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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식의 수도, 페루의 맛①]“세비체를 먹지 않고 페루를 말하지 마라”
  • 2017.09.05.
[리얼푸드=(페루)고승희 기자]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마침내 닿을 수 있는 곳, 흔히 ‘남미’는 ‘여행지의 끝’이라 불리곤 한다. 한국에서 최소 1박2일을 날아가야 만나는 페루 역시 마찬가지다. 장시간 비행의 수고로움을 이겨낸 뒤 만나는 이 나라는 거대한 유적지로 관광대국에 올라섰다. 하늘 가까이 자리잡은 잉카의 옛 수도(코스코)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마추픽추’가 여행객들을 끌어안는 곳이다.

지난 몇 해 사이 페루를 부르는 이름이 달라졌다. ‘마추픽추의 나라’가 아닌 전 세계 ‘미식의 수도’라는 수사가 붙었다. 이제는 여행객을 넘어 식도락가들이 너나없이 찾아들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페루 음식이 잉카의 유적지보다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 페루는 명실상부 남미 최고의 ‘미식 여행지’다. 앞서 2011년 미국 레스토랑연합회는 페루 요리를 ‘최고의 푸드 트렌드’로 꼽았다. 2012년엔 여행 업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월드 트래블 어워즈’에서 ‘최고의 미식 관광지 상’을 수상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2016 미식 관광지 TOP 10’, 월드 트래블 어워드(World Travel Awards)’가 인정한 5년 연속 ‘남미 최고의 미식 여행지’로 명성을 떨쳐오고 있다. 
페루 수르키요 시장 [리얼푸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3년 연속 페루 리마에 위치한 레스토랑 ‘센트럴(Central)’,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Astrid y Gaston)’, ‘마이도(Maido)’ 등 3 곳이 상위에 이름울 올리고 있다.

‘미식 천국’답게 페루에선 각종 식도락 축제도 넘쳐난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는 해마다 남미 최대 미식 축제인 ‘미스투라(Mistura)’가 열리고 있다. ‘UN 음식 관광세계 포럼’, ‘세계감자대회’ 등 미식 국가로서의 입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국제 미식 행사가 페루를 거점으로 꾸준히 열리고 있다.

페루의 식문화는 이제 자국민에게도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이 되고 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페루에서 부유층의 경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호, 자국의 음식은 외면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국가 유산’으로 음식을 꼽은 페루 국민은 39%로 마추픽추(36%)를 선택한 사람보다 많았다.

최근 페루에선 ‘페루의 정체성이자 풍미’를 간직한 토종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재해석해 선보이는 ‘노보-안데안 요리(Novo-Andean cuisine)’ 트렌드다. 이러한 트렌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라기 보다는 페루의 음식 문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요리법을 배우고자 이미 유럽에서는 많은 요리학도들이 ‘미슐랭 가이드’나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이 인정한 스타셰프를 꿈 꾸며 페루를 찾고 있다.

페루 식문화를 만든 것은 페루의 독특한 지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산지대인 안데스, 정글지대인 아마존, 태평양을 바라보는 해안지대로 이어진 페루의 지형은 풍부한 식재료를 다룰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 식재료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미식의 향연은 이 나라를 ‘미식 수도’로 이끌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50’ 4위에 오른 ‘센트럴’ 레스토랑의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Virgilio Martinez) 오너 셰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페루의 미래는 아마존과 안데스에 있다”며 “이 곳의 페루 식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풍부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페루를 상징하는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다채로운 식재료와 창의성이 녹아들어 ‘미식 수도’로서의 자부심이 살아난 레스토랑은 물론 단 돈 몇 천원이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시장과 거리 곳곳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페루의 맛’이다.

1. 세비체(Ceviche)
세비체 [페루관광청 제공]

“세비체를 먹어보지 않고 페루를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태평양에서 잡아올린 탄탄한 흰살 생선이나 새우, 오징어, 조개를 투박하게 썰어 시큼한 레몬이나 라임즙에 재운 뒤 잘게 다진 채소를 올려 차게 해서 먹는 ‘해산물 샐러드’다.

날생선을 먹지 않는 남미 지역에서 만들어낸 세비체는 페루의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페루는 해안, 정글, 고산지대로 이르는 지형과 기후에서 기반한 원재료와 스페인, 아프리카, 중국, 일본 및 이탈리아 등 다국적 요리 문화가 합쳐져 페루만의 독창적인 음식 문화를 창조했다. 
세비체 [페루관광청 제공]

세비체도 그런 음식이다. 스페인 사람들의 영향으로 시트러스류 과일을 통해 ‘시큼한 맛’을 내는 방식을 배웠고, 일본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날생선을 즐기는 그들의 방식이 결합해 세비체는 진화를 거듭하게 됐다.

‘월드베스트레스토랑50’에 해마다 이름을 올리는 ‘마이도’ 레스토랑의 미쓰하라 츠무라(Mitsuharu Tsumura) 셰프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860년대 일본인이 페루에 오기 이전까지 세비체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고, 페루에선 해산물을 전형적인 튀김 형태로만 먹었다”며 “일본인들의 영향으로 해산물이 다양해졌고, 세비체 역시 현재의 모습을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세비체는 시기 적절하게도 전 세계적인 스시, 사시미 열풍과 더불어 트렌디한 음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지에서도 시장통에서 파인 다이닝에 이르기까지 세비체는 페루의 전통음식이면서 무한한 변주를 거듭하고 있다. 세비체는 ‘타이거 밀크'라고 불리는 소스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은 ‘밀크’지만,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소스로 날생선을 갈아 만든다.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 해서 ‘타이거’라는 이름도 붙었다. 두툼하게 썰어낸 흰살 생선의 고소함과 새콤한 시트러스 소스 맛이 어우러진 세비체는 여름철에 특히나 어울리는 음식이다.

2. 안티쿠초(Anticucho)
안티쿠초 [123RF]
안티쿠초는 아프리카의 전통 식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페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성장,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도 입성한 음식이다. 레몬에 절인 소의 염통을 꼬치에 끼워 갖은 양념과 향신료로 맛을 낸 요리다. 16세기 이후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마늘과 레몬 등의 식재료가 전해지면서 다양한 양념이 생겨났다. 레몬이나 신 오렌지즙을 사용하기도 하고, 강렬한 향신료를 양념으로 넣기도 한다. 잉카 시절부터 존재한 이 음식은 지금도 페루를 대표하는 서민음식으로 지금도 해발 3500m 쿠스코 시내를 걷다 보면 쉽게 만날 수 있다.

3. 피스코 사워(Pisco Sour)
피스코샤워 [페루관광청]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과 가장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음료를 꼽아달라고 요청하면 현지인들은 대체로 ‘피스코 샤워’를 꼽는다. 피스코 샤워는 페루의 ‘국민 칵테일’로 불린다. 페루의 전통 브랜디인 피스코와 라임즙, 설탕, 달걀흰자, 얼음을 갈아 거품을 올린 후 계핏가루를 살짝 뿌려 마신다.
‘피스코’는 잉카제국이 스페인에 정복 당한 이후 스페인 정착자들이 자국의 브랜디 ‘퍼미스’를 대체할 주류를 찾던 중 안데스 산맥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피스코’를 빚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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