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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시대, 동물복지 아세요?②본능대로 키워라
  • 2017.01.04.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유럽의 돼지들은 코로 축구공을 몰고 다니거나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을 끌어당기는 등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2003년 2월 유럽연합이 모든 농장 돼지들에게 의무적으로 장난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동물 복지 규칙을 발표한 결과다.

‘동물 복지’는 왜 필요한 걸까. 이는 동물도 생명이라는 윤리적 측면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장식 대량 가축 농장에서 나오는 배설물은 거름으로 자체 재활용할 수준을 넘기 때문에 한꺼번에 폐기하는데 이 배설물은 도시 하수보다 160배 더 환경을 오염시킨다. 또한 동물복지는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의 복지와도 연결돼있다. 밀집사육에 따른 전염병, 항생제 남용은 동물을 먹는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 동물로부터 좋은 식재료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동물복지=동물복지 운동은 ‘공장식 축산’ 문제점 개선에 기여하는 동시에 선진화된 축산업의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며, 고품질의 건강하고 윤리적인 축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동물복지는 영국 농장동물복지위원회가 규정한 ‘동물의 5대 자유’인 배고픔·불편함·질병·두려움·활동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2005년부터 동물 운송, 도축 등에 대해 동물복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은 뜨겁다. EU(유럽연합)에서는 197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동물보호ㆍ복지에 관련된 입법 및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2013년 유럽연합은 돼지를 감옥이나 다름없는 스톨(길이 2mㆍ폭 60cm의 매우 좁은 돼지우리)에서 사육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또 한 가지 동물 복지 규칙을 정했다.
 
정부의 규제가 중심이 되는 EU에 비해 미국에서는 민간단체 및 소비자의 압력에 의해 업계가 자발적으로 동물복지를 추진하고 있다. 맥도날드, 웬디스 등 대규모 패스트푸드점은 축산물에 대해 자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한 축산물을 사용한다. 캘리포니아주,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동물복지에 관한 주(州)입법을 확산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증제도도 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한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해당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구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생산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동물복지를 향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증 기준은 유럽연합(EU)에서 선정한 ‘가축을 위한 5가지 자유’를 바탕으로 하며 그 기준은 비교적 까다롭다.
 

▶한국도 동물복지 인증 확대=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와 축산물인증표시제를 도입했다. 2012년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젖소·염소, 2016년 오리로 축종을 확대하고 있다.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은 가축 사육을 전담하는 농장은 물론 도축장·이동 과정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동물복지 인증이 필요하며 우리나라의 인증기준 역시 유럽연합(EU)선정의 ‘가축을 위한 5가지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
 
서두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주무관은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 본래의 습성대로 기르는 농장에게 국가가 주는 인증제도”라며 “2016년 12월 총 113개소(산란계 89, 육계 10, 돼지 12, 젖소 2)의 인증농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주무관은 “동물에 대한 윤리적 측면과 더불어 우리나라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하나의 대안으로서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서 키우는 닭들 (참프레 제공)

▶인증기준, 얼마나 까다로울까=동물복지 농장의 핵심은 동물의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료에는 항생제를 함부로 넣으면 안된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80가지의 심사를 거쳐야 할정도로 까다롭다.
 
우리나라 산란계농장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폐쇄형 케이지 사육금지, 바닥면적 1㎡당 성계 9마리 이하의 밀도 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톱밥이 깔린 바닥에서 생활하고 닭이 올라앉을 수 있는 횃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부리를 잘라낼 필요도 없다. 이런 곳에서 닭이 낳은 달걀은 일조량과 먹거리에 따라 크기와 색도 다르며 면역력도 강하다. 이 때문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생산된 닭과 계란의 가격은 일반 가축에 비해 높다.
 
돼지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새끼의 꼬리를 자르거나 송곳니를 뽑지 말아야 하며, 매일 1회 이상 건강 상태 점검 등의 기준이 붙는다. 임신돈의 휴식공간에는 깔짚이 제공되어야 하며, 분만 5일 이후 최소한 한방향으로 돌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이렇게 쾌적한 환경에서 있는 돼지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사료 과잉 섭취도 없다.

또한 한우·육우는 사료의 40% 이상, 젖소의 경우 60% 이상 건초 등 풀사료를 포함해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수 있다. 소가 곡류를 많이 먹으면 우유가 많이 나오지만, 위 안이 급격히 산성화되면서 음식을 발효ㆍ분해하는 미생물이 많이 죽기 때문이다. 거세 또한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불가피할 경우 수의사에 의해 외과적으로 시술한다. 특히 육류는 이동 및 도축 등 과정에 대한 동물복지 인증 기준이 계란보다 까다롭다. 도축도 인증을 받은 곳에서 해야만 인증마크가 붙여진다. 농장 인증만으로 유통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란과는 다르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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