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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밥남녀 푸드톡!]<21>수분 넘치는, 중식이의 ‘노각볶음’
  • 2017.10.12.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1인 가구가 늘면서 덩달아 배달음식, 간편식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집밥과 견주면 여러 가지로 턱없이 빈약합니다. 사실상 한 끼를 때우는 셈이지요. 혼자 살지만 보다 건강한 한 끼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프레시푸드를 고민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리얼푸드를 ‘혼밥남녀 푸드톡’에서 소개합니다.

추석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밴드 ‘중식이’의 보컬 정중식(34) 씨를 만났다. 그의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서 4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중식 씨는 ‘혼밥남녀 푸드톡!’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면서 자신의 서울 망원동 집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망원동에 산다는 말에 내심 ‘혹시 옥탑방인가’ 싶었다. 자칭타칭 ‘망원동 육통령’으로 통하던 장미여관 보컬 육중완의 옥탑방이 떠올라서였을 거다. 하지만 중식 씨의 집은 평범한 다가구주택 3층. 옥탑방은 완전히 편견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중식 씨는 먼저 반려견 ‘춘배’와 ‘대구’를 방에 몰아넣었다. 눈이 유난히 작은 볼테리어종이다. 입에는 개껌을 물렸다. 얌전히 있으라는 뜻이다. 

이날 중식 씨는 ‘노각볶음’을 선보였다. 노각(늙은 오이)을 썰어서 갖은 채소와 함께 볶아낸 음식이다. 마트에서 2000원 주고 샀다는 통통한 노각이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친구가 ‘몸에 좋고 수분이 넘치는 음식 해주겠다’며 만들어 줬어요. 특별히 기대하지 않고 먹었는데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맛있어’하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우연히 노각볶음은 그의 요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조리를 부탁했다.
1. 노각을 손질. 칼로 껍질을 벗겨내고 이등분 해서 속(씨앗)을 숟가락으로 파낸다.

2. 먹기 좋은 크기로 깍뚝썬다.
3. 썰어낸 노각을 보울에 담고, 소금(히말라야 핑크소금) 뿌려 20분쯤 재워둔다.

여기까지 마친 중식 씨는 스마트폰으로 20분 알람을 맞추고 “자, 이제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정중식의 먹거리 철학을 먼저 들어봤다.

“뭐든 맛있게 먹는 것,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중요해요. 조리과정이 적은, 최대한 덜 조리해서 먹는 음식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오이 같이 수분이 많은 재료를 좋아해요, 이런 걸 최대한 있는 그대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는 속이 불편하면 요구르트에 사과나 배, 견과류를 섞어서 먹는다고 한다. 나름대로의 ‘자가요법’이다. 장을 보는 노하우도 있다. “시장에서 채소를 사면서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먹어요?’하고 물으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방법을 다 가르쳐줘요. 파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죠”라고 했다.

묻고 답하는 사이에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20분이 다 지났다는 얘기다. 다음 과정이 이어졌다.

5. 오목한 팬에 소금간이 밴 노각을 넣고 볶는다. 
6. 버섯과 다진 파를 추가로 넣고 볶는다. 이때 간장을 살짝 넣으면서 간을 맞춘다.
7. 노각에서 나온 수분이 자글자글하면 고춧가루를 뿌리고 3분 정도 섞어준다. 
중식 씨는 다 만든 노각볶음을 접시에 옮겨담아 밥과 함께 내놨다. 팬에 들어갈 땐 하얗던 노각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서 깨물자 짭조롭한 물기가 입 안에 가득 퍼졌다. 기름진 맛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반찬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반려견 춘배와 대구가 짖기 시작했다. 중식 씨는 “답답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이라고 했다. 문을 열어주자 춘배ㆍ대구는 집 안 곳곳을 뒤지듯이 돌아다녔다. 팬들 사이에서 중식 씨는 이미 대단한 애견가로 인정받았다. 그가 지난 8월 내놓은 앨범 ‘명견왕자(名犬王子)’에는 오롯이 반려견들의 이야기가 노래로 담겼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문만 보여 외로워하다/문밖 소리 들리고 나면/택배기사 아저씬가 봐’(엄마팬티)

‘늙은 오이’라고도 불리는 노각은 칼슘과 섬유질, 수분이 많아 갈증해소와 피로회복에 좋은 채소입니다. 노각볶음은 밥과 곁들여 먹는 반찬으론 손색이 없습니다. 또는 골뱅이나 소라를 충분히 넣어서 국수와 함께 먹어도 훌륭한 한끼 대용식이 될 수 있습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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