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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된 도시여성]창틀에서 장본다…‘키드너’ 장진주
  • 2017.04.18.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근대, 상추, 루꼴라. 콩나물…그녀는 채소를 장보기 위해 마트가 아닌 창틀로 건너간다. 잘 자란 루꼴라를 따서 피자 위에 올려놓고, 애플민트는 빻아서 모히또로 해먹는다. ‘키드너’ (부엌에서 농사짓는 키친 가드너의 줄인말) 장진주씨(사진ㆍ33세)의 일상이다.
 
집안에서 장을 보는 장진주 씨는 농부가 아닌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도시 여성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집에서 키운 채소로 요리하는 장진주씨의 텃밭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피스텔에서 키우고 있는 실내 텃밭,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늘어나는 도시농부, ‘키우는 재미가 커요’=장 씨와 같은 도시농업자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약 131만명으로, 텃밭면적은 850ha에 달한다. 불과 5년 전인 2010년 참여자(15만명) 의 8.6배, 면적은 (104ha) 8배나 증가했다.
 
도시농업자인 장 씨는 텃밭과 관련된 글을 통해 파워블로거가 됐으며, 두 권의 책까지 냈다. 대학원 원예학과에서 채소를 전공한 그는 채소 요리에 관심이 생겨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난해 귀국했다.
 
‘키드너’ 장진주 씨,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정말 우연한 기회에 텃밭을 키우게 됐어요. 9년전 쯤 집에서 방울토마토를 먹고 씨앗을 화분에 툭 던져놓았는데 며칠뒤 새싹이 돋더니 어느새 열매까지 달린 거에요. 신기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텃밭을 키우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열두달 베란다 채소밭’(2012), ‘나는 직접키운 채소로 요리한다’(2016) 의 저자인 장 씨는 소믈리에 자격증도 보유할 정도로 전문지식이 많은 도시농업가다. 또한 강사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하다.
 
“채소를 키우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일상이 싱그러워졌어요. 일만 하던 전보다는 기분전환도 되고 혼자사는 집이 풍성해졌죠”
집안에서 싱싱하게 자란 바질의 수확 모습

▶‘날마다 신선하게’ 아침엔 수확한 샐러드=장 씨의 말대로 오피스텔 안에는 무성하게 자란 초록잎들로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햇빛이 잘드는 창문에는 새싹 채소를 키우는 패트병들이 일렬로 진열돼 있었다. 즐비하게 들어선 빌딩 배경을 뒤로한채 초록잎들은 보란듯이 고운 자태를 뽐냈다.
 
햇빛이 잘 안드는 집안 한쪽에서는 LED 재배기를 통해 자라나는 잎채소들도 있었다. 장마철이나 겨울철에서 이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수확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와 빵을 먹습니다. 냉장고에 두고 먹는게 아니라 바로 수확한 것이라 정말 신선하죠. 또 여분이 남지 않아 식재료가 상할 걱정이 없어요. 가격면에서도 바질처럼 비싼 경우에는 이득이 됩니다”
 
바쁜 직장인이기에 텃밭 키우기가 힘들지는 않는 지 궁금했다. 하지만 장 씨가 열거한 텃밭 키우기의 장점들은 많았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장점은 생명이 자라나는 경험이다.
 
“저는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허브를 보면서 물을 주고 시든 잎을 제거하고 양분을 얹어주는 등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됐죠. 내 손으로 생명을 키우는 경험, 내 손으로 수확하는 재미는 항상 즐겁습니다. 저도 매번 이렇게나 좋은데 아이들이나 처음 해보는 이들은 얼마나 신날까요” 

잎채소의 모종

▶바질 따서 친구들과 와인파티=장 씨는 채소를 이용한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 수업을 듣고, 현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인턴 근무를 했을 정도이다.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요리에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좋은 식재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해 먹는 것까지 배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평소 바질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해먹는다. 향이 좋고 집에서도 잘 자라 수확량도 많기 때문이다. 이날 장 씨는 적색근대 샐러드와 바질을 넣어 만든 파스타를 직접 요리해줬다. 부엌 바로 옆에서 바질을 따는 손길마다 바질향이 진하게 묻어났다. 가장 신선할 때 딴 바질은 파스타의 맛과 향기를 좌우할 만큼 싱그러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직접 재배한 바질로 만든 ‘바질페스토 파스타’

“채소들을 수확할 때쯤 친구들을 불러 요리를 해줍니다. 루꼴라 피자, 바질페스토 파스타 등 와인과 함께 어울리는 요리를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이외에도 ‘어린잎 리코타 샐러드’나 ‘허브향 통닭구이’, ‘잎비트 쌈밥’, ‘한련화 꽃비빔밥’ 등 장 씨는 텃밭 식재료의 레시피를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채소를 키우다 보면 그 맛을 알게 되죠. 그러면서 몸에 좋은 채소를 더 훨씬 더 많이 먹게 됐어요. 저처럼 일상에서 채소와 가까워지도록 그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는 빛이나 공간이 한정된 1인 가구에서 최적화된 채소 키우기 방법을 전하고 싶어했다. 자연과 친밀해지는 동시에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장 씨는 1인 가구인 기자의 손에도 작은 초록잎의 바질 모종을 쥐어줬다. 그는 “며칠동안 바라볼 정도로 살려 놓아도 바쁜 현대인에겐 작은 성공이에요”라며 “자신이 키울수 있는 모종만 가지고 한단계씩 키우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라고 조언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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