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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살리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
  • 2017.02.23.
1%. 우주에 있는 태양의 빛 에너지 가운데 광합성을 통해 지구 상의 생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그 양은 1%도 채 되지 않죠. 하지만 이 정도에도 울창한 숲과 초원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날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에 땀을 흘린 적이 있다면 혹은 봄날의 싱그러운 햇볕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적이 있다면, 지구에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인간은 한정된 에너지 자원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무질서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에너지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열역학 제 2법칙입니다)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감소하고 에너지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북극곰이 제 새끼를 잡아먹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고요.

▷부메랑이 된 기후변화 

누군가는 도시의 산업화로 인해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데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는 건 과거에도 있었던 주기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거죠. 태양 활동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온이 상승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만9000여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고 해양의 온도가 상승하고 빙하가 감소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는 기후 시스템의 온난화가 명백하다고 말합니다. 기후가 변화하는 속도나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정도에 대한 견해차는 있지만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증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고요. 지금과 같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면 최소 100년 뒤에는 북극곰이 사라지고 런던이나 뉴욕은 물에 잠기기 시작합니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해 극지의 얼음과 눈이 녹고 토양이 드러나면 태양의 빛 반사율이 낮아져 지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합니다. 이로 인해 지구의 온도는 더 높아지겠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그 결과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고 산불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그 양이 얼마나 될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한계치를 벗어나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들 
 
그렇다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노스웨스트 환경기구의 상임연구원인 존 라이언은 공공도서관, 콘돔, 무당벌레 등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죠. 하지만 크건 작건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연과, 그리고 인간과 연결돼 있습니다.  

1. 공공도서관

도서관 한 곳을 지으면 절약되는 종이의 양은 무려 50만 톤 입니다.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5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많은 생물이 멸종하는 걸 막고 있는 게 공공도서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죠. 북미의 한 도서관은 1년에 평균 500권 정도의 책을 구입하고 무려 10만 권의 책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가장 민주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책을 빌리는 건 무료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구의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선 필요한 물건은 빌려서 쓰고, 중고품을 재활용하고, 고장이 난 물건은 가급적 버리지 않고 고쳐 사용해야 합니다.
 
2. 콘돔

환경이 오염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높습니다.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의 첫 번째 원인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죠. 인구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나 배설물도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농경 사회 초기에만 해도 지구 상의 인구는 500만 명이었지만 1800년도에는 1억 명이 됩니다. 2015년 현재 세계 인구는 73억 명이고 2100년에는 112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인구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걸 막고 있는 게 콘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억 번의 성관계가 이뤄지고, 35만 명의 사람들이 성병에 전염되며, 100만 명의 여성들이 임신을 하는데, 그중 절반은 원하지 않는 임신입니다. 1세기 전에 발명된 콘돔은 20세기 말 인류가 직면한 성병과 임신을 동시에 막아주는 위대한 발명품이었죠.

콘돔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지만 콘돔을 만들 때 사용되는 자연산 고무 라텍스는 합성고무와는 달리 생태적인 피해가 훨씬 적습니다. 콘돔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고무의 양도 아주 적고요. 자동차 바퀴 하나에 들어가는 고무로 1100개의 콘돔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무당벌레

무당벌레는 평생 5000마리의 진딧물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무당벌레 대신 살충제를 선택했죠. 인간이 만든 살충제 시장은 매년 3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살충제는 해충과 익충을 모두 죽이기 때문에 결국 해충에게 저항력을 키워 줍니다. 미국 정부는 200종 이상의 해충이 한 가지 이상의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매번 더 많은 양으로 더 독한 살충제를 써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이 땅 위에서 어떠한 열매도 열릴 수 없습니다. 꽃이 피는 식물의 90%가 곤충을 통해 수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방법들이 매우 사소해 보이고 그 효과는 미미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우리 모두가 꾸준히 실천할 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오염시켜서 얻는 경제적인 풍요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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