자들이 참고한 것은 조선시대 민화였다.

문정훈 교수는 “조선시대 민화에 나오는 전통 재래닭의 생김새, 깃털, 색깔이 나올 수 있도록 여러 조합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토종닭 복원을 통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었으나, “생산성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연구자들의 고민이었다. “생산성을 너무 끌어올리면 애초 찾아내려한 토종닭의 형질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문정훈 교수)이다.

생김새가 달리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제대로 된 토종닭이 나오기 위해서는 “부모의 형질이 새끼에서도 75~80% 이상 고정돼야” 한다.

국내에서 토종닭을 구분하는 기준은 ‘혈통’이다. 이 ‘혈통’을 갖춰야 무수히 많은 외래종과 구분되는 것은 물론 토종닭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로선 ‘혈통’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기르는 방식’ 역시 토종닭으로 인정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정훈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품종은 물론 일정 부분 곡물 사료를 먹여야 한다거나, 어느 기간 이상은 방목을 해야하는 등 기르는 방식까지 인정 기준이 되고 있다”라며 “토종닭 역시 혈통은 물론 기르는 방식까지 기준으로 삼아 프리미엄 인증으로 가는 것이 소비자가 원하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정훈 교수 측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해당 사안을 건의한 상태다.

암수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유전자 하나하나를 재조합한 결과, 현재 복원 과정을 거쳐 토종닭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두 종류가 있다. ‘한협3호’와 ‘우리맛닭‘이다. 이 두 종류는 마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문정진 회장은 “토종닭 인정 마크는 토종닭협회의 인정위원회에서 부여하고 있다. 어느 부화장에서 어느 품종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 인증을 해주고 있다”며 “토종닭을 많이 파는 곳은 하루에 1000수까지 팔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닭은 ‘사라진 우리 닭’을 되살렸다는 것 이상의 복원 의의를 지닌다. 토종닭의 복원은 “종자 주권과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문정훈 교수)이다.

현재 육계의 종자를 제공하는 육종회사는 글로벌 독점 체제로 접어들었다. 문정진 회장은 “전 세계에 오리 육종회사는 4군데, 산란계(알 낳는 닭)는 2군데가 있지만, 육계의 경우 한 군데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육계 종자회사는 본래 3군데였지만 현재는 1군데로 통일된 상태다. 문 교수는 “글로벌 종자회사 하나가 완전히 독점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식량 전쟁까지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한국토종닭협회 측의 판단이다.

문 교수는 이에 “토종닭의 복원은 제대로 된 닭 품종이 없었던 우리나라의 종자 주권에 기여하고, 종자 선택권 없이 글로벌 종계 회사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농업인을 위한 일이자 기후변화나 AI 등으로 인한 육계의 멸종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종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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