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웰빙
  • [클렌즈주스 체험기]“이틀 내내 속이 편안했다…자연스런 수분섭취도 장점”
  • 2017.04.26.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 DAY 1

클렌즈 주스는 연예인들만 먹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땅히 식사는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식사를 중단하고 클렌즈 주스를 먹는다는 건 나에게 도전이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 약간의 흥분과 두려움을 안고 이틀간의 클렌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올가니카 클렌즈 위크엔드 프로그램에는 총 12개의 클렌즈 주스가 들어있다. 덤으로 통곡물바(어네스트바)도 같이 배달된다. 하루에 6병씩 이틀간 마시면 된다. 나는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간 체험했다.

첫 식사(?)는 ‘레몬샤워’. 프로그램 가이드북엔 아침 7시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일요일엔 침대를 벗어나는 시간이 으레 10~11시쯤이지만, 알람을 맞추고 7시에 꾸역꾸역 일어나 뚜껑을 열었다.



레몬향이 코를 때린다. 맛을 표현하긴 복잡다단한데, 처음엔 혀에 달고 신맛이 느껴지다가 목을 넘어가면서 쓰고 살짝 매운 맛이 난다. 레몬과 사과가 선두에서 공격한 뒤 곧바로 생강과 카이엔페퍼가 뒤따르는 느낌이다. 매운 맛은 카이엔페퍼 탓인 모양이다. 실제로 병을 잘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빨간 점이 보인다. 그게 카이엔페퍼다. 다음 식사 시간(오전 11시)까지 자려고 다시 누웠다. 배 안에서 수분이 출렁이는 것 같았다.

11시에 기상하고 ‘하트비트’를 마셨다. 비트, 생강, 레몬, 사과가 들어갔고 아주 진한 빨간 색을 가진 주스다. 비트는 나로서는 아주 낯선 채소이기 때문에, 주스 맛은 굉장히 새로웠다. 다행히 나에게 잘 맞았다. 이게 겨우 2병째지만 지금까지 순항 중이다. 사실 일요일엔 12시쯤 ‘아점’을 먹기 때문에 배고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후 2시. ‘그린데이’를 냉장고에서 꺼냈다. 셀러리, 케일, 배, 유자즙, 사과, 클로렐라가 들었다. 셀러리, 케일, 클로렐라도 역시 하나같이 평소엔 먹지 않던 것들. 다행히 적당하게 달달한 맛이 나는 덕분에 삼키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클렌즈 주스는 굉장히 쓰다는 얘길 어딘가에서 들었던 터라 걱정했었다. 몸에 좋은 것들이니 쭉쭉 흡수되길 조용히 기도(?)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이후부턴 약간 고비였다. 개인적으로 L제과에서 만드는 ‘X쉘’을 굉장히 좋아해서 늘 집에는 이게 구비되어 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지만, 꾹 참았다. 밀가루는 먹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클렌즈 주스와 함께 배달된 어네스트바를 2개 연속으로 처리했다. 덕분에 과자에 대한 욕구는 사그라들었다. 물론 식욕이란 녀석이 언제 다시 피어오를지 나도 모른다.

4시를 지나 맛 본 ‘원더베리’는 말 그대로 딸기주스다. 딸기와 크랜베리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 아닌가. 정말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마셨다. 입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딸기 냄새가 좋았다. 호시탐탐 클렌즈 주스를 노리던 동생에게도 조금 맛을 보여줬다. “설탕 안 넣고 이렇게 달달할 수가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게 그게 되나보다.

저녁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시트로나’를 손에 쥐었다. 주황색이 돋보이는 음료다. 한라봉, 감귤 같이 내가 좋아하는 시트러스 과일이 들어있다. 삶은 달걀 2개를 까서 같이 먹었다. 주스와 계란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 수 있었다. 다만 주스 대부분에 단 맛이 가미된 까닭에 살짝 질리는 감도 없지 않다. 액체만 계속 들이킨다는 것도 조금은 지루한 일이다. 맨밥 같이 간을 하지 않은 싱거운 뭔가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도 좋은 건 오늘 수분섭취는 제대로 한다는 점이다. 하루치 6병을 다 먹으면 총 2.5리터의 수분을 먹게 된다. 맹물을 그 정도 마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잠들기 전에 TV를 보면서 ‘텐더그린’을 가족들과 나눠 마셨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돌이’ 생활을 했기에 클렌즈 주스만으로도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다. 에너지를 크게 쓸 일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만약 약속이 있어서 뭔가를 먹어야 한다면 어렵겠지만, 한가한 주말을 이용해서 클렌즈 주스로 속을 달래는 건 괜찮겠다 싶었다.
사진=이경섭 1002ks@heraldcorp.com

▶ DAY 2

어제와 같이 일어나자마자 ‘텐더그린’을 먹었다. 출근 전엔 보통 미숫가루와 사과 몇 조각을 먹는데, 오늘은 생략했다. 월요일 저녁에는 남산 산책로를 따라 러닝하는 모임이 있다. 운동할 때 필요한 짐보따리를 가져갈까 말까 아침에 고민했다. 오늘까지 클렌즈 체험을 이어간다면 저녁에 달릴 힘이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결국엔 챙겨 나갔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아메리카노를 생략했다. 카페인도 참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오전 9시54분. 약간의 공복감을 안고 업무를 보고 있다. 오늘 주스 마실 시간표를 대강 짰다. 7시, 12시, 3시, 5시, 7시, 10시로 잡았다. 가이드북과는 조금 다르게 했다. 보통 오후 4시쯤부터 배고픔이 몰려온다는 걸 감안해 4시에 클렌즈 주스 한 병을 먹기로 했다. 이후 2시간 단위로 집중배치했다. 평소 ‘저녁에 충분히 먹자’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간표대로면 오전에는 5시간동안 공복이 생긴다. 평소에도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긴 하지만, 오늘은 점심에도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마저 살짝 느껴졌다.

오전에는 출근 전에 마신 게 고작이다. 12시까진 참아야 한다. 같이 배달된 어네스트바는 이럴 때 은근히 힘이 돼 준다. 하나 뜯어서 속을 달랬다. 통곡물이 들어간 덕분에 꽤 든든하다. ‘심리적 굶주림’을 덜어낼 수 있다. 사실 온전히 클렌즈 주스만 먹는다면 섭취하는 총 열량이 적기 때문에 견과류 정도는 먹는 게 좋겠다.

12시 3분. 팀원들이 점심 먹으러 나간 사무실은 휑하다. 나는 ‘도시락’이 아니고 주스를 꺼냈다. 아직 병을 따지 않은 것들 중 탄수화물이 그나마 많이 든 ‘레몬샤워’를 골랐다. 레몬, 애플, 생강, 케이엔페퍼를 갈아낸 것. 액체 색은 딱 레몬색이다. 영락없는 봄빛이다. 용기 바닥에 가라앉은 하얀 침전물이 보인다. 잘 섞어야 한다. 조용하고 조금은 어두운 지하층 사무실에서 봄을 마셨다.

지금까지 클렌즈를 마시면서 느낀 장점은, 분명히 달콤한 맛이 나는데도 나중에 입안에 뭔가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콤한 주스나, 음료수를 마시고 나면 입안에 잔뜩 남는 (인공 향미료의) 잔존감이 없어서 좋다.

오후 3시24분. ‘그린데이’ 시도. 짙은 녹색이다. ‘녹즙’이라는 인상을 팍 든다. 여기엔 샐러리, 케일 같이 푸른 채소가 많이 들었다. 배, 유자즙, 사과도 같이 들어서 달콤한 맛을 잊지 않았다. 레몬샤워보단 신맛이 덜해서 훨씬 먹기 편했다. 이게 세 번째 병인데 하나당 450ml이니 벌써 1리터 이상 수분 섭취를 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 가는 빈도가 평소보다 많다.

5시에 팀 회의를 마치고 ‘원더베리’와 함께 주전부리를 조금 먹었다. 아몬드에 초콜릿가루를 묻힌 것 4개 정도다. 오래오래 씹은 뒤에 삼켰다. 만인이 사랑하는 과일인 딸기가 들어간 원더베리는 마시는 내내 기분이 좋다.

7시쯤엔 편의점에서 산 삶은달걀 2알과 함께 ‘시트로나’를 마셨다. 클렌즈 주스만으론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클렌즈 주스는 워낙에 꿀꺽꿀꺽 삼키기만 하는 것이다 보니 씹는 맛이 그리워졌다. 때문에 보통의 식사를 할 땐 충분히 씹지 않았는데, 이틀간은 씹을거리가 입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정성껏 씹고 나서 삼켰다.

또 돌이켜보니 오후 내내 속이 편안했다. 평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심에 좀 충분히 먹는 편이다. 이 때문에 오후엔 속에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거나 하는데 이날만큼은 그런 증상이 전혀 없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몸에 힘이 없다는 느낌도 다행히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퇴근 후에 운동을 하기로 했다. 남산 둘레길(9km)를 따라 달리는 것이다. 약간의 걱정을 가지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진 않았다. 차라리 뱃속이 비어있는 상태라서 몸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매일같이 클렌즈 주스만 먹으면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에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트비트’를 처리했다. 버리지 않고 모아둔 클렌즈 병을 바라봤다. 이틀간 거의 6리터에 가까운 주스들이 내 몸으로 스며들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틀간 클렌즈 주스 체험은 이렇게 끝났다.

nyang@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