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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 “식습관 바꾸기까지 5년, 달라진게 느껴지니 돌아갈 수가 없죠”
  • 2017.04.20.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봄날처럼 싱그럽고 따사롭다. 요즘 이 사람, ‘채소 누나’로 많이 불린다. ‘채소 소믈리에’라는 독특한 직업을 소개하며 ‘채소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탓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다. 
 

요리연구가 겸 채소 소믈리에 홍성란(32)은 최근 각종 쿠킹클래스의 섭외 0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 혼밥, 채소 식단을 주제로 한 자리라면 어디에서나 홍성란을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봄이다 보니 젊은 분위기를 원하는 데에선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봄나물을 활용한 센스 있는 레시피, ‘아재개그’를 사랑하는 ‘채소 누나’의 입담이면 분위기는 금세 화사해진다. 분주한 봄을 맞고 있는 홍성란 요리연구가를 지난 주말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 채소 소믈리에가 뭔가요?
= 혼밥족을 위한 레시피를 전하던 ‘마리텔’의 지난 방송. 홍성란은 함께 출연한 김구라, 서장훈에게 채소를 우려낸 물을 권했다. 홍성란이 즐겨 마신다는 ‘디톡스 워터’다. “이거 그냥 물인데 뭐”. 짓궂은 방송인들의 ‘팩트 폭행’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이 채소 예찬론을 편다. ‘채소 누나’라는 별칭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홍성란 요리연구가의 예능 출연으로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았던 생소한 직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채소 소믈리에다. 

“채소 소믈리에라고 해서 채식주의자는 아니에요.” 채소를 다루니 ‘채식주의자’ 일 거라는 오해도 받는다고 한다. “채소와 과일을 다루는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채소와 과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그것을 주인공 삼아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로 소통하고 있어요.”

채소 소믈리에는 사실 일본에선 익히 알려진 직업이다. 국내에선 2009년 사단법인 협회가 설립, 단계별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을 길러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문가 과정을 거친 채소 소믈리에는 국내엔 29명뿐이다. 여전히 블루오션, 흔치 않은 직업인 셈이다. 

홍성란 요리연구가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요리 덕후’였다고 한다. “초딩들은 가스 불을 잘 안켜잖아요.(웃음)” 그 시절부터 계란말이를 부치고, 라면까지 끓여먹었다. “물론 맛은 없었어요.” 그러다 전공은 과감히 접고, 요리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따내기 시작했다. “꽤 고득점으로 필기부터 실기까지 따다보니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이 길이 네 길인가 보다.”

채소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요리연구가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찾아가던 과정에서였다.

“나만의 것이 필요했어요. 일식, 중식, 이탈리아 요리 등 다들 각자의 분야가 있잖아요. 제 경우엔 한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모든 가정 요리를 다루고 싶었죠. 그러면서 건강식, 저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채소 소믈리에라는 길이 보였죠.”
홍성란 요리연구가는 최근 각종 식품기업 쿠킹클래스의 섭외 0순위 강사로, 채식, 저염식 등 건강한 식습관을 담아낸 레시피와 재치있는 말솜씨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 “식습관 개선 5년…입맛 굳히기까지 오래 걸렸죠”=채소를 다루는 전문가이다 보니 스스로 실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도 혼밥족이기도 하고요. 예전엔 배달음식도 많이 먹고, 야식도 많이 먹었어요. 저염식으로 식습관을 바꾸기까지 5년 정도 걸렸어요.”

힘들게 식습관을 바꾼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채소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걸맞게 신뢰를 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 ‘다이어트에 좋아요’, ‘건강에 좋아요’ 라고 말하는 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저만의 당당한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식습관을 바꾼 거죠.”

하지만 입맛을 다스리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입맛을 굳히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5년에 걸쳐 서서히 바꿨고, 지난 “1~2년 사이에 완전히 입맛이 굳어졌다”.

저염식 5년차, 홍성란 요리연구가는 인터뷰 중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보여줬다. 지금보단 다소 붓기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말 다르죠? 시작은 힘들지만, 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니 돌아갈 순 없어요.”

피로를 자주 느껴 아침마다 몸이 무겁고, 낮잠을 자지 않으면 하루종일 일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저염식으로의 개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저염식을 1주일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게 돼요. 우리 몸에서 염분이 빠져 나가는 데는 3일이 걸려요. 그런데 매일 짠맛을 찾다 보니 염분은 계속 쌓이게 되는 거죠. 저염식으로 노폐물이 빠지니 피로도가 덜 하고, 몸이 가뿐해 일의 능률도 오르고요. 지금은 조금만 짜게 먹어도 몸이 피곤한게 느껴져요.”

몸소 체험하니, ‘식습관의 변화’를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좋은 걸 경험하면 자꾸만 권하고 싶은 법이다. 홍성란 요리연구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때문에 저염식과 채소의 비중을 늘린 식단이다.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당연히 중요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물도 많이 안 마시고, 채소도 덜 먹어요. 샐러드를 먹어도 드레싱을 뿌려먹거나 인위적으로 토핑을 첨가하고요. 심지어 토핑을 먹기 위해 샐러드를 먹는 분들도 있고요. (웃음)” 채소의 섭취를 강조하며 건강상 이점이 줄줄이 나온다. “채소 섭취를 늘리면 신진대사율을 높여주고, 이뇨작용을 도와 염분 배출에 도움이 돼요.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수치도 낮춰준다”며 또 한 번 ‘채소 예찬론’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뭐든지 과식은 금물이다.

“요즘엔 과식, 폭식이 가장 큰 문제잖아요. 건강한 음식은 사실 다른게 아니에요. 내가 이걸 먹었을 때 내 몸에 좋은 점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내가 건강하다 생각하면 그게 맞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조절해야 해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배가 부르기 전에 과감하게 손을 놓아야 해요. 그게 건강한 식습관 아닐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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