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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주의’ 미카엘 셰프 “라면은 일 년에 1~2번만”
  • 2017.07.04.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한국 생활 15년 차. 불가리아 출신 셰프에게 한국은 ‘미개척지’와 같았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불가리아 식당이 없었어요.”

이태원에 터를 잡은 것은 2007년. 지금이야 ‘핫 플레이스’라지만, 그 시절 이태원은 개발이 덜 된 주택가 뒷골목에 불과했다. “골목길이 어둡고 무서워 사람들이 잘 안왔어요. 게다가 불가리아라는 나라도 모르는데, 음식이라니…. 위험한 선택이었죠.(웃음)” ‘동유럽’ 불가리아를 ‘남미’ 지역 볼리비아 옆에 있는 나라라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 덕에 레스토랑 오픈 무렵 불가리아 셰프들은 직접 호객 행위도 했다. “요거트 먹어보세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얼굴을 알린 미카엘 아쉬미노프 셰프의 ‘젤렌’은 국내 유일의 불가리아 레스토랑으로, “불가리아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도 ‘젤렌’은 한국 유일의 불가리아 레스토랑이다. 10년 전과는 위상이 달라졌다. 이 곳의 오너 셰프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얼굴을 알린 미카엘 아쉬미노프(35) 셰프다. 물론 젤렌은 미카엘 셰프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이전부터 이태원에서 명성을 쌓았다.

“예전엔 젤렌을 제 이름으로 아는 분들도 있었어요. (웃음)”

젤렌은 초록색이라는 뜻이다. 색깔 이름이 레스토랑의 상호가 됐다. 젤렌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자연의 싱그러움이 담겼다. 내부 인테리어까지 짙은 녹색으로 꾸며진 것은 한국인이 떠올리는 불가리아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전략’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불가리아를 인식할 때 ‘건강식’을 먼저 떠올려요. ‘장수의 나라’ 이미지가 크거든요.” 불가리아 도시마다 펼쳐진 짙은 녹음이 ‘젤렌’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됐다. 

불가리아에서의 미카엘 셰프는 록밴드의 베이시스트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버스킹을 하던 ‘가난한 뮤지션’이었다. 요리사 부모님의 영향으로 요리학교에 입학했고, 불가리아 쉐라톤 호텔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스카우트됐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다.

이젠 ‘자연주의 셰프’로 활약하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불가리아인이 된 미카엘 셰프를 만나 그의 ‘음식 이야기’를 들었다.

▶ 불가리아 음식, 넣기 보단 빼는 요리=‘젤렌’은 한국 속 작은 불가리아다. 미카엘 셰프를 비롯해 메인 셰프도 불가리아인이다. 직원 중엔 불가리아 학생이 있다. “종종 불가리아 라디오도 듣고 있어요.” 여전히 국내 유일의 불가리아 식당, 그래서인지 젤렌의 음식은 곧 불가리아 음식의 문화이자 특징이 된다.

불가리아 음식은 솔직하다. 프랑스처럼 음식으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지도, 인도나 태국처럼 다채로운 향신료를 넣어 요리하지도 않는다. “불가리아 음식은 뚝딱뚝딱 만들어야 해요.” 미카엘 셰프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선보이는 요리를 닮았다. 애써 꾸미려하지 않고, 인위적인 맛을 더하지도 않는다. 



“‘냉부해’에서도 한 번도 MSG를 써본 적이 없어요. 불가리아 음식은 소금, 후추면 끝이에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개그우먼 이국주씨 편에서 ‘자연주의를 하지 말라’는 주문을 받고 완전히 망했죠. (웃음)”

‘무첨가’의 대명사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불가리아 요거트’다. 불가리아에서 요거트를 만드는 방식은 간단하다. 우유에 박테리아를 넣고 하루 동안 발효 과정을 거치면 끝이다. “그 이상 뭐가 없어요. 불가리아에선 요거트를 ‘신 우유(кисело мляко)’라고 불러요. 요거트는 발효음식처럼 신맛을 내야 해요. 한국 요거트는 너무 달아요. 요거트에 설탕을 넣는 건 김치에 설탕을 잔뜩 넣는 거랑 똑같아요.” 요거트를 비롯한 모든 음식이 그렇다.

조리과정은 최소화했고, 인공 첨가물은 물론 양념도 줄였다. 더 넣기 보다는 덜 넣은 요리인 만큼 불가리아 음식은 식재료가 중요하다. 불가리아 음식의 맛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온다. 식재료가 불가리아 요리의 기본인 셈이다.

특히 푸릇푸릇한 제철 채소는 불가리아의 상징이다. 심지어 “불가리아 사람들은 샐러드가 없으면 식사를 못 한다”고 한다. 그만큼 제철에 얻은 푸릇한 채소를 즐기는 나라다. 채소를 덜 먹는 계절은 오직 겨울뿐이다.

“겨울엔 채소 재배가 잘 안 되니까 이 때엔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을 먹어요.” 그 기간도 고작 1~2달 정도다. “식재료가 부족한 계절이죠. 발효음식은 건강에 좋다고 많이 알려졌지만, 불가리아에선 건강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절임 음식이니까요.” 


▶ 종교가 만든 음식문화…“고기 아니라도 먹을 건 많아요”= 불가리아에서 신선한 채소가 중요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카엘 셰프는 불가리아 음식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종교’를 꼽았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대부분 발칸반도 정교회를 믿어요. 정교회에선 1년 동안 고기를 안 먹는 날이 200일 정도 돼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이죠.” 거기에 성 피터 데이와 같은 정교회가 정한 특별한 날도 고기를 금식한다.

“동물에게서 나온 모든 것을 먹으면 안 돼요. 유제품, 달걀도 먹지 못 하게 돼있어요.” 가장 엄격한 단계의 채식주의인 ‘비건’의 식단이다. 각종 채소와 곡류는 이 기간 불가리아 사람들에게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다.

“우리 몸은 단백질도 필요로 하지만 비타민, 미네랄 섭취도 중요해요. 육식을 안 할 뿐이지 먹을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렌틸콩, 키드니빈 등을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요. 콩 스프 한 그릇이면 스테이크 하나를 먹는 것과 똑같아요.”

금식 기간을 통해 우리 몸 역시 고기 없이 쉬는 날을 가지니 셰프의 관점에선 “더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 세계 푸드 업계에 떠오르는 ‘웰빙 식단’이 전통인 나라이지만 최근엔 불가리아도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불가리아에 갔을 때 뚱뚱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한국에 올 때만 해도 불가리아엔 맥도날드도 없고, 라면도 없었어요. 버거킹, KFC는 한국에 와서 처음 봤죠. 지금은 라면도 엄청 많이 먹더라고요. 전 라면을 일 년에 1~2개 밖에 안 먹거든요. 마지막으로 라면을 먹은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굳이 먹을 일이 없다고 한다. ‘건강식’을 찾으려 애쓰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식습관부터 요리까지 ‘자연주의’가 몸에 익숙해졌다. 그 방식이 손님들에게도 전달된다.

어느덧 ‘젤렌’도 열 살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젤렌’에 찾아온 변화는 없었다. “리모델링 차원의 페인트칠 정도요. (웃음) 셰프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기도 했다. ‘자연주의’ 셰프답게 자연의 맛이 재현되고, 불가리아에 가지 않아도 불가리아를 만끽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젤렌을 처음 오픈했을 때와 메뉴의 변화도 없고요.”

굳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려 한국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불가리아 음식을 가장 잘 아는 불가리아인들이 고집스럽게 전통 불가리아 식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불가리아에 가서도 똑같이 먹을 수 있어요. 그런 식당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한국에서 불가리아로 여행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이요.”

shee@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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