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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익은 거냐고요? 노란 체리는 한국인 입맛에도 딱”…케이스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국제이사
  • 2017.07.07.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뜨거운 태양 아래 알알이 빨간 물이 들면, 체리 나무를 넘나드는 새들은 ‘붉은 유혹’을 이기지 못 한다. 반지르르 윤기 나는 열매를 부리로 야금야금. 금세 씨만 남긴 채 날아가버린다고 한다. “그래도 세 개가 열려 있으면 하나만 먹더라고요.” 여름은 명실상부 ‘체리의 계절’이다.

미국 북서부 지역 5개 주(워싱턴, 오리곤 아이다호, 유타, 몬태나)에서 생산되는 체리는 무려 240만톤. 이 지역 2500명의 농부들이 7200만 평의 땅에서 미국 체리의 70%가 넘는 양을 생산하고 있다. 수확과 동시에 전 세계 각국으로 ‘긴급 수송’ 되는 이 체리를 만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석 달. 본격적인 시즌과 맞물려 현재 서울, 경기 일대 디저트 카페에선 ‘체리 고메위크’도 한창이다. 서울 한남동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디저트 카페 마농 트로포에서 한국을 찾은 미국북서부체리협회 케이스 휴(Keith Huㆍ42) 국제 이사(International Director)를 만났다. 

체리고메위크를 맞아 한국을 찾은 케이스 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국제이사는 “한국인은 미국 동부 지역 소비자보다 더 신선한 북서부 체리를 먹는다”며 ‘체리 수송작전’을 설명했다.

▶ 체리 긴급 수송작전?= ‘천혜의 조건’을 품은 미국 북서부 지역의 체리는 ‘워싱턴 체리’로 불리기도 하지만, 월등히 뛰어난 품질로 인해 ‘과일계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미국 북서부 체리를 최고로 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지형’이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이 곳은 ‘배산임수’ 지역의 대명사다. 그런데 그 산과 물이 남다른 ‘신이 내린 지형’이다. 록키 산맥(Rocky Mountains)과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이 이 지역을 둘러싸고 있고, 산맥을 따라 흘러내린 빙하수가 강이 되어 흐르고 있다.


“예전에 이 곳은 화산지역이었어요. 화산재로 뒤덮인 땅에는 영양분이 풍부하죠. 식물을 기를 때 그 영양분이 그대로 흡수돼요. 체리를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토양이에요. 거기에 산맥들을 타고 흐른 차가운 빙하수가 충분한 물을 공급해요.”

두 번째 이유는 ‘기온’이다. 케이스 휴 이사는 “체리가 잘 자라기 위해선 일교차가 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지역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독특한 날씨다. “낮 기온은 35도, 밤은 17도 정도 돼요. 일교차가 18도까지 차이가 나는 거죠. 그래야 체리가 자라기에 적합한 기온이에요.”

그 혜택을 받고 자란 체리는 ‘수작업’으로 수확된다. 북서부 지역에선 개인 농부 기준으로 최소 3만평, 최대 1800만평의 체리 농장을 가지고 있다. “네, 정말 사람이 수확해요.” 매일 300명의 인력이 투입돼 손으로 체리를 딴다고 한다. 상상조차 어려운 규모의 노동이 시작, 이 때부터 ‘체리 수송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북서부 지역은 새벽 4시가 되면 벌써 환해요. 그 때부터 오전 11시까지 체리를 따는 작업을 진행하죠. 그 뒤 공장으로 이동해 체리를 물로 깨끗이 씻어내는 작업을 거치고, 오후 1~2시까지 포장 작업을 마쳐요. 이후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대한항공, 아시아나를 타고 한국에 와요. 11시간이 걸리니 다음날 도착하는 거죠. 그리고 아침에 공항에서 빠져 나와 전국 매장으로 이동하게 돼요.”

저 멀리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생산된 체리가 한국에 오는 시간은 고작 1박 2일이다. 심지어 같은 미국 소비자보다도 더 빨리 북서부 체리를 만난다.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동부로 가는 것보다 더 신선한 체리를 먹고 있어요. 비행기만 타면 바로 오니까요. (웃음)”

사실 한국은 미국 북서부 체리 협회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장이다. 북서부 체리 총 생산량의 70%는 미국에서 소비되지만, 나머지 30% 가운데 5%를 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 수출량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도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2006년 한국 사무소 설립 이후 지난 10여년간 지켜본 한국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체리도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체리는 알의 크기에 따라 등급도 달라지는데, 한국은 큰 알의 체리를 좋아해요. 가장 큰 9로우부터 10.5로우까지의 체리를 한국으로 수출하죠. 그리고 신맛보다는 단맛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한 눈에 딱 봤을 때 ‘예쁜 체리’를 선호해요.” 

마치 덜 익은 것처럼 보이는 ‘노란 체리‘ 레이니어는 체리 중에서도 가장 당도가 높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체리로 꼽힌다.

▶ “안 익은 거예요?”…노란 체리도 있어요=체리는 당연히 붉은색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체리가 빨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체리도 종류에 따라 색깔의 차이가 있다. “이거 안 익은 거 아니야?” 이런 얘기를 듣고야 마는 종류도 있다.

“체리의 품종은 알고 보면 여러 가지예요. 색깔의 차이도 있고 모양의 차이도 있어요. 색깔이 노랄수록 당도가 높아요.”

체리는 색깔과 모양에 따라 1000여 개의 종류가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시기상 빨리 나오는 것부터 쉐란, 빙, 스키나, 레핀, 스위트하트, 레이니어, 루지나, 스카이라래 등이다. 

체리 제철을 맞아 미국북서부체리협회는 서울,경기 주요지역의 유명 디저트 카페에서 ‘2017 체리고메위크’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은 빙 체리다. 최근 수입이 늘고 있는 체리는 한국엔 덜 알려진 ‘레이니어’와 ’스카이라래‘라는 품종의 ‘노란 체리’다. 마치 “덜 익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빨갛지 않아 맛이 없어 보인다”는 누명을 쓰기도 하는 품종이다.

레이니어는 단맛의 빙 체리와 새콤한 맛의 밴(Van)체리를 교배시켜 태어났다. 워싱턴 주에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의 산 이름을 따왔다. ‘덜 익어 보이는’ 노란 체리는 맛이 일품이다. 일반 체리의 당도가 15브릭스(brix)라면, 북서부 빙 체리의 당도는 19브릭스이고, 레이니어는 22~23브릭스다. 가장 ‘달달한 체리’다.

“미국에서도 레이니어는 수확량의 10% 밖에 되지 않아요. 나오는 시기도 한 달 정도로 짧고요. 올해는 지난주부터 수확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선 7월 셋째주까지 맛 볼 수 있을 거예요. 한국인은 단맛을 좋아하니 노랑색 체리가 잘 맞을 거예요.”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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