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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초의 조미료’… 식초의 ‘진화‘
  • 2017.08.25.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자연이 선물한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식초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조미료‘로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음료로도 애용되고 있다.

식초의 기원은 술의 역사와 함께한다. 냉장 시설이 없던 당시 우연히 먹다 남은 술이 발효돼 시고 달달한 식초가 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식초(Vinegar)의 어원에서도 술이 식초의 모태가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식초는 프랑스어 ‘Vin(와인)’과 ‘Aigre(시다)’의 합성어다. 와인을 발효시켜 신맛이 나는 식초를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 최초의 조미료 식초에 관한 첫 기록은 기원전 5000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고문서에서 발견됐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였던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대추야자열매나 건포도를 발효시켜 식초, 와인, 맥주 등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식초가 인류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조미료로 자리하게 됐다. 

식초는 요리에만 쓰인 것은 아니다. 의학은 물론 미용에도 쓰였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상처를 소독하는 데 식초를 이용했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귀족들이 건강과 미용을 위해 식초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흑사병이 창궐할 당시 절도를 일삼았던 도둑들은 흑사병에 전염되지 않기 위해 식초를 이용했던 비법을 털어놓고 형을 면하기도 했다.

쓰임새에서 알 수 있는 식초는 식초는 온갖 영양소의 ‘보고’다. 식초는 술이 발효를 일으켜 더 이상 발효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최종 발효식품으로, 장기간 발효 및 숙성 기간을 거치며 풍부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유기산이다. 식초는 초산, 구연산, 아미노산 등 약 60여 종의 유기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유기산은 타액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또한 혈관을 넓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혈액의 생성을 돕기도 한다. 식초의 초산은 체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식초에 함유된 풍부한 항산화 물질은 음주 후 체내에 남아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한다. 여기에 유기산이 비타민과 무기질의 흡수를 돕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숙취 해소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또한 식초는 강력한 살균력으로 인후염, 피부염 등 각종 염증 치료와 식중독, 장티푸스 등 전염성 세균 예방에 쓰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식용으로 활용하는 식초는 주정, 곡물, 과일 등을 초산발효시킨 ‘발효식초’로, 이는 원료에 따라 주정식초와 정통발효식초로 나뉜다. ‘주정식초’는 에탄올에 사과, 현미 등의 농축액을 넣고 1~2일 만에 속성으로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신맛 외에 다른 맛이나 향이 없으며, 숙성기간이 짧기 때문에 영양소의 함량은 낮은 편이다.

반면 프리미엄 식초라 불리는 ‘정통 발효 식초’는 곡류나 과일 등 천연재료를 두 번 발효해 만들어진다. 과일, 곡물로 알코올을 발효해 당을 에탄올로 바꾸고, 이를 다시 알코올 도수 6~8%에 맞춰 한 번 더 발효시켜 초산을 생성한다. 그 후 약 3개월 이상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 바로 ‘정통발효식초’다. 정통발효식초에는 곡류, 과일 외 다른 성분을 첨가하지 않으며, 발효가 수개월에 걸쳐 충분히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유기산과 영양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식초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자,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정통발효식초가 주목을 받으며 식초 시장에도 프리미엄 열풍이 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정통발효식초 시장 규모는 2015년 24억원 규모로 전체 식초 시장의 4.1%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하며 100억원대 규모를 기록, 전체 시장의 14.5%를 차지했다. 특히 과일을 정통발효해 만드는 프리미엄 과일식초의 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여기엔 식초를 활용한 다이어트 열풍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파인애플식초가 신진대사를 돕고 지방분해를 촉진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정통발효식초는 원료, 발효방식 등을 차별화하며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활용되던 사과, 보리, 현미 외에도 다양한 발효원료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극적인 신맛 대신 시트러스 과일 본연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신맛을 살린 레몬라임식초 등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한 기존보다 한 번 더 발효하는 3단발효 방식으로 아미노산과 미네랄 등의 함유량을 높이는 등 영양학적 품질도 강화되는 추세다. 활용도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식초는 조미용에서 ‘홍초’로 대표되는 음용식초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조미와 음용으로 함께 쓸 수 있는 식초도 등장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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