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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먹자! GMO]①GMO 공포는 누가 만드나…“유해성 입증된 사례 없다”(贊)
  • 2016.10.27.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96년 유전자변형 기술로 만든 콩과 옥수수가 등장한 이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생물체)는 올해로 상업화 20년을 맞았다.

식량자급률 23%대 수준인 한국에서 농업생산성이 월등한 유전자변형농작물의 수입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수입한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215만 톤. 국민 한 사람당 약 40kg의 GMO를 소비했다. 이미 대한민국 밥상은 GMO의 영향권 안이다.

그럼에도 GMO의 ‘안전성 논란’은 20년 째 ‘뜨거운 감자’다. 학계, 식품기업, 시민단체에선 논쟁이 팽팽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난립한 정보의 취사선택조차 쉽지 않다. 제대로 알아야 판단과 선택이 가능하다. GMO는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혁명’일까, 안전을 위협받는 ‘밥상 위의 살균제’일까. 리얼푸드가 찬반과 표시제 논란 등을 5회에 걸쳐 입체 분석했다.


최근 미국의 한 유기농단체에서 제작한 ‘유전자 룰렛-생명에 대한 도박’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제가 됐다. 영화는 GMO의 위험성을 알리려 제작, 국내 시민단체들이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학계에선 이 영화로 “GMO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GMO를 먹으면 외래 유전자가 들어와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냐”는 질문마저 나온다. 터무니 없는 괴담이다.

GMO는 “식물 유전자 2만~10만개 가운데 1~3개의 외래 유전자를 주입해 목표 유전자를 만들어”(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 태어난다. 유전자 ‘조작과 변형’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과 과학적 근거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소비자 역시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

과학계 입장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 GMO 소비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유해성이 입증된 사례가 단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장호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과학적 팩트에 기초한다면 안전성 심사를 받아 유통되고 있는 GMO는 마음 놓고 소비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해영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도 “‘GMO로 만든 모든 것이 안전하다 아니다’를 단정할 순 없지만 정부와 식약처에서 승인된 것에 한해 필요한 과정을 점검했고, 전세계적으로도 공유했다”며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승인된 것, 개발 중인 것은 허가가 나온 것에 한해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 유전자변형(GM) 옥수수 먹고 암 걸린 쥐…“실험 내용 미비…반론 나왔다”=GMO를 반대하는 측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은 프랑스 칸 대학의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 연구진이 2012년 9월 발표한 실험결과다.

연구진은 2년 간 미국 농화학기업 몬산토의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GM 옥수수(NK603)를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2~3배 빨리 죽었으며, 종양이 생겼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논문은 현재 철회된 상태다.

“해당 논문은 실험에 관계된 내용이 미비”(김해영 경희대 교수)했다는 것이 학계의 반응이다.

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인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실험은 암을 억제하는 약품을 검사하기 위해 생후 18개월이 되면 암이 발생하는 특이종인 실험쥐를 썼다”며 “2년간 실험을 했으면 그 사이 암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실험설계를 꼬집었다. 그는 “발암성 실험이라면 최소 암수 50마리씩 100마리와 대조군 100마리가 필요한데 고작 10마리를 가지고 실험했다”며 “대조군 부족으로 실험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며, 어떤 경우엔 글리포세이트 함량이 높은 것이 오래 살았고, GMO를 먹지 않은 대조군 10마리 중 3마리가 조기 사망하는 등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론 실험도 이미 진행됐다. 김해영 경희대 교수는 “해당 논문에 대한 반론 실험이 나왔다. 유럽연합(EU)에서 식품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2년 간 장기 실험을 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이 리포트됐다”고 덧붙였다.


▶ 글리포세이트 논란, “GMO만의 문제가 아니다”=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 논란이나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등의 논란도 GMO 반대운동을 하는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글리포세이트는 GMO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글리포세이트는 현재 GMO를 재배하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제초제로, “사용이 금지된 화학약품이 아니기 때문”(장호민 바이오안전성센터장)이다. 도리어 식용유ㆍ전분당으로 만들어쓰는 GMO에서 검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글리포세이트는 훨씬 이전 개발돼 쓰이고 있던 제초제였다. 농약에 의한 피해는 1980년대보다 2016년 현재 10~50분의 일로 줄었다”며 “글리포세이트는 제초제 중 독성이 적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브라질, 파라과이 등 글리포세이트 검증 사례를 살펴보면 오히려 GMO가 아닌 밀과 귀리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이철호 교수 역시 “최근의 농약은 살포 일주일 내에 90%가 분해돼야 허가된다”며 “농약에서 나온 2A급 발암물질에 대한 부분은 인체엔 독성은 없지만 실험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그건 고기 구워먹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 정도다”고 설명했다. 


▶ 생태계 파괴? “황폐화된 땅도 살렸다”=유전자 이동에 의한 생태계 교란, 슈퍼 잡초의 발생, 토종 품종의 멸종에 의한 생물 다양성 감소 역시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다.

이철호 고려대 교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방글라데시의 유전자변형 가지 사례를 들며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가지가 주요 식재료인 방글라데시에선 병충해가 심해 1년 경작에 180회의 농약을 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농민들의 농약중독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는데,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잘 견디는 가지를 개발해 재배하니 황폐화된 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GMO는 진화한 육종기술…육종보다 안전하다”=GMO에 대한 불안의 근거는 ‘자연 상태에서 서로 교배하지 않는 생물들이 종의 벽을 넘어 유전자를 교환하도록 조작해 태어났다’는 데도 있다. 자연계에선 없는 현상인데 인위적으로 종간의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 불안이 야기된다.

이철호 교수는 그러나 “최근 유전체 연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 중 미생물의 유전자가 식물에 들어와 발생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라며 “자연계에서도 이종, 없던 유전자가 기어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찬성론자들은 GMO는 전에 ‘없던 기술’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육종 기술”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이미 1000년 전부터 육종 기술을 사용했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옥수수를 인위적으로 조작된 위험한 작물이라 하지만, GMO 개발 이전부터 옥수수는 이미 인위적 작물로, 돌연변이 종으로 개량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육종이 어떤 부위의 무엇이 바뀐지 모르는 상태에서 원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라면, GMO는 특정 유전자를 변화시킨 것”(김해영 경희대 교수)이다.

GMO는 “전체 유전자의 1만분의 1도 안 되는 유전자 1~3개를 추가한 것으로, 이는 머리카락 하나 이식한 수준”(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이라고 한다. 추가된 유전자가 문제가 된다는 실험이나 연구결과는 없을 뿐 아니라 “GMO는 육종 중에서도 유전자 변화가 가장 적다”(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육종의 경우 안전성 검사 없이 시험재배를 맡기는 사례로 인해 안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3년 6월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신품종 잣버섯을 먹은 사람들이 구토와 설사를 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 “실험쥐로 안정성 입증…미래 식량의 대안”=20년이 흘렀지만 GMO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재는 과학적 근거를 통한 입증 결과보다 ‘미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이철호 교수는 “실험실에선 흰쥐를 키워 약품 실험을 진행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 키우고 있는데, 이 실험용 쥐들이 유전자변형사료를 먹고 있다”며 “지난 20년 간 실험쥐들이 이 사료를 먹고 40세대를 살았다. 사람으로 환산하면 800년간 유전자변형사료를 먹은 셈이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달하는 만큼 반론실험이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받아들여줘야 하는데 비과학적인 반대운동이 안타깝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서도 GMO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는 만큼 지속적인 조사를 해가면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 위험성은 소비자와 학계ㆍ기업의 시각차에서 두드러진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소비자는 잠재적 위험가능성까지 100% 차단되기를 바라지만, GMO 관련 회사가 말하는 것은 기존의 작물과 동등한 안전성이지 완벽한 안전성은 아니다”라며 “GMO의 경우 현재까지 유해성이 입증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과학계가 힘을 모아 반대운동을 저지하는 이유는 GMO가 미래 식량의 대안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철호 교수는 “전 세계의 사막화, 건조화로 물 자원에 대한 걱정이 커진 상황에서 가뭄 속에서 견딜 수 있는 종자나, 해수면이 높아져 바닷물에 잠긴 토양에서 자라야 하는 염분에 강한 종자 개발로 나아가는 것이 GMO가 해야할 일”이라며 “GMO 기술이 아닌 육종으로는 달라진 기후환경에 견딜 수 있는 종자는 없으므로 신품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영 교수 역시 “GMO는 적은 면적에서 다수확이 가능하므로 효율적이다. 환경적, 비용적 부분에서 절약이 가능하고, 기후변화로 환경조건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종의 개발을 통해 식량 수급과 재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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