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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촌동 요리선생의 맛비법…“그냥 엄마의 손맛 내놓을 뿐이죠”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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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맛집 우정욱 대표의 ‘수퍼판’ 가보니
-한식베이스 창의적 맛…다국식 가정식도
-까다로운 시아버지 입맛 맞추다 요리늘어
-“다음 세대에 ‘엄마의 맛’ 남기고싶은 욕심”

결국에는 편안함이 이긴다. 화려한 장식, 튀는 옷은 쉬이 질리게 돼있다. 좋은 소재, 꼼꼼한 재봉으로 잘 만들어진 옷은 길게 입어도 매일이 하루같다.

우정욱 선생의 요리도 마찬가지다. 질좋은 제철재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 그리고 탄탄한 손맛이 더해져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낸다. 이것은 편안하지만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요리 비법이다. 우정욱 선생은 3년전에 서울 이촌동에 ‘수퍼판’ 간판을 올렸다. 이곳에서 그는 한식을 베이스로 다국적 가정식을 선보인다.

우정욱 수퍼판 대표. 그는 일찍이 ‘이촌동 요리선생’으로 유명했던 인물로, 한식 베이스의 요리를 추구한다.

“셰프말고 그냥 솜씨좋은 엄마가 해준 집밥 같다면 좋겠어요.”

‘우 셰프님’이라는 호칭을 들은 우정욱 대표가 손사래를 친다. 그는 일찍이 ‘이촌동 요리선생’으로 유명했다. 요리를 전공하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저 ‘손맛 좋다’, ‘감각 있다’는 소리를 듣다 걷게 된 길이다. 그 세월이 벌써 20여년이다.

“스물아홉에 결혼했어요. 홀시아버지 밑에서 시집살이 좀 했지요. 아버님 입맛이 까다로우셨는데, 엄마 닮아 손맛이 좀 있던 저도 애를 많이 썼어요. 그때 요리가 꽤 늘었죠. 주변에서 잘한다 하다보니 요리선생을 시작하게 됐어요. 1990년대 중반부터 동네 주부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진짜 손맛이 생긴지는 5~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수퍼판 내부.
내공보다 겸손이 앞선다. 조근조근한 그의 말은 귀 기울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다 7년전 도곡동 카페 톨릭스(Cafe Tolix)에 메뉴 컨설팅을 했어요. 처음으로 메인셰프를 맡게 됐죠. 그때 남편이 이럴바엔 직접 요식업을 해보는게 어떻느냐고 해서 수퍼판을 열게 됐습니다.”

수퍼판은 수퍼마켓의 ‘수퍼’와 장소를 의미하는 ‘판’을 합친 이름이다. 수퍼처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드는 장소가 되겠다는 뜻이다.

세가지 메뉴를 추천받았다. 인기 ‘넘버원’이라는 사천식가지찜, 스테디셀러인 서리태 마스카포네 스프레드 그리고 문어 아보카도다. 메뉴는 모두 ‘우정욱 스타일’이다. 
말랑말랑하게 조린 서리태콩과 치즈를 섞어 만든 수퍼판 대표음식 서리태 마스카포네 스프레드.
사천식가지찜은 중국 가지찜을 한국적인 맛으로 재해석했다. 가지를 볶다가 기름을 버리고 다시 조리하기 때문에 중식 가지 요리에 비해 느끼함이 훨씬 덜하다. 이름은 사천식이지만 혀를 강타하는 매운맛 따위는 없다. 은은한 감칠맛이 돌면서 꽈리고추의 매콤함이 가지와 죽순, 소고기에 잘 배었다. 중독성은 땡초나 마라(麻辣)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밥도둑으로 명성이 높지만 술도둑으로도 자자하다.

서리태 마스카포네 스프레드는 ‘일단 시키고보는’ 메뉴로 유명하다. 말랑말랑하게 졸인 서리태콩을 마스카포네 치즈와 섞어 크림 형태로 낸다. 크래커에 발라 식사 내내 혹은 디저트로 즐기기 좋다. 서리태를 5L짜리 냄비로 나흘에 한 번씩 삶아도 동이 날 정도라는게 우 대표의 귀띔이다.

문어 아보카도는 예쁜만큼 맛도 좋다. 1시간 이상 수비드(밀폐된 비닐 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한 문어와 아보카도, 새우를 듬뿍 넣고 와사비드레싱에 무쳐낸 요리다. 톡톡 씹히는 문어에 아보카도의 리치한 질감과 키위의 상큼함이 조화롭다.

수퍼판의 한상 요리.

이밖에도 굴라쉬, 함박 스테이크, 라구 파스타, 하야시 라이스 등이 골고루 인기다. 생민어 포를 떠서 불고기양념을 버무린 민어불고기, 투플러스 한우 업진살과 아롱사태, 스지를 특제 다리미 간장과 프랑스산 트러플 소금에 곁들이는 수육, 활 전복을 소스에 조려낸 전복초, 통영에서 직송한 굴무침 역시 일미다. 철 따라 달라지는 재료로 우 대표의 오마카세(셰프에게 맡기는 요리)를 맛볼 수도 있다. 요즘은 수퍼판의 메뉴에 와인과 맥주의 마리아주로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 셰프도 아니고 그리 대단한 요리를 하지도 않아요. 수퍼판을 오는 분들이 맛있게 먹고 힐링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지요. 앞으로도 한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정식을 선보일 겁니다.”

말을 계속 듣다보니 ‘한식’에 유난히 힘을 준다.

“일본식, 중국식, 이탈리아식 여러가지 스타일을 띠고 있지만 결국은 한식 베이스에요. 열심히 요리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엄마의 음식’을 알려주는 것도 목표입니다. ‘우정욱이 만들면 다 맛있다’는 평가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아요.”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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