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웰빙
  • “할랄푸드 장보러 수원서 이태원까지 왕복 3시간 다녀요”
  • 2017.10.16.
-한국 사는 20대 무슬림 6명의 왁자지껄 점심 토크

[리얼푸드=박준규ㆍ지예은 기자] 한국이 좋아서 고향을 떠난 20대 무슬림 6명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 모였다. 한국관광공사가 연 ‘할랄 레스토랑 위크’ 행사의 하나로, 무슬림들이 할랄푸드를 직접 먹어보고 한국 문화도 체험하기 위해서다. 무슬림 전문 여행사 얄라코리아가 이날 일정을 기획했다.

기자도 이들과 점심을 함께 먹으며 한국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한국의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인 덕분에 한국어로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무슬림 청년들은 한국 생활의 즐거움과 어려움, 아쉬움을 거침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풀어놨다. 결국 인터뷰는 당초 계획된 1시간을 훌쩍 넘겨서 끝났다.

*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무슬림 : 이브티쌈(23ㆍ여ㆍ모로코ㆍ서울대 재학), 호쌈(28ㆍ남ㆍ리비아ㆍ고려대 석사과정), 슈룩(24ㆍ여ㆍ이집트ㆍ경희대 석사과정), 니스린(23ㆍ여ㆍ모로코ㆍ아주대 재학), 디나(21ㆍ여ㆍ이집트ㆍ고려대 재학), 자흐라(23ㆍ여ㆍ이라크ㆍ영어학원 강사)

이들 앞에는 초밥을 비롯해 생선구이, 채소튀김, 도토리묵 무침, 홍합탕, 잡채 등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무슬림들은 망설임 없이 먹기 시작했다.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은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다만 잡채에는 돼지고기가 빠졌다.

이날 인터뷰가 이뤄진 일식당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무슬림 프렌들리(Muslim Friendly)’ 인증을 받은 곳이다.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늘 이런 식당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슬림으로서 평소 식당을 다니며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점심 인터뷰에 함께한 무슬림들이 일식당에서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디나 = 작년에 처음 한국에 온 뒤로 식당에서 돼지고기가 들어있는지만 물어보고 주문했어요. 그런데 돼지고기가 없다고 시켰는데 햄, 베이컨이 들어 있더라고요. 종업원들이 그런 건 돼지고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거죠. 젤리도 그래요. 돼지고기 성분으로 만든 젤라틴이 들어간 것은 못먹어요. 한 번은 한국 친구들이 건네준 젤리를 무심코 먹었는데, 포장지에 젤라틴 함유라고 적힌 걸 나중에 보고 뱉어버렸죠. 모르고 먹으면 별 수 없지만 알게 된 이상 뱉을 수밖에 없어요.

▶이브티쌈 =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이탈리아 음식도 조리 과정에서 와인을 사용하면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으니 주문을 아예 피하기도 해요. 한국음식 좋아하는데, 할랄 조건을 충족하는 식당을 찾기 어려워요. 이태원에 몇 군데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무슬림들이 많이 가진 않는 것 같아요.

이들의 점심상. 초밥을 비롯해 생선구이, 채소튀김, 도토리묵 무침, 홍합탕, 고기를 뺀 잡채로 꾸며졌다.

‘할랄(Halal)’은 ‘무슬림에게 허용된 먹거리와 공산품’을 아우르는 말이다. 국내서도 제법 뜻이 알려졌다. 돼지고기와 술 등은 할랄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고기가 닭고기라고 자유롭게 먹는 건 아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른 방식으로 도살되고 가공된 것이어야 비로소 허용된다. 비(非)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사는 무슬림들은 먹는 일에 관해선 적당히 ‘타협’을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도살 방식은 따지지 않고 돼지고기와 술은 먹지 않겠다’는 식이다. 타지에서까지 철저하게 지키기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무슬림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를 시행한다. 할랄 식재료 사용 여부, 무슬림 조리사 여부 등을 따져서 가장 엄격하게 할랄을 지키는 ‘할랄인증’을 비롯해 ▷무슬림 자가 인증 ▷무슬림 프렌들리 ▷포크프리 등 4가지 종류의 인증을 내주고 있다. 전국의 236개 식당이 이 인증을 받았다.  

▶니스린 = 이태원 할랄 식료품점에서 장을 봐서 기숙사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요. 보통 소고기, 라면, 소시지 같은 걸 5만원 어치를 사죠. 그러면 3주 정도 먹어요. 수원에서 이태원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리지만 학교 근처 식당이나, 학생식당엔 돼지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먹기 어려워요.

이슬람 율법에선 무슬림의 음주도 금한다. 하지만 ‘술 좋아하는’ 한국인들 틈에서 금주를 지키기는 쉽지 않은 일. 주변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술에 관해선 자흐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날 점심을 함께한 무슬림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일식당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무슬림 친화’ 인증을 받은 곳이다.

▶자흐라 = 제가 근무하는 학원은 회식을 해도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동료들이 나를 배려해서 회식 장소를 해산물 뷔페로 잡아줘요. 만약 고기를 먹는 날에도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주문해주거나 따로 구해주기도 하고요. 저로서는 고마운 일이죠.”

▶디나 = 학교에서 MT를 6번이나 다녀왔어요, 그때마다 술 대신 주스나 음료수를 마셨죠. 친구들이 착해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꼭 준비해 줬어요.

무슬림들은 할랄음식을 향한 한국인들의 ‘오해’를 아쉬워했다. ‘할랄푸드는 곧 채식’이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고 있는 무슬림 자히드 후세인(파키스탄)은 앞서 지난달 초 열린 한 할랄푸드 행사에서 “무슬림이 채식주의자는 완전한 오해다. 고기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서 ‘청일점’ 무슬림이었던 호쌈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닭갈비를 정말 많이 먹어요. 리비아에서 먹던 닭 요리하고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리비아에서 먹던 음식들에 고기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매워요. 제가 보기엔 한국 음식이 훨씬 건강해 보입니다.”  

얄라코리아의 임상옥 이사는 “잠시 한국을 여행하는 무슬림들은 엄격하게 할랄 여부를 따져서 식사를 한다. 심지어 도시락을 직접 싸서 다닐 정도”라며 “다만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은 할랄을 완벽하게 따지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 많은 식당들이 ‘무슬림 프렌들리’ 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지금 뜨는 리얼푸드]
▶몰라봐서 미안..호박이 이렇게나 좋았어? 
▶이 시기에만 허용되는 '핼러윈 디저트'
나도 모르게 부족해지기 쉬운 7가지 영양소
죄책감 없이 초콜릿을 더 먹어도 되는 이유
암 예방에 좋다는 식품 4가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