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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밥족과 집밥해 먹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집밥 전도사 차해영 씨
  • 2017.03.22.
-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식당 운영하는 차해영 씨
- '건강한 혼밥’위한 공유부엌 활성화 노력도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차해영(31) 씨는 2015년 말부터 작년 11월까지 1인 식당을 꾸렸다. 여기에 ‘우야식당’이란 이름을 붙였다. 손님이 미리 언제 오겠다고 예약하면서 먹고싶은 메뉴를 말하면, 당일에 차려내는 콘셉트다. 식당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해영 씨의 집. 스무살부터 자취를 시작한 그가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1인 가구가 운영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식당인 셈이다. 

해영 씨는 ‘아무거나 해주세요’라는 주문에 가장 난처함을 느꼈다고 했다. “먹는 데 관심이 많고 음식이 내 몸에 직결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요구가 구체적이에요. ‘밥은 밤밥으로, 미역국은 들깨미역국으로’. 이런 식이죠 하지만 손님 대부분은 아무거나 해달라고 해요. 그만큼 먹는 데 무관심하다는 거죠.”

‘아무거나’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는 식당에서도 혼자 사먹긴 힘든 음식을 차려줬다. 동태찜이나 장어구이, 햄버그스테이크 같이 ‘혼밥’이 어려운 메뉴들이다. 세심한 메뉴 선택, 정성이 담뿍 담긴 음식…. 손님들에겐 마치 친근한 누나, 언니 같은 셰프였다. 9개월 동안 70명 정도가 그의 손맛을 맛봤다.



▶ "같이 장보고 칼질…즐겁게 집밥 노하우 공유”

그녀도 한때는 전형적인 자취생의 삶을 살았다. 일에 치여 집밥은 멀리했고 기껏 사둔 식재료는 냉장고에서 썩어가기 일쑤였다. 2014년, 지금의 연남동 집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그는 집밥의 가치에 눈을 떴다. 해영 씨는 “집과 직장이 가깝고, 제법 괜찮은 주방을 갖춘 집을 구하면서 친구들을 초대해 밥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의 먹는 문제에 관심이 커졌다. ‘우야식당’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문을 연 게 아니었다. 1인 가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밥값으로 받는 1만원은 온전히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 썼다.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채소를 다듬고 썰며 음식 준비에 참여한다. 

해영 씨는 작년 3~11월 ‘집밥모임’도 진행했다. 우야식당과 비슷한 취지에서다. 격주 수요일마다 10~12명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고 사는 애기를 나눴다. 다행히 마포구 망원시장 안에 상인회가 조성한 공유부엌이나 서울시 혁신파크에서 이런 모임을 열었다. 여기엔 200명 가까이 참여했다. 그렇게 해영 씨는 청년들에게 집밥의 가치를 알리는 '집밥 전도사'가 돼 있었다.

그는 “‘밥을 직접 해 먹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요리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같이 장도 보고 재료를 칼로 써는 것부터 해보자는 취지에서요”라고 설명했다. 겨우내 쉬었던 집밥모임과 우야식당은 이달 말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녀는 이런 모임이 아직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걸 안타까워한다. 집밥모임에 즐겁게 참여했더라도 정작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다시 배달음식이나 편의점 간편식에 손을 댄다.

해영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건 다각적인 문제에요. 1인 가구가 주로 지내는 저렴한 집 가운데 주방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들은 적고 식재료를 구입할 마트나 시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요. 또 야근에 치여서 살면 뭔가를 해먹을 엄두도 못 내는 게 사실이에요. 더구나 우리 세대들은 음식을 만드는 것을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었어요.” 



▶‘같이의 가치’ 고민, “올해는 공유부엌 활성화가 목표”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해영 씨는 서울시 청년의회에 ‘청년 1인 가구의 건강 실태조사’를 제안해뒀다. 지난해에 만났던 154명의 1인 가구로부터 받은 설문조사 결과도 담았다. 올해 목표는 1인 가구를 개별적으로 만나 인터뷰하면서 보다 심층적인 이야기를 듣는 거다.

해영 씨는 ‘공유부엌’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공유부엌은 그야말로 여럿이 함께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엔 마포구 망원시장과 은평구 혁신파크를 비롯한 몇 군데가 있다.

그는 이런 공간들이 곳곳에 마련되면 같이 식재료를 마련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청년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집밥모임이 각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열리는 모습도 그리고 있다.

“서울시에 꾸준히 공유부엌을 건의하고는 있어요. 공유부엌 같은 공간이 생기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매뉴얼화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껏 만들었더니 아무도 안 쓰잖아’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해야죠.”

그는 스스로를 ‘1인 가구 식생활 연구자’라고 소개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본업은 전국의 청소년센터, 미디어센터나 학교에서 미디어를 교육하는 게 본업이다. “좋아서 하는 활동과 돈을 버는 노동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도 개인적인 목표에요.” 해영 씨의 이번 봄은 꽤나 분주할 것 같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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