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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인류세 시대’로…닭뼈 화석이 남는다
  • 2017.02.23.
인류가 지구 대기와 바다, 야생 환경에 미친 영향으로 새로운 지질 시대가 도래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류가 환경에 미친 영향이 막대해 지구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진입하게 했다는 설명인데요.

다국적 과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AWG)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지질학연합의 ‘국제지질학회의’(IGC)에서 현 지질시대인 ‘현세’(現世·holocene)를 끝내고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고 불리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공식적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질시대에는 각 시대를 구분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는 ‘골든 스파이크’가 있습니다. 인류세도 현세와 구분되는 골든 스파이크가 있다는 게 이 전문가 그룹의 주장인데요. 이는 원자폭탄 실험으로 생긴 방사성 물질, 지구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대기에 축적된 메탄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닭과 같은 가축류의 폭발적 번식 등입니다. 
원자폭탄 실험장면


▷‘세’ 가르는 골든 스파이크 강력 후보…방사성 물질



“우리는 새로운 시대인 ‘세’로 불려야 할 또다른 세계로 변화하는 시기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일어났던 변화에 맞먹는 변화입니다.”(영국 지질연구소의 수석 학자인 콜린 워터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AWG에 따르면 인간이 이처럼 이전 시대와 다른 지질학적 변화를 지구에 가져오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지구 구석구석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영향들이 지대하다는 건데요.

AWG가 1만2000년 전 시작된 현세와 인류세를 가르는 골든 스파이크로 가장 유력하게 꼽는 후보는 1940년대 후반 원자폭탄 실험으로 성층권까지 도달했다가 지구로 떨어진 방사성 물질들입니다. 발전소에서 배출된 미연 탄소와 알루미늄, 콘크리트 입자 역시 유력한 골든 스파이크 후보들이고요.



플라스틱으로 덮힌 강(좌) 20세기 중반 가장 흔한 새, 닭(우)

▷인류세의 다른 증거들

특히 플라스틱은 2차대전 이후 만들어진 양을 랩으로 만들면 지구를 한 바퀴 둘러싸고도 남을 만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대량 생산돼 지구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바다의 물고기만 해도, 그중 방대한 비율로 몸에 플라스틱을 품고 있다. 플라스틱이 먹이인 줄 알고 먹고 새끼들에게 물어다 준다. 이들의 배설물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일부가 해저에 가라앉는다. 지구가 천천히 플라스틱으로 덮여 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6천600만 년 간 대기권의 이산화탄소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요인입니다. 이전보다 훨씬 급격한 속도로 동식물이 멸종하는 것도 인류세 돌입의 증표이고요.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몇 세기만 지나도 동식물 종 75%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반면 인간에 의해 전 지구적으로 급격히 확산한 종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가금류입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에서 가장 흔한 새는 닭이 됐는데요. 이로 인해 집에서 키우는 닭의 뼈는 미래 지질학자들에게 ‘인류세를 정의하는 화석’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만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선포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앞으로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류세의 시작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는 부분도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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