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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옥자’를 보면 ‘채식’이 보인다?
  • 2017.07.07.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그래픽=최현주]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영화, 바로 ‘옥자’ 입니다. 독특한 소재와 봉준호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한데요.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있는 이슈는 채식과의 연관성입니다.

봉 감독은 육류 섭취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그가 돼지고기를 못먹게 된 사연, 영화에서 보여지는 동물 학대의 잔혹성, 영화를 본후 돼지고기를 잘 못먹겠다는 일부 관객들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채식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영화 '옥자' 스틸컷

채식은 이미 웰빙 열풍이 일면서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민텔은 2017년 푸드 트렌드로 ‘비건과 채식주의자의 확대’를 꼽기도 했으며, 채소와 경제를 조합한 신조어 ‘베지노믹스’(vegenomics·채식경제)라는 말도 등장할 정도입니다.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채식, 영화 ‘옥자’를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채식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옥자’보면 돼지고기 못 먹는다?= ‘옥자’를 본 일부 관객들은 “돼지고기를 먹는 내가 마치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 “돼지고기를 먹을때마다 사랑스러운 옥자가 자꾸 생각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요?
 
영화에서 옥자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만든 유전자조작 슈퍼돼지입니다. 전 세계 26개국 농부들에게 어린 돼지를 키우게 해 10년 후 가장 잘 자란 돼지에게 상을 주는 콘테스트를 열고 있죠. 한국에서는 강원도 농부(변희봉)이 옥자를 키우게 됩니다. 소녀인 미자와 옥자가 강원도 산골에서 다정하게 노는 장면은 힐링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옥자의 큰 눈이 기쁨과 두려움을 표현하면서 관객은 옥자의 감정에도 몰입하게 됩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사람과 교감을 나눌수 있고 감정이 있는 한 생명체로 그려진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돼지를 더이상 ‘삼겹살’과 ‘돈까스’를 제공하는 가축으로만 보지 않는 시선이죠.
 
후반부에서는 공장식 도축시설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장면까지 나옵니다. 관객들은 옥자에 대한 애정을 형성하고, 이후 공장식 도축에 대한 잔혹성을 느끼며, 여기에 옥자를 구출해내는 미자를 응원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부 관객들은 고기섭취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실제 채식주의자가 되는 동기 중 하나에 속합니다.

채식을 시작하게 되는 동기는 다양한데요. 건강이나 다이어트의 목적으로 시작하는 실용적 동기, 환경보호나 동물보호와 같은 윤리적인 동기, 그리고 종교적인 동기가 일반적입니다.

그 중에서 윤리적인 동기를 살펴볼까요?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인간이 지배할 수 있는 ‘을’ 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갈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동물들도 옥자처럼 감정이 있고, 아픔과 죽음을 두려워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가축식 공장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끔찍한 ‘갑’의 횡포를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윤리적인 동기는 환경보호도 해당됩니다. 고기 섭취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유럽연합(UN)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8%는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이며, 이는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13%)보다 많습니다. 이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1배의 온실효과를 일으킵니다.
 
사진=123rf

그럼 영화에서 등장하는 공장식 가축, 무엇이 문제일까요.

영화에서 등장하는 ‘공장식 가축’의 모습은 우리의 예상보다 잔혹합니다. 최근에는 AI(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때문에 공장식 가축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동물 복지’가 더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동물보호연합은 공장식 가축을 통해 길러지는 동물들은 심각한 스트레스 및 면역력 저하 등으로 병들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장식 가축에서 길러지는 현실 속 돼지들은 폭 60㎝ㆍ 길이 2m의 공간에서 감금틀에 갇혀 있는데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른 돼지를 물어뜯기도 하며 새끼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이빨과 꼬리가 잘리고, 마취없이 거세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사진=봉준호 감독 (osen 제공)

봉준호 감독, 채식주의자 됐다? =봉 감독은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가가 됐다고 들었다’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취재 당시 콜로라도의 도살장에 방문한 이후 자연스럽게 못 먹게 됐습니다. 도착하면 풍기는 피 냄새가 정말 충격적이고 역합니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닭고기, 소고기 등을 먹고 있지만 아주 가끔이고, 양도 많이 줄었고, ‘옥자’를 하면서 돼지고기는 안 먹게 됐습니다”
 
봉 감독은 완벽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이라고 보여집니다. 플렉시테리안은 채식을 고수하면서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최근들어 채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플렉시테리안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참고로 채식주의자는 크게 5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페스코’(pesco), 육류ㆍ어류는 먹지 않고 유제품이나 달걀은 먹는 ‘락토 오보’ (lacto-ovo), 육류나 어패류, 달걀 등은 피하지만 우유 등의 유제품은 먹는 ‘락토’(lacto),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 등 알 종류는 먹는 ‘오보’(ovo), 오로지 식물성 먹거리만 섭취하는 ‘비건’(vegan)으로 나뉩니다.
 

▶주인공 안서현 “식량난 메시지도” =‘옥자’의 주인공 안서현은 올해 만 13세 배우인데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고기가 먹기 싫어졌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자간담회에서는 ‘옥자’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답했는데요.
 
“지구의 식량난 때문에 옥자가 만들어지고 끌려갑니다. 지구에도 곧 식량난이 벌어질 텐데 우리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와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옥자는 식량난을 대비해 고기로 돈을 벌려는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오는 2050년이면 빠른 인구증가로 육류 수요는 70%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가축이 미래 식량난을 해결해 줄까요.
 
현실에서 축산업은 미래의 식량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경작지 70%가 옥수수·콩 등 사료용 작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소고기 1인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 22인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매년 굶어죽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곡물 1200만 톤이 필요한데, 이는 미국인이 쇠고기 소비를 10%만 줄이면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축산업은 식량난 해결에 있어 가장 비효율적인 산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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