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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DNA는 진화한다”-정인기 풀잎채 대표
  • 2017.07.20.
-레스토랑형 한식뷔페 국내 최초 창안
-한식뷔페 하향 성숙기, 턴 어라운드 시작
-올해 안에 신개념 델리(Deli) 매장 오픈
-서구화된 입맛에 맞는 한식 개발할 것

음식장사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 음식을 사업아이템으로 여겨 승부를 보는 쪽. 굳이 따지자면 ‘풀잎채’ 정인기(56) 대표는 후자다. 그는 음식에 유별난 탐닉이나 집착은 없다. 대신 ‘촉’이 남달랐다. 아이디어를 풀어내 끝장을 보는 근성도 가졌다. 타고난 사업가란 말이다. 

풀잎채는 국내 1호 프리미엄 한식뷔페다. 2013년 롯데백화점 창원점 풀잎채 1호점을 시작으로 2017년 7월 현재 전국 45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지난해만 450억원(영업이익 20억원) 매출을 올렸다. CJ푸드빌(계절밥상), 이랜드파크(자연별곡), 신세계푸드(올반) 등 쟁쟁한 대기업 사이서 매장수로만 두 번째다.
[사진=국내 최초 프리미엄 한식뷔페를 창안한 풀잎채 정인기(56) 대표. 한식 DNA를 놓치지 않고 전세계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식과의 인연요? 두부죠. 그것도 두부기계요.”
한양대 재학시절 부전공으로 공대 수업을 들었던 그는 기계와 친했다. 졸업후 직장을 다니다 청계산 단골 두부집 주인이 ‘(두부 만들기) 힘들어 못하겠다’는 말을 듣고 두부 기계를 만들어보자 싶었다. 97년도 일이다. 콩을 갈아 끓인 뒤 콩물과 비지가 분리되는 단계까지 원스톱에 끝나는 두부 기계를 개발했다. 40대를 만들긴 했는데 판로가 없었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직접 기계를 팔러다녔다. 광릉 수목원 근방 소문난 두부맛집 안주인이 첫 번째 고객이 됐다. 그는 “350만원 기계값을 그날 들어온 현금으로 꺼내주더라”며 “그때 두부기계를 팔 것이 아니라 두부를 팔아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정 대표의 외식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1997년 론칭한 ‘민속 두부마을’은 대박이 났다. IMF라는 한기에도 호시절을 누렸다. 이후 정 대표는 두부요리전문점 ‘두란’(2005년), 모던한정식 ‘풀잎채 한상’(2007년), ‘풀잎채 두부사랑’(2008년), 족발전문점인 ‘옹고집’(2009년)를 연이어 론칭했다. 풀잎채는 그의 20년 한식 노하우를 집약한 결정체다. 

“곤드레돌솥밥, 수제냉면, 직화구이, 산들나물 등 풀잎채는 우리땅에서 자란 질좋은 재료들로 한식 정찬을 내놓습니다. 평일 점심 1만2900원, 저녁과 주말에는 1만6900원으로 대기업 한식뷔페 브랜드보다 20% 정도 저렴하죠.”
정 대표는 맛과 가성비를 성공비결로 꼽았다. 공동투자와 위탁영업 형태도 안정적 수입원의 비결이다. 풀잎채는 본사나 복수의 공동 투자자가 매장을 열면 본사에서 파견한 전문가가 운영을 담당한다. 투자자는 매달 정산한 이익에서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다. 전체 투자자의 60%가 두 개 이상 점포에 투자할 만큼 신뢰도가 높다.

정 대표는 한식뷔페가 하향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그는 “한식뷔페는 폭발적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를 맞이했다”며 “‘트렌드’에서 ‘카테고리’가 됐지만 그 다음을 준비해야할 시기”라고 했다.

이를 위해 7월부터 ‘풀잎채 2기’로 도약한다. 가장 먼저 연구개발(R&D) 인력을 보강해 올여름 50여종의 신메뉴를 개발했다. 정 대표는 “시루떡 티라미수와 같은 한국식 디저트를 비롯, 한식을 끊임없이 재해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서구화된 입맛의 젊은층까지 사로잡겠다”고 했다. 

올해 안에는 풀잎채 연장선상의 델리(Deliㆍ조제식품매장)가 오픈한다. 그는 “델리 매장은 한식, 양식, 일품요리 등 다양한 반찬을 판매하며 식사를 겸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직ㆍ가맹점을 합쳐 향후 500호 개점이 목표다. 

풀잎채는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LK투자파트너스로부터 205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구매~생산~물류~유통~판매에 이르는 탄탄한 사업영역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LK투자파트너스에서 재무담당 임원 등을 파견해 경영에 참여한다. 직상장 목표는 3년 내로 잡았다. 

글로벌 매장 오픈도 머지 않았다. 외식업계의 해외진출 수순인 중국이나 동남아가 아니라 일본 오사카부터 조준한다. 남길지언정 음식을 쌓아두고 만찬을 즐기는 중국인과 한식 뷔페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한식뷔페부터 델리 매장, 가정간편식(HMR) 온라인몰까지 풀잎채는 한식 DNA를 갖고 진화하고 있다”며 “나아가 전세계서 로열티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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