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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인한 3대 진미…미식 뒤에 숨겨진 동물들의 눈물
  • 2016.12.26.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AI) 사태로 국내에서도 동물복지가 새삼 이슈가 되고 있다. AI가 쉽게 전파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가금류 축사의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문제가 꼽히기 때문이다.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닭들은 A4용지보다도 좁은 우리에 갇혀 갖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계란을 찍어내야 한다. 우리가 ‘치느님’을 외치며 ‘1인1닭’을 즐기는 사이 동물들은 비명은 묻혀버렸던 것이다.


우리보다 일찍부터 동물복지에 주목한 서양에서도 윤리적 식품 소비를 위한 문제제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일부 음식은 그 생산과정의 비윤리성이 더욱 도드라져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좀체 해결되지 않고 있다.

▶ 푸아그라
AI는 현재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에서도 비상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피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가 있는 이 계절에 거위 수요가 부쩍 늘어나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이 파티 음식으로 즐겨먹는 푸아그라 때문에 말이다.

푸아그라(Foie Gras)는 프랑스어로 오리나 거위의 ‘살찐 간’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맛에 지방 함량이 높아 캐비어, 송로버섯과 함께 세계 3대 미식 식재료이자 고급음식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야생 거위는 겨울철에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먹이를 많이 먹음으로써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 형태로 쌓아놓는데, 이것을 식재료로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러한 살찐 간을 계속해서 공급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살찐 간을 인위적으로 얻기 위해 거위를 좁은 케이지 안에 가둬놓고 입에 호스를 물린 뒤 사료를 억지로 밀어넣는 ‘가바주’라는 사육방식이 이용된다. 이런 방식으로 거위의 간을 정상보다 10배 이상 살찌우면 그때가서 도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영국, 독일, 스위스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동물학대로 판단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전세계 푸아그라의 75%를 공급하는 프랑스는 아직 가바주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론이 악화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 샥스핀
지난 여름 청와대가 오찬에서 내놓은 샥스핀(shark‘s fin) 역시 꾸준한 논란꺼리다. 문자 그대로 상어의 지느러미를 말하는 이 음식은 중국 송나라 시절부터 황제들의 상에나 오를만한 진귀한 음식이었으며, 상당히 대중화된 현재까지도 부를 상징하는 고급음식이다.


문제는 샥스핀이 대중화되면서 상어가 멸종위기에까지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1년에 많게는 1억 마리의 상어가 죽임을 당해 현재 상어 465종 가운데 11종이 ‘심각한 멸종위기종’, 15종이 ‘멸종위기종’, 48종이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바다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의 멸종은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원인이 된다.

상어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과정도 비윤리적이다. 어부들은 상어를 잡으면 상어의 지느러미만을 자른 뒤 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낸다. 상어 고기에 대한 수요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느러미를 잃은 상어는 헤엄칠 수 없기 때문에 익사하고 만다.

이에 유럽연합(EU)과 미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은 샥스핀 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샥스핀을 규제하거나 금지하고 있지 않다.

▶ 루왁 커피
한 잔에 몇만원씩 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져 있는 루왁 커피는 국내에도 커피가 보편화되면서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선물용으로 격식을 차리는 데도 많이 쓰인다. 고양이과 동물 루왁(사향고양이)이 먹고 배설한 커피 열매를 가공해서 만든 이 커피 역시 원래는 조금도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야생 커피나무 군락지를 돌면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모으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하나의 산업이 되자 잔인한 방식으로 생산이 이뤄지게 됐다. 사향고양이 수백마리를 좁은 우리에 가둬두고 계속해서 커피 열매만 먹여 배설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졸지에 ‘커피 머신’이 된 사향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아 자해를 하거나 건강상태가 극히 악화된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생산력이 떨어지면 야생에 그냥 버려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다.

paq@heraldcorp.com

Go green은 리얼푸드가 내추럴푸드 기업 올가니카와 함께하는 환경보존 활동의 일환입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재료 사용,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야생동물 보호 등 더불어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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