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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된 셰프④]“채소의 힘을 믿어요”…‘가드너’ 김신 셰프
  • 2017.04.25.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손에 흙을 묻히고, 가위로 잎을 자르는 그는 농부가 아닌 도시 레스토랑의 셰프다. 그래서 그의 레스토랑 이름도 ‘가드너’(gardener)라 지었다. 바로 서울 압구정동 ‘가드너 아드리아’의 김신 셰프(사진)다.
 
김 셰프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손님의 식탁위에 올린다. 채소를 사랑하는 김 셰프를 만나 텃밭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드너 아드리아' 김신 셰프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

▶농부가 되는 주말=요리를 한 지 23년이 된 김 셰프는 미국 포시즌 호텔 등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4년 국내에 들어온 후 신사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압구정동에서 ‘가드너 아드리아’를 새롭게 오픈했다. ‘가드너’라는 레스토랑 이름답게 본격적으로 텃밭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직접 기른 채소를 한번 쓰면 시중에서 파는 식재료는 못써요. 맛도 다르고 며칠 지나면 금방 시들죠. 직접 수확한 채소는 일주일이 지나도 생생합니다. 시들었던 것도 물에 잠가두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죠”
 
김 셰프는 채소를 기르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답변을 주었다. 한번 써보면 다른 것은 못쓴다는 그의 말에는 식재료에 대한 남다른 욕심이 묻어났다.
 
안성 텃밭에서 길러지는 농작물

주말이면 그는 안성의 텃밭으로 간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닭변을 천연비료료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의 텃밭이다. 고구마, 바질, 당귀, 미니 당근, 로메인 등 여러 작물이 이곳에서 길러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었지만 마을 사람 한 두명이 주말농장을 관리하면서 확대됐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공통텃밭을 이루게 됐다. 
안성 텃밭에서 길러지는 농작물

“3년 전부터 텃밭을 가꾸고 있어요. 처음엔 루꼴라나 바질이 비싸서 경쟁력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키웠는데 기르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죠. 수확할 때는 작은 가위로 하나하나 잎을 따야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고 힘도 듭니다. 하지만 채소를 기르고 수확하는 재미는 생각보다 커요”

공동텃밭을 가꾸다 보니 마을사람들과의 친분도 생겼다. 김 셰프는 “와인을 사가지고 가면 마을 분들이 좋아하신다”며 “같이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며 정을 나눈다”라고 말했다.
 
'가드너' 루꼴라 샐러드

▶좋은 땅에서 얻어지는 채소의 생명력=공동텃밭에서 애정으로 키워진 채소는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에 활용된다. 버려지는 채소도 거의 없다. 쓰고 남겨진 채소들은 모두 냉장고에 모아놨다가 매일 끓이는 육수로 사용한다.
 
“채소의 힘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레스토랑 이름도 ‘가드너’입니다. 좋은 땅에서 자란 채소의 힘을 믿고 있죠. 흙에서 야채를 키우는 자연도 참 위대하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어떤 땅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채소의 상태가 정직하게 달라지거든요. 좋은 땅은 생명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 셰프가 채소를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채소의 생명력을 강조했다. 김 셰프는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채소 요리는 사 먹을 만하다’라는 만족감을 고객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셰프의 바람은 그가 만든 음식에 그대로 담겨있었다. ‘루꼴라 샐러드’에는 씹을때마다 좋은 땅에서 잘 자란 루꼴라의 진한 향기가 퍼져나왔다. ‘삼치 파스타’ 속 시금치는 파스타를 싱싱한 맛으로 바꿔놓았다. 그릴에 구워진 당근은 ‘당근이 이렇게 달았나’ 라고 몇번이나 의문이 들정도로 색다른 맛이었다. 좋은 땅에서 깊은 생명력을 갖게 된 당근과 호박, 아스파라거스는 김 셰프가 강조한 좋은 식재료였다. 
구운 버섯, 당근, 호박, 아스파라거스, 양파

“야생 토마토는 진짜 맛있어요. 땅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맛도 더 있죠. 향기도 훨씬 강합니다. 채소는 위와 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먹을수 있는 건강식이기도 합니다. 채소를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서 식사 양도 적게 바뀌게 됩니다. 살도 안찌고 정말 좋죠” 
  
채소에 대한 애정만큼 김 셰프가 목표로 하는 레스토랑 역시 채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미국 ‘블루힐’ 레스토랑의 댄바버 셰프처럼 야채의 힘을 보여줄수 있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블루힐’처럼 농장까지 직접 운영하면서 농장의 식재료를 바로 공급할수 있는 레스토랑이 제 꿈이에요. 시중에서 파는 싼 가격의 야채에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야채를 과감하게 쓸수 있는 레스토랑이 가장 좋죠”
 
그는 이러한 ‘팜투테이블’(Farm to tableㆍ농장 식재료를 식탁까지 가져온다는 뜻)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 유럽에는 많다고 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레스토랑의 철학에 감명을 받는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음식은 사랑이다”고 강조하면서 “식재료에 사랑이 들어있다면 맛있는 음식이 나올수 밖에 없으며, 특히 건강하지 않은 음식은 절대 나올수 없다” 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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