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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알못’ 기자가 만든 혼밥족 한 끼 ‘쑥밥 스테이크 정식’
  • 2017.04.17.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앗! 어려우세요?”

차마 요리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 하고 망설이던 기자에게 홍성란 요리연구가가 다가왔다. 지난 15일 서울 인사동 뮤지엄 김치간에서 진행된 ‘홍성란의 건강 혼밥 쿠킹클래스’ 현장. 사전신청을 받아 20명만 참여한 이날 쿠킹클래스에선 홍성란 요리연구가가 혼밥족을 위한 간편하고 건강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쑥밥스테이크정식, 주꾸미낫토비빔밥

참가자들의 요리에 앞서 홍성란 요리연구가는 고작 30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두 개의 요리를 뚝딱 만들었다. 쑥밥 스테이크 정식과 주꾸미 낫토 비빔밥, 홍성란 요리연구가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다. 제철 재료인 쑥, 달래, 주꾸미를 활용한 메뉴이자, 혼자 먹는 밥도 ‘우아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다. 이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1인가구를 위한 초간단 레시피를 선보이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의 분포는 다양했다. 요리가 익숙한 결혼 5년차 부부부터 “카레를 많이 해먹는다”는 강민아(23)씨, “부모님과 함께 살아 요리를 하진 않는다”는 김예진(22)씨. 여기에 “밥 한 번 해본 적 없는” 기자도 가세했다.

‘레시피’가 요리의 절반이라 믿었으나 막상 조리대 앞에 서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몰라 적잖이 당황했다. 이 자리에 서니 마치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기분이 들었다.

요리 초짜의 간택을 받은 메뉴는 ‘쑥밥 스테이크 정식’. 일단 쑥부터 다듬기로 결정. 쑥은 보통 3~4월이 제철이고, 가장 맛있는 상태다. 애초 ‘냉이밥 스테이크 정식’이었던 요리는 가장 적합한 철을 맞은 쑥으로 교체됐다. 뿌리 쪽은 가볍게 손질한 뒤 칼로 잘게 다졌다. 어쩐지 칼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경쾌한 칼질 소리는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실감한 진리가 있다. 무수히 많은 셰프들이 말하듯, 역시 요리는 “재료 손질이 절반”이었다.

쑥과 다진 돼지고기와 모짜렐라 치즈, 통곡물밥 반공기를 넣고 손으로 버무려봤다. 자고로 음식맛은 손맛. 손맛이 골고루 밸 수 있도록 조물조물 주무른다. 손맛이 소금을 대신한 건 아니다. 이제 미학이 중요한 시점이다. 잘 버무린 재료는 동그라미 모양으로 뭉쳐줘야 한다. 스테이크 패티 모양이다. 사실 뭉치는 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팬에 굽는 것을 고려해 너무 두껍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다음 순서는 스테이크밥에 곁들일 샐러드 만들기. 전분을 묻혀 구운 두부 샐러드다. ‘요알못’의 눈에 놀라운 두부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포장두부는 먹기 좋게 이미 칼질이 돼있었다. 누군가는 ‘어이 없다’ 느낄지 모르지만, 두부를 꺼내는 방법을 놓고도 고심하는 것이 ‘요알못’들이다. 두부 안에 물은 흥건한데, 이 물을 흘리지 않고 두부를 꺼내려니 두부가 깨지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을게 뻔했다. 사실 물을 덜어낸 뒤 접시를 활용해 뒤집으면 되지만, 의외로 두부 꺼내기가 쉬워보이지 않는 팀들이 눈에 들어왔다. 잘려진 두부를 하나씩 꺼내다 결국 모양을 해친 팀도 있었다.

접시 위로 덜어낸 두부는 키친타월을 이용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전분가루를 묻혀야 하기 때문이다. 키친타월 두세 장으로는 모자라는 양이다. 물기를 제거한 뒤 전분가루를 골고루 묻힌다. 중요한 것은 전분가루는 팬에 굽기 직전에 묻혀야 한다. 식용유를 두른 팬을 달군 뒤 전분가루를 묻혀 바로 팬 위에 올리면 시간이 딱 맞는다. 전분가루를 묻혀 구워낸 두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보드라운 튀김 투부가 된다.

두부를 구운 뒤 스테이크를 구워주면 된다. ‘요리초짜’의 허점이 드러나는 때다. 여러 재료가 뭉쳐진 밥스테이크를 굽다 보면 잘 구워지지 않아 자꾸만 기름을 들이붓게 된다. 하지만 기름을 부워 구을수록 밥스테이크는 더 구워지지 않는다.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을 띄어야 정상인데, 기름이 밥 안으로 흡수돼 구워지진 않고, 스테이크는 부서지게 된다. 기름 제거를 위해 키친타월을 한 통을 쓰게 되는 참사가 빚어질지 모른다.

마지막 순서는 드레싱. 스윗칠리소스에 식초 1큰술, 잘게 다진 양파와 토마토를 넣어 샐러드 드레싱과 밥스테이크 겸용 드레싱을 만들어준다.

과정은 얼렁뚱땅이었으나 어찌 됐건 결승점을 향해 도달했다. 홍성란 푸드클래스의 관계자의 “스테이크를 잘 만들었다”는 칭찬에 힘 입어 플레이팅에 도전했다. 쑥밥스테이크 옆으로 피어난 두부꽃, 푸른 채소와 토마토칠리소스를 중간에 얹었다. 플레이팅의 기본은 색과 요리의 균형이다. 적절한 배치와 색감의 조화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일차원적 접근. 꽤 성공적이었다. 사실 케이블 채널 tvN ‘윤식당’의 불고기 덮밥 플레이팅을 벤치마킹했다.

레시피가 훌륭했던 탓에 맛도 성공적이었다. 소금을 넣지 않은 요리임에도 치즈에서 우러난 본연의 맛과 칠리소스 맛 덧분에 싱겁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특히 쑥을 넣어 만든 밥스테이크가 신의 한 수였다. 쑥의 그윽한 향이 계피맛처럼 느껴지는 신세계를 만나게 됐다. 쿠킹글래스가 끝난 뒤에야 알게 된 사실. 드레싱에 후추가루를 빼먹었다. 재료 하나쯤 빼먹는 건 요리 초보들의 흔한 실수다.

쑥밥스테이크정식

<쑥밥스테이크정식>

▶ 재료

1. 스테이크 : 통곡물밥 1/2공기, 쑥 3뿌리, 다진 돼지고기 1/4컵, 모짜렐라 치즈 2큰술
2. 샐러드 : 부침용 두부 1//2모, 어린잎 1/2컵, 전문가루 2큰술
3. 드레싱 : 토마토 1/4개, 양파 1/6개, 스윗칠리소스 2큰술, 식초 1큰술, 후추 약간


▶ 스테이크

1. 쑥은 깨끗하게 손질한 후 잘게 다진다.
2. 모든 재료를 섞어 스테이크 패티 모양으로 구워준다.
3.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전분가루를 묻혀 노릇하게 굽는다.
4. 드레싱 재료를 다져 섞은 후 구운 두부, 어린잎과 함께 곁들인다.
5. 한 접시에 담아 정식 느낌이 나게 접시에 담는다.


shee@heraldcorp.com

[사진=리얼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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