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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먹자! GMO]②“GMO 20년 안전성? 대기업이 만든 허상”(反)
  • 2016.10.27.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안전성이요?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이 만든 허상입니다. 기업이 주는 연구비에서 자유롭지 못해 과학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이득은 기업이 보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죠.”
26일 기자가 만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생물체) 반대론자들은 이렇게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제라도 소비자들에게 GMO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GMO, 20년간 안전? 20년간 방치= GMO의 안전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찬성론자들은 “20년 간 먹어왔지만 무탈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반대론자들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는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선 동물 실험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명확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20년 간 별 일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면서 “20년간 관찰해 온 결과가 아니라, 그저 20년간 먹어온 것 뿐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GMO 찬성론자들은 프랑스 칸 대학의 세라리니 연구진의 쥐 실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90일간의 GMO 독성시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라리니 연구진은 쥐의 평균 수명인 2년 동안 쥐에게 GMO 농작물에 살포되는 글리포세이트(제초제)를 먹인 뒤, 해당 쥐에 큰 종양과 장기 기능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논란에도 우리나라의 GMO 독성시험은 유럽처럼 반복 투여도 아닌, 14일간의 단회 투여 시험”이라면서 “한 번 투여해보고 14일 안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게 더 심각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험 설계 잘못됐다면 실험으로 반박해야=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리얼푸드와의 통화에서 “찬성론자들은 항상 GMO의 부정적 영향과 관련된 실험에 대해 ‘설계가 잘못됐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설계가 됐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며 “설계에 문제가 있으면 다시 실험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 2002년 영국에서 이뤄진 실험이 단적인 예다. 그 동안 GMO 유전자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위에서 소화돼 장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장의 일부를 절개한 7명의 사람들에게 GMO농산물을 먹인 결과, 이 중 3명의 장 내 박테리아에서 살충성 유전자가 검출됐다. 산업계와 과학계에선 이같은 결과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사람이 1년 365일 늘 건강한 것도 아니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들에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실험 설계’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암 유발에 환경오염 자행하는 GMO 제초제 문제 심각= GMO 논란에 ‘실과 바늘’처럼 따라오는 글리포세이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글리포세이트가 태아 기형,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몸의 호르몬 교란, 유전자 및 몸속 기관, 몸 세포 파괴 등을 유발한다며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세계감자식량재단 이사장이자 오랫동안 GMO를 연구해왔던 임학태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는 “글리포세이트의 또 다른 심각성은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올해 초부터 반(反) GMO 운동에 나선 생명공학자다.
임 교수에 따르면 GMO 작물에는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유전자가 들어 있어, 제초제가 살포돼도 잡초와 달리 죽지 않는다. GMO와 글리포세이트가 각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리포세이트의 사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슈퍼 잡초가 등장한 것이다.
임 교수는 “생명체는 주변 환경에 따라 진화하는 유기체로, 제초제에 노출된 잡초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식물들이 로봇이 아닌데, 인간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인도에선 과거 목화 재배를 하면 목화 솜을 뺀 잎은 양이나 소에게 먹였지만, 살충성 유전자가 들어간 GMO 목화를 재배한 이후부턴 잎을 먹일 수 없게 됐다”며 “설상가상으로 GMO 종자를 움켜쥔 기업이 종자 값과 제초제 값을 계속 올리자 버티지 못한 농민 20만 명이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임 교수는 GMO 작물이 글리포세이트를 흡수하는 것, 글리포세이트가 땅과 지하수,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2세대 GMO가 해답?…“합성 DNA문제는 잔존”=글리포세이트가 발암물질로 지정되며 몬산토, 바이엘 등 GMO 기업에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2세대 GMO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임 교수는 글리포세이트가 아니더라도 GMO 작물에는 합성 DNA라는 커다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꼬집는다.
임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들은 수평 이동을 한다. GMO 찬성 측에서 ‘미생물의 경우 이종간 DNA 결합이 자연적으로 일어난다’며,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발생된 DNA와 달리 GMO DNA는 합성된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 임 교수의 생각이다.
임 교수는 “슈퍼 박테리아가 생기는 것도 몸 속 세균이 카나마이신 저항성 유전자 조각을 삼키며 메가 게놈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라며 “합성 DNA를 양분으로 삼은 미생물이 어떤 복합세균미생물로 거듭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 GMO 연구 자유롭지 않은 현실 바뀌어야= 일각에선 정부, 기업이 제공하는 연구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 GMO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훈기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GMO 독성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연구자들이 펀드를 받아 실험을 해야 하지만, 기업이나 정부가 그 돈을 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라리니 연구진도 쥐 실험에 수백억이 들었는데 그 연구비를 제공한 것도 민간 재단이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새로운 품목을 빨리 개발해 성공하자’가 주를 이루는 게 문제”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교수도 “과학자들이 연구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대기업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국내 옥시파동이 바로 그런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GMO 통한 작물 생산량 증가도 미미…식량난 해법 되지 못해= 많은 논란에도 GMO 작물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이유는 식량난과 결부돼 있다. 향후 100년 안에 전 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100억명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GMO 찬성론자들은 GMO 개발을 통해 곡물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은진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생산량 추이를 보면 GMO를 통해 곡물 생산량이 대단히 증가한 것도 아니다”면서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육류 과잉 소비, 전쟁, 부의 불평등 문제 등 본질적인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기 1인분을 먹으려면 곡물을 10인분 먹여야 하는데, 육류에 편중된 식사가 아닌 균형잡힌 식사만 한다면 식량난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전쟁으로 정착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평화를 준다면 곡물 생산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GMO 소비자 알권리 보장해야”= 이런 가운데 GMO 반대론자들은 GMO를 원료 기준으로 표시해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MO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며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최소한 GMO 식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진 교수는 “우리나라 식품 표시는 대부분 원료를 따른다”면서 “원료 가공장소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디서 생산됐는지를 따져 기입하고, 원재료가 유기농이냐 아니냐도 농사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GMO만 예외적으로 원재료 중심으로 하지 않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도 “식품 첨가물에 DNA 단백질이 남지 않는다고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자료를 보면 불완전한 채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따라서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완전 표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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