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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美청년이 인류애 담아 만든 ‘인공 계란’
  • 2017.08.22.
“진짜 계란과 맛이 똑같지만, 놀랍게도 콜레스테롤은 없다.”
빌 게이츠(61)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13년 자신의 이름을 건 웹사이트에 ‘미래 음식’(The Future of Food)에 관한 글을 올려, 계란의 대체 음식이 될 한 식품을 극찬했다. 요리했을 때 모양이 같을 뿐만 아니라 맛을 보더라도 진짜 계란과 똑같은 맛과 향을 낸다고 소개했다.
빌 게이츠가 소개한 미래 식품은 인공 계란 ‘비욘드 에그’(Beyond Eggs)다. 이 인공 계란은 미국 실리콘 밸리의 푸드테크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햄튼크릭’(Hampton Creek)이 5년 전 개발했다. 


조쉬 테트릭(37) 햄튼크릭 CEO [게티이미지]

햄튼크릭의 인공 계란은 식물에서 추출한 가루 형태의 단백질로 물에 녹이면 색상과 질감이 계란과 같아진다. 이 인공 계란 파우더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햄튼크릭은 비욘드 에그 가루에 여러 식물성 물질을 첨가해 식물성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Just Mayo)와 과자 ‘저스트 쿠키’(Just Cookies)를 만들어 팔고 있다.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수 있는 식물성 ‘저스트 스크램블’(Just Scramble)도 내놓을 예정이다.

햄튼크릭의 인공 계란을 이용한 마요네즈 상품 [게티이미지]
인공 계란 제조를 처음으로 생각한 인물은 미국 청년 ‘조쉬 테트릭’(Josh Tetrickㆍ37) 햄튼크릭 최고경영자(CEO)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 코넬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하고 미시건대 로스쿨에 진학했던 20대 법학도 테트릭이 식물성 식품 분야에 진출한 계기는 아프리카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 때문이다. 

로스쿨 졸업 후 케냐 등 아프리카에서 사회운동가와 교육 봉사로 7년을 보낸 테트릭은 자연스레 식량 보급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아프리카 사람을 비롯해 전 세계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계란이 지저분한 양계장에서 생산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상황을 보고, 새로운 형태의 계란을 만들 방법을 연구하기로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에 굶주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변호사가 되기 보다는 창업을 통해 인류를 위한 가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테트릭은 인류애 실천을 위해 2011년 단돈 3만7000달러(4200만원)로 스타트업 햄튼크릭을 설립, 생명공학자ㆍ식품학자ㆍ식물학자ㆍ요리사들과 함께 여러 식물에서 계란의 단백질과 유사한 성분을 추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년간 40여개국 수 천 종의 식물의 분자 구조 등을 분석한 끝에 캐나다 노랑 콩 등 일부 식물 10여종에서 계란과 유사한 단백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비욘드 에그가 개발된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억만장자들의 투자가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빌 게이츠를 비롯해 홍콩 최대 부호 리자청(李嘉誠), 야후 창업자 제리 양,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 등으로부터 2억2000만달러(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평가한 인공 계란의 가장 큰 투자가치는 안전하다는 점이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비욘드 에그는 감염성 질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를 비롯해 항생제, 살모넬라균, 살충제 등 계란을 둘러싼 위험 요인이 전혀 없다. 또 진짜 계란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이 없어 계란 알레르기나 고혈압 환자도 다량 섭취할 수 있다. 밀집 사육 등 동물 학대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이런 이유로 햄튼크릭의 식물성 계란 제품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의 주요 마트는 물론 온라인 마켓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햄튼크릭 바이백(buyback)을 보도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사의 테트릭 CEO 얼굴 [출처=블룸버그]
하지만, 닭 없이 생산된 계란을 만든 햄튼크릭을 두고 최근 수 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달걀협회의 견제가 계속되고 마요네즈를 생산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는 안전을 이유로 햄튼크릭 모든 제품의 리콜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미 식품업계에서 인공계란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2016년에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햄튼크릭 직원과 협력업체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1년 넘게 식품점에서 자사의 식물성 마요네즈 제품을 사들이는 ‘바이백’(buyback)을 벌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테트릭 CEO는 품질관리 테스트를 위해 자사 제품을 사들인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민상식ㆍ이세진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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